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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작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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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nah Jul 20. 2024

4번 출구


선생님은 서울에 가면

신발을 벗고 전철에 타라 하셨다

그때 처음 눈치를 보았다

어른되는 문을 열고 타니

퀴퀴한 냄새가 낫다


이상하리만큼 많은

신발을 벗는 이들이 생겨

어려운 이름의 문이 하나 더 생겼다

어른되는 문은 갈수록 많아져

꾀죄죄한 얼굴이 낫다

싶었다


4-2 정류장이 아니면

들고 나는 것은

사는 것만큼이나 힘이 들었지만

나는 1-1에 멀찌감치 서있고 싶어

긴 시간 문들을 지나쳤다


내려야 할 때 내리지 못하고

타야 할 때 타지 못하여

끝내 갖지 못한 많은 것을

끝끝내 잃었을 때

초록색 의자에 걸터앉아 울었다


사랑을 잃고 쓰지 못한

직장을 잃을 때까지 하지 못한

숱한 청춘을

같은 옷 같은 가방을 멘

스치는 인연들에게

두고 내렸다


더는 서울에 가지 않는다

순엉터리 거짓말,

신발을 벗고 2호선을 타야 했던 나는

놓고만 내리던 그 숱한 문들에

다시 오르지 않으련다


출구는 이쪽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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