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하면 안 돼?

외로운 배려

by For reira

결혼을 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에 하나가 '사소한 일로 다툰다'이다. 이유를 물어보면 대부분 정말 시시한 것들을 웃으면서 늘어놓고, 조금은 민망한 표정으로 ' 그거 정말 짜증 나'라고 이야기를 끝낸다. 듣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 그렇게 사소한 걸로?' ' 그냥 조금 이해하면 안 돼?' 같은 반응을 보이며, 귀여운 해프닝으로 생각하고 넘어간다. 그러나 사소한 것이 정말 사소한 것일까.

비단 결혼을 한 사람들 뿐 아니라, 친한 친구나 가족 등 가장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소한 문제'로 서로 기분을 상하게 한다. 가깝고 사랑하는 사이일수록 , 사소한 것까지 신경 쓰기 때문이다.

작은 것 하나하나 배려하고, 그러다 보면 조금은 같이 해주기를 기대하고,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을 때 생기는 서운함이 어느 순간 탑처럼 쌓이면서 ' 이 사람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걸까?'라는 의심으로 변한다. 왜 항상 나만 배려하고, 나만 손해 봐야 하지?


사소한 싸움의 대표적인 예로 신혼부부를 드는 것은 그 부분이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서로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할 정도로 사랑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당연히 서로를 배려하고 서로를 위해줄 것이라고 믿는 관계. 그리고 연애라는 잠깐의 시간 동안 서로를 지켜봤기 때문에 신혼부부 들은 서로가 꽤 오랜 시간 동안 각자의 가정에서 각자의 생활방식으로 살아왔다는 것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시작한 함께 하는 생활은 너무도 당연히 점점 다른 부분만 눈에 보이는 법이다.


- 밥을 먹고 바로 설거지를 하는가 아니면 그릇을 담가둔 후에 나중에 한번 치우는가.

- 빨래를 매일 해야 하는가 아니면 며칠 두고 한 번에 하는가.

- 물을 먹고 물컵을 식탁 위에 두는가 아니면 바로 씻어 두는가.

- 심지어 치약을 아래서부터 짜는가 아니면 위에서부터 짜는가.


많은 예시는 들지 않았지만 위에 적힌 이야기만 보고 '우와 나는 이 사람이랑 못 살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은 그냥 서로 조율하면 되는 문제라고 생각할 정도로 시시한 문제 들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저 많은 사소한 점이 내가 배려를 받고 있는가 라는 생각의 시발점이 된다는 것이다.


'나는 치약을 아래서부터 짜지 않으면 신경 쓰이니까 이렇게 해줘.'


누군가 나에게 이렇게 요구를 했다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그 누군가는 내게 너무 소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해보자. 문장 내에 요구사항은 나의 행동 양식 중 하나를 바꿔달라는 요청이지만, 표면적으로 보기에는 정말 너무 사소하다. 내가 바꿔도 별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의 사소함, 그러나 가끔은 내가 잊어버릴지도 모르는 그런 사소함. 아마도 대부분은 흔쾌히 ' 알겠어'라고 대답을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작은 한마디의 말은 '나를 배려해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 이 말을 하게 되기까지 나는 이 작은 일이 많이 거슬렸으니까 네가 조금 더 나를 배려해서 내 생활에 맞춰 줬으면 좋겠어.


저 짧은 한마디의 문장에 위와 같은 뜻이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상대의 요구를 잊고 몇 번 기존의 방식대로 똑같이 행동하게 되면 결국 상대는 나에게 화를 내게 될 것이다. '너는 왜 나를 생각해 주지 않니?'와 같은 멘트와 함께 말이다.

그리고 그때부터 이 많은 사소한 문제는 더 이상 사소한 문제가 아닌 게 된다. 이제는 별것 아닌 작은 부분까지 배려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는 거다.


나의 엄마는 꽤나 기준이 많은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따라오는 잔소리도 많다. 본인이 일하기 편한 기준이 있기 때문에 집안일에 주도권이 없는 가족에게는 본인이 일하기 편한 쪽으로 계속 요구하는 편이다. 그런 요구 들을 들어주지 않으면 한 번씩 꽤나 크게 짜증이 돌아오기 때문에 , 요구를 받을 때마다 너무 답답할 때가 많았다. 그냥 좀 넘어갈 수 있는 부분까지도 왜 본인한테 맞추려고 하는 걸까.

어느 날 엄마와 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나는 사람마다 패턴이 다 다른데, 노력을 안 하는 것도 아니고 조금만 여유를 가져주면 안 되냐고 이야기를 했었다. 그때 엄마는 조금은 지친듯한 목소리로 내게 이렇게 말을 했다.

' 엄마도 당연히 그렇게 신경 안 쓰고 지내면 편하지. 하지만 어차피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잖아. 네가 물컵을 쓰고 그냥 식탁 위에 두고 간 걸 보면 내가 하면 네가 좀 더 편하겠지 라는 생각으로 치우는 거야. 반대로 너는 엄마는 성격이 급해서 이런 거 빨리빨리 치우는 걸 좋아하니까 지금 좀 귀찮아도 엄마를 위해서 해야겠다 라는 생각을 해줄 수는 없니? 어차피 누군가는 해야 하고, 네가 하지 않으면 결국 엄마가 해야 한단다. 넌 엄마 생각을 안 해주는 것 같아.'


저 대화를 나눈 뒤로 나는 엄마가 한 요구사항을 잊어버리는 일이 많이 줄었다. 귀찮아서 일을 미루고 싶을 때에도 문득문득 내가 하지 않으면 결국 엄마가 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바로 정리하게 되었고, 엄마의 짜증이나 잔소리도 많이 줄었다.


나는 사소한 것을 요구하는 사람은 사실 이미 혼자 많은 배려를 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상대가 힘들지 않을까 싶어서 하나라도 더 움직이고, 별것 아니니까 한번 더 참아야지 라는 생각으로 말을 삼키면서 상대가 조금은 같이 나를 생각해 주기를 바라면서 기다리는 사람.

그 사람들은 사소한 요구가 바로 고쳐지기 힘들다는 것도 알고 있기 때문에,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어렵게 상대에게 요구사항을 이야기한다. 그러다가 상대가 흔쾌히 대답하면 나의 고충을 알아준 것이라 생각하면서, 그 사람이 나를 위해 노력해주기를 기다린다. 다시 한번 외로운 배려를 시작하는 것이다.


상대가 나에게 힘들다는 이야기를 할 때 그것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

별것 아닌 저 부분이 상대에게는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이해해 주고, 내가 정말 잘 고쳐 나갈 수 있는지 생각본 후 서로가 편할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하면서 맞춰야 한다. 그리고 그 대화를 밑거름 삼아 한번 더 상대를 위해 노력을 해준다면, 그 순간부터는 그 사소한 부분은 단순히 사소한 일 이 아닌 서로를 이해하고 맞춰가는 매개체가 될 것이다. 그러면 어느 날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작은 부분을 요구하는 날이 왔을 때, 상대에게 똑같이 배려받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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