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inah Apr 11. 2024

발톱


 

거울을 본다

발톱은 거울로도 잘 보이지 않는다

눈에서 가장 멀어서 인지

내 눈에만 그 모습을 숨기고

남의 눈에는 흰 속살을 뾰족하게 드러낸다

 

너를 할퀴던 그것은

나도 할퀴어 결국 피를 낸다

잘라내지 못한

나의 일부가

칼날같이 파고들 때

나는 너를 생각한다

너를 생각하는 나를 본다

 

거울은 이번에도

너를 숨긴 나의 얼굴을 비춘다

보이는 것만 비추는 너는 바보인가

보이는 것만 보는 너도 바보이고

 

제 발톱도 볼 수 없는

아득한 눈을 가진 내가

너를 눈에 담아서

나는 또 너를 보내고

발 밑을 본다

 

볼 수 없던 그것이

너를 보낸 후에야

잘라내 달라 아우성을 친다

 

그렇게나 볼 수 없던 그것이

몸뚱이를 하늘로 날리며

나는 태어난 적 없었다 잊고 살라

제 모습을 감춘다

 

상처 줄 운명의 그것은

빨리 죽길 바라는 마음으로

또 제 모습을 감춘다




이 시를 쓰고 벌써 몇 년이 흘렀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터널을 지나가고 있는 기분이지만, 그때는 모르고 지금은 아는 것은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끔 내가 너무 못나고, 그래서 괴로워도 살려는 마음이 살게 한다는 것을 압니다.

연재가 늦어 죄송합니다!

이전 11화 초록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