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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nah Apr 04. 2024

이상한 나라에서 이상하게 잘 살아 내기 위해서!

작업실을 가질 테야!

  ‘이제 백수에 환자인데, 나 뭐 먹고살지?’ ‘벌써부터 마이너스면 집대출은 어쩌지? 이 생에 내 집 마련은 가능한가?’


  우리 시대를 사는 대부분의 이들이 그렇겠지만, 요즘 나는 집 걱정, 애들 학원비 걱정하면서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고 내내 고생하시다가 중년을 맞이하신 부모님처럼 여가 시간 없이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 내 몸이 성할 때(?) 아이들과 여행도 다녀오고, 책도 많이 읽고, 꽃보다 아름다울 나이에(그렇다고 생각하고 싶다) 꽃구경도 다니고 싶다. 열심히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고자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인간의 본능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학생들이 수능에 목숨 거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능력 없이 열심히 일한다고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는 것은 절대 아니다.


  알랭 드 보통은 <불안>에서 능력주의 사회에서 부자는 성실하고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뜻하고 가난한 사람은 성실하지 못하고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평가받는다고 했다. 그리고 작가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해서 성실하지 않고, 능력이 없다고 평가하는 사회가 불안을 만드는 이유 중에 하나라고도 덧붙였다. 나는 이 이야기를 이렇게 해석했다. 우리가 사회적으로 부자이거나, 성공하지 못했다고 해서 실패한 인생으로 평가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과 하다 못해 집이 없거나, 아등바등 일하거나, 혹은 탱자탱자 논다고 해서 실패한 인생으로 평가받을 이유는 더욱 없다고 말이다.


  나의 삶은 열심히 일하는 중산층에서 열심히 쉬는 빈층으로 나아가고 있다. 누가 봐도 거꾸로 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때 더 행복했고, 지금 덜 행복한 것은 절대 아니다. 삶의 그 어느 때보다 책을 많이 읽고,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더 많이 고민하고 행동한다(파 한 단을 사면서 이렇게 오래 고민하기는 살면서 처음이다). 바쁠 때 하지 못했던, 절대 영유할 수 없었던 것들이다. 가난하다는 것은 상대적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절대적인시간과 절대적인 돈 없이 행복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지금 나는 최소한의 시간과 돈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고민의 첫 번째가 ‘나만의 작업실’을 가지는 것이었다. 최근 ‘원씽’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그 요지는 가장 필요한 한 가지, 가장 하고 싶은 한 가지, 가장 잘할 수 있는 한 가지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수 만 가지 중, 지금 열일 제쳐 놓고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작업실을 갖는 일이었다. 크고 넓은 새 집을 살 수 없는 내 능력치에서, 내가 사랑하는 책과 아이들이 뛰노는 곳을 마련하고, 나의 꿈이자 업인 작가로서의 삶을 영유할 수 있는 곳. 나의 일터이자 안식처, 아이들의 공부방이자 놀이터, 수많은 이유를 들어도 꼭 필요한 일이다. 벌써 3년 이상을 고민해 왔다. 이 글을 빌어 나의 작지만 큰 목표를 공표하는 바이다. 목표 없이 살아온 10여 년의 정신없는 인생을 뒤로하고, 차곡차곡 모아보겠다 다짐한다. 몇 년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열 계단 위에 목표를 위해 다시금 계획이라는 것을 세워보려 한다. 참 무책임하게도 계획대로 되는 것 없는 인생에서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생각했다. 그러나 다 똑같이 세우는 목표와 계획 말고, 나와 가족의 행복을 위해 세우는 계획은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계획 없이 맞는 폭풍은 더 거세고, 더 잔혹할 뿐이다.


  솔직히 ‘소확행’ 가끔 이해하고, 크게 공감하지 못했다. ‘아무리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는다 할지라도, 내가 원하고 바라는 것을 이룰 수 없는 데 어떻게 행복하지?’ 생각했었다. 소확행이라는 개념에서 내가 놓쳤던 것은 나선형으로 나아가는 행복이다. 계속 머무른 채로 작은 행복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으로 아주 조금씩 나아가면서 작은 행복을 누리는 삶이 진정한 소확행인 것이다. 여전히 아픈 백수이고, 대출 걱정을 하지만, 작은 행복으로 아주 조금씩 나아가는 내가 되어야지 싶다. 맘껏 여행 다니고, 일하고 싶을 때 일하는 삶이 아닐지라도, ‘나만의 행복’을 위한 ‘나만의 계획’을 따라가는 동안, 나는 조금씩 더행복하지 싶다.


  대체적으로 가난한 우리(어느 작가님의 책 제목을 빌렸다)지만, 나만의 하나를 찾기 위해서 불안이나 걱정보다는 고민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상한 나라에서 이상하게 잘 살아 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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