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에게 화를 냈다

그렇게나 양파를 썰던 엄마처럼

by 김소영

설거지에게 화를 냈다

쟁그랑 거리는 부딪힘이 소란스럽고

해야 하는 일은 기다리지 않음에

더 소란스럽게 맨 손을 컵에 욱여넣었다

들어가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손이 큰 것을 탓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컵이 작은 것도 탓할 수 없는 것이었고

다만, 맞지 않는다는 것만 다시금 알 뿐이었다

소란이 가중되는 그 작은 세상 안에서

나는 있지 않는 것을 찾고 탓해 선 안 되는 것을 탓했다

그러나 시간이 간다는 것은 신기하게도

소란을 멈추어 준다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다는 것은

더는 공허가 아니라 순결한 것이 된다

자리를 찾지 못하던 것은 제 자리를 찾고

얼룩은 남지 않았으며

빛 나는 그릇을 든 마음도 반짝인다

화는 이렇게 내는 거구나.

해야 할 일로 시간이 간다

시간은 할 일과 함께 등을 만든다

그렇게나 양파를 썰던 엄마처럼

나는 오늘도 설거지의 등에 숨어

소란스럽게 어깨를 들썩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