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인 사랑 그만두기.
퇴근길에 친구에서 전화가 왔다. 같이 술 한잔 하고 싶다는 말에 서둘러 약속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두운 친구의 목소리가 유난히 신경 쓰였다. 약속 장소에 도착해 보니 친구는 이미 한두 잔 정도 먼저 술을 마시고 있었다. 나를 보고 반가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표정은 어두웠다. 자리에 앉아 잡담을 좀 하고 나서 조심스럽게 친구에게 물었다.
"무슨 일 있어?"
"아니. 아무 일도 없는 게 일이라면 일이야."
친구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아무 일도 없으면 좋은 거 아니야? 아니면 뭔가 너무 무료한 느낌인 거야?"
친구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면서 대답했다.
"나 왜 이리 외로운지 모르겠다. "
친구는 연애를 하고 있는 지금이 너무 외롭다고 했다. 같이 있어도 같이 있는 것 같지 않고, 별 탈 없이 연락이 와도 뭔가 마음이 채워지지 않는다고 말을 했다. 그리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도 모르겠어서 애인에게 그 말을 할 수도 없다고 했다. 오히려 혼자였으면 차라리 낫겠다고 말하면서도 헤어질 자신은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런 친구의 이야기에 나는 딱히 뭐라고 해줘야 할지 몰라서 그냥 술잔만 부딪혀 주었다.
많은 사람들은 혼자 있을 때 느끼는 외로움을 싫어한다. 항상 함께 할 사람이 있는 상태에서 혼자 무엇인가를 하는 것과 없는 상태에서 혼자 해야만 하는 것은 많이 다르다. 그리고 대부분은 누군가가 함께 있기를 원한다. 몸은 떨어져 있어도 언제든지 나를 신경 써주고,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가 있기를 바라고, 그런 역할을 대부분 연인이 해주게 된다. 서로서로가 신경 써주고 사랑해주는 이상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 그것이 바로 연애다.
그러나 연애를 하면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스스로가 생각하기에 특별한 문제가 없음에도 뭔가 마음 한편이 허전하다고 느끼고, 다른 연인들을 보면 왠지 부럽다고 생각하게 된다.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상대에게 대화를 요청하기도 어렵다. 용기를 내어 '나 왠지 요새 좀 외로워'라고 이야기해봤자, 돌아오는 건 건성 어린 대답일 때가 많다.
연애를 하고 있음에도 외로운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은 그 개인의 어떤 부분이 문제가 있는 것일까.
대부분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그 감정의 원인을 스스로에게 둔다. 그러나 내가 외로움을 느끼는 연애를 하고 있다면, 일단 관계를 돌아보아야 한다. 기존에 감정은 일방적으로 흐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외롭고 상대는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않고 있다면, 그것은 이미 무엇인가가 잘못되어있다 라는 의미이다.
연애를 하면서 외롭다고 느끼는 경우는 대부분 상대의 마음이 나와 같지 않다고 느꼈을 때 나타난다. 함께 있어도 다른데 정신이 팔린 것 같은 상대를 보거나, 혹은 연락을 해도 시큰둥할 때, 잘못을 해도 크게 나에게 미안해하지 않아 하는 모습들을 보면 대부분 이미 마음의 크기가 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혹은 애초에 마음의 크기가 다르게 시작한 연애는 어느 정도 시점이 지나면, 그 크기에서 오는 차이를 인지하게 된다. 나는 상대를 먼저 배려해주지만, 상대는 그렇지 않거나 나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다고 느낄 때 그 연애는 점점 힘들어진다. 마음의 크기가 다르게 시작해도 서로 노력을 함으로써 그 차이를 맞춰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일방적으로 노력하고 마음을 주는 연애는 점점 힘들고 외로운 연애가 된다.
그러면 왜 스스로는 문제가 없다고 느끼는 것일까. 사실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나의 연애가 좋게 흘러가지 못하다는 증거이다. 그러나 대부분 이 연애를 끝내고 싶지 않기 때문에 연애가 좋지 않다는 사실에서 눈을 돌린다. 내가 좀 더 노력하면 되겠지, 그래도 이 사람이 이만큼 나에게 해주었으니까 등등 스스로에게 위안이 될만한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를 다독인다. 딱히 싸우거나, 서로 언성을 높인 적이 없으니 나는 외로워도 이 연애는 '문제가 없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연애는 사실 온전히 나를 위한 것이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아껴주고, 헌신할 수 있는 즐거움만큼, 사랑받고, 아낌 받고 헌신받을 수 있어야 즐겁고 행복한 연애가 될 수 있다. 서로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과정이 즐겁지 않고 외롭기만 하다면 그것은 제대로 연애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냥 친구와 만나서 하루를 지내도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데, 그보다 더 좋은, 내가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하는데 즐겁지 않다는 것은 이미 그 관계는 기울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내가 하는 연애가 너무 힘이 들고 외롭다고 느낀다면, 정면으로 나의 감정과 부딪혀 봐야 한다. 내가 사랑하는 만큼 나는 사랑받고 있는지, 내가 배려하는 만큼 상대는 나를 배려하고 있는지, 내 외로움이 비단 내 감정에서만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 관계 속에서 느끼는 것인지 천천히 살펴보아야 한다. 우리의 관계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이 확실하다면, 상대의 행동을 하나하나 다시 한번 살펴보자. 작은 부분에도 감정과 마음은 드러나게 된다. 나를 사랑할 때 나타나는 배려나 나를 신경 써줄 때 하는 행동은 차분히 들여다보면 볼 수 있다. 나와 대화를 할 때 상대가 얼마나 신중히 들어주는지, 내 마음과 내 기분을 얼마나 신경 써주는지 상대가 나를 위해 하는 노력을 찬찬히 살펴보면 상대의 마음이 어느 정도 인지 알 수 있다. 그러고 나서 상대의 행동과 무배려함이 얼마나 나를 외롭게 하고 있는지 이야기해준다. 상대가 정말 나를 사랑하지만 그동안 올바르게 행동해 오지 않았다면, 나의 감정을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나의 감정을 아무렇지 않게 치부해 버린다면, 과감하게 마음을 정리해야 한다.
헤어짐은 누구에게나 두렵다. 좋아하는 사람을 볼 수 없는 마음은 누구도 상상하기 싫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나와의 관계에서 제대로 노력하지도 않고 나를 외롭게 만드는 사람과 계속 연애를 하면서 스스로를 힘들게 만들지 말자. 혼자만 노력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힘든 연애를 끝내는 것은 나를 위한 선물과도 같다. 조금은 쓰고 마음 아픈 선물이지만, 그 과정은 나를 정말 사랑해줄 사람과 함께할 다음 연애를 위한 밑거름이 되어 줄 것이다.
* 해야 할 일
- 연애는 '나를 위해' 하는 것임을 기억하기.
- 나를 힘들게 만드는 연인과의 헤어짐을 두려워하지 말기.
- 혼자 하는 사랑이 아닌 같이 하는 사랑을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