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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nah Mar 07. 2024

고속도로에는 비용이 든다.

나라 걱정,

  우리나라는 고속도로를 내던 시대를 지나, 머리 위에 고속도로를 내던 시기를 건너, 고속도로 같은 시대로 왔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고속도로에는 비용이 든다. 천천히 달리고 싶다고 천천히 달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 이쯤에서 우리는 고민해야 한다. 돌아가더라도 국도로 갈 것인지, 빠른 듯 빠르지 않은 길을 계속 갈 것인지에 대해서.


며칠 째 층간 소음이 계속되었고, 남편이 위층으로 올라갔다.


‘죄송하지만, 저희 아내가 많이 아파서요. 새벽에는 조금만 조심해 주시면 안 될까요? 담배도...’

‘담배는 내 집에서 피는 거기도 하고 무슨 윗 집도 아니고 아랫집에서 뭐라 할 거 없고, 우리가 뭘 시끄럽게 했다고 해요? 아내가 뭘 아프다고 참…’.


  집 안에서 피는 담배도, 새벽에 시끄럽게 하는 소리 보다도 말도 안 되는 뻔뻔함이 더 우리를 화나게 했다. 아이를 키우는 우리 집은 우리가 아래 집에 늘 죄송하기에 5년 동안 한 번도 윗 집을 찾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저런 태도라니. 믿을 수 없을 만큼 무례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황당하게도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었던 층간 소음에 대한 사실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윗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담배는 윗집에서 오는 냄새가 맞았고, 층간 소음은 윗집도 옆집도 아닌, 윗윗집이었다. 그것도 지인의 집. 얼굴이 붉어졌다. 그저 모르고 참았다면 더 좋았겠다 싶었다. 아파트는 아무래도 우리에게 맞지 않는 곳이었다.


  나는 국도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돌아가더라도 시골로 가야겠다는 생각. 살면서 도시를 벗어나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지만, 하루가 다르게 병들어 가는 나의 몸과 매일 뛰지 말라는 소리를 듣는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아픈 폐에게 실제로 필요한 것은 가까운 학교나 병원이 아니라 깨끗한 공기가 아닐까. 마음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상황에 맞게 사는 것이 옳다고 결정했지만, 사실은 몸의 문제였다. 쉬지 않고 달리는 차에는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것이 차를 타고 있는 사람이든 차 자체이든 간에 병이 나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이다. 차를 타고 있는 사람이 아픈 것이 어쩌면 다행이었다. 그럼 쉼터에서 쉬어 가면 될 터. 만약 차가 고장 난다면, 한참을 달릴 수 없을 수도 있었다. 여기서 차는 우리의 가정, 혹은 가족이 될 수 있겠다. 가족이 병들기 전에, 운전자만 힘이 들 때, 쉬어 간다면, 문제는 생각보다 간단해질 것이다.


  스스로에게 하던 말을 옮겨 보았다. 주변에 아픈 사람이 많다. 아직 병들지 않았다면, 다행이다. 꼭 말해 주고 싶다. 돈이 다가 아니라고. 인간은 빵만 먹고사는 게 아니라고 하지 않던가. 아무리 사람들이 건강이 최고다, 가족이 최고다라고 말한다 할지라도, 느껴지지 않을 수는 있다. 내가 그랬듯이. 그러나 적어도 나의 몸과 나의 정신의 소리는 들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책을 읽어도 좋고, 음악을 들어도 좋고, 산책은 더없이 좋은 방법이다. 나처럼 도시를 떠날 생각이 계속해서 든다면, 그런 생각만 하다가 병이 나버렸다면 더 더욱이나 그렇다. 절대 그 소리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시작은 당신의 건강에 대한 염려이지만, 고속도로 같은 삶을 달리고 있는 우리네 인생에 대한 염려는 문화, 경제, 또 정치에 대한 염려로 이어진다. 나만하나 나라 걱정? (브런치에는 나처럼 걱정 많으신 분들이 많으신 거 같지만,) 설사 나만 할지라도 한 번 해보련다. 정말 우리 이대로 괜찮은 지, 이대로 달려도 괜찮은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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