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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진 Jun 17. 2019

사내 동호회는 정치모임이라 생각했다.

적극적으로 활동했더라면...


사내 동호회에 대한 편견


얼마전 <시작노트>의 저자인 Peter Kim 님의 강의를 들었다. 강의 내용 중 그가 만들었다는 회사의 다양한 동호회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영어 학습 동호회나 독서 모임 등 평범한 모임이라 생각된 것을 직장 동료들과 함께 한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졌다. 직장 동료들과 그런 모임을 한다는 걸 상상하지 못했었다.


은행을 다니던 시절, 나이도 어렸고 조직도 방대해서 동호회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다. 그러다 카드회사로 옮기고 나서부터 다양한 동호회들이 눈에 띄었다. 마케팅 회사여서 그런지 "젊은 이미지"를 표방해서인지(실제로는 그렇지 않..) 모르겠지만 동호회가 많았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한 건물에서 일했던 것도 큰 몫을 했다.


하지만 나는 회사에서의 다양한 모임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우선 퇴근 후에 회사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 유쾌하지 않았다. 동호회 활동도 회사 생활의 연장이라 생각했다. 회사 사람들을 굳이 회사 업무가 끝나고 나서 봐야 하나 싶기도 했다. 회사 사람들과 마주하고 있으면 회사 스트레스를 계속 받을 것 같았다.


동호회에 대한 선입견도 있었다. 동호회의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 정치적인 목적이 있는 것이라 여겼다. 그들이 동호회 활동을 통해 얻으려는 것은 어쩌면 "승진"이나 “연줄”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ROTC 모임이나 각종 동문회에 대한 인상 때문인지, 회사에서 사람들이 업무 외적으로 모이는 게 곱게 보이지 않았다.


진짜 큰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딱히 하고 싶은 동호회 활동도 없었다. 별다른 관심사도 없었고, 취미랄 것도 없었던 나였기에 사람들과 함께 동호회활동을 하고 싶은 것도 안보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런 저런 동호회 활동을 찾아봤지만, 관심 가는 게 없어서였는지 “굳이” 그렇게까지 에너지를 쏟아야 하나 싶었다.



휴직을 하고 모임을 운영하다보니...


휴직을 하고 사람들과 다양한 모임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인생의 하프타임을 맞고 싶어하는 휴직을 하고 있는 남성들과의 모임을 만들어 봤다.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한달 동안 습관 만들기 모임도 운영 중이다. 자존감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 자존감 독서 모임도 진행했다. 이런 다양한 모임을 운영하다보니 사람들 사이에서 받는 에너지의 힘을 느끼고 있다. 요즘들어 내가 이렇게 모임 만들기를 좋아했나 신기할 정도다.


다른 사람들이 만든 모임에 참여해 활동도 하고 있다. 매일 메모독서를 하는 모임도, 글쓰기 모임에도 들어갔다. 딱히 많은 활동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모임에서 나만의 미션을 수행하며, 사람들과도 느슨하게 관계를 맺고 있다.


다양한 모임에 참여하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우선 사람들 사이에서 힘을 얻는 게 크다. 혼자 하면 계속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들도 사람들과 함께 하다보니 꾸준히 실행하게 된다. 매일 하고 있는 달리기, 글쓰기, 메모독서 등은 함께 하는 사람들 덕분에 꾸준히 할 수 있게 되었다.새로운 사람들을 알게 되는 것도 장점이다. 그들과 친해져 무언가를 얻으려는 건 아니다. 그냥 알아가는 게 좋다.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그리고 그들에게 하나씩 배워가는 것도 크다. 세상에 이렇게 멋진 사람들이 많다는 게 재미있다. 함께 실행하면서 그들의 장점을 배우면서 나 또한 커가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직장사람들과 함께했더라면...


요즘 들어 회사에서 이런 모임을 만들거나, 참여해봤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꼭 내가 만드는 것은 아니더라도 좋은 모임을 더 적극적으로 발굴해서 활동했으면 직장 생활이 조금 더 즐거웠을 것 같다. 지금 내가 에너지를 받는 것처럼 회사에서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을 수 있었을 것 같기도 하다.


동호회 활동을 꼭 정치적인 것으로 볼 필요도 없어보였다. 물론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도 있을 테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다. 남들은 정치적일지라도 나 스스로만 좋은 것을 배워가는 장으로 활용한다면 그걸로 되는 것 아닌가 싶었다. 굳이 정치적인 목적이 있다고 꺼리는 게 나에게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았다.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도 취미활동을 통해 새롭게 맺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최근 모임활동을 하면서 생산적인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목적이 비슷하다보니 잡다한 이야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달리기를 잘 할 수 있을까, 영어 책을 잘 읽을 수 있을까, 휴직 기간을 잘 보낼 수 있을까와 같이, 모임에서 추구하는 바에 대한 대화에 집중하게 된다. 회사 내에서 동호회 활동도 이렇게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직장 상사에 대한 불만과 회사 시스템에 대한 불만에 집중하기 보다는 동호회 활동을 통해 새로운 것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더 나를 위해 좋았을 것 같아 후회가 되기도 한다.


문제는 적극성이다.


동호회 활동도 활동이지만, 회사 생활에서 나의 가장 큰 문제는 적극적이지 못했다는 점이다. 어떻게 해서든 무난하게, 무탈하게 보내는 게 좋을 것이라는 생각 뿐이었다. 비단 동호회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기회도 많았고, 사람들과 팀을 꾸려 할 수 있는 것도 많았다. 굳이 그런것을 왜 해야 하나 싶었다. 업무에 집중하는 게 차라리 낫겠거니 싶었다.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최근 나를 만나는 사람들은 상당히 의아해 할 만큼 나는 그렇게 적극적이지 못한 사람이었다. 


동호회 활동을 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하다보니 결국 적극적이지 못했던 직장생활에 대한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꼭 업무 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활동에서 내가 가진 적극적인 성격을 잘 발휘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왜그랬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렇게 적극적인 것이 그때 나에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던 것 같다.


요즘 들어 복직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물론 당장은 절대 아니다)  예전에는 절대 복직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생각이 계속 바뀌고 있다. 만약 회사에 다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든 어떤 일을 하든 조금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보고 싶다. 


동호회 활동을 하느냐 안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얼마나 적극적이냐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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