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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MD Sep 29. 2022

[월간책방] 코로나 시대에 학부생은 이렇게나 훌륭하구나

스무 살의 난 연애하기 바빴지

밀리의 서재를 보다가 엄청난 신간을 발견했습니다. '40일간의 산업일주'라는 책인데요, 처음에는 다소 투박한 제목을 보고, 전혀 기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 책 많이 있죠. 경제신문사 같은 곳에서 가끔씩 발행하는 이런저런 얕은 깊이의 글들을 이리저리 짜깁기해서 내놓은 책, 그래서 예산 좀 있는 기관이나 기업체, 학교에 B2B로 적당히 파는 책, 그런 건 줄 알았습니다. 그런 책은 저자가 보통 여러 명이거나 신문사명으로 적혀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저자가 1명이어서 잠시 주춤하긴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40일간의 산업일주라니, 적당히 좀 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렸을 때 저처럼 '80일간의 세계일주'를 아주 재밌게 읽은 비슷한 또래인가 보다 했습니다.


일단은 책의 '간'을 보아야 하므로, 제가 잘 아는 산업을 어떻게 적어놨는지 쓱 봤습니다. 보고 나서, 어? 했습니다. 그냥 인터넷만 뒤적여서는 알 수 없는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산업 내부자 정도만 알 만한 내용들도 많았습니다. 앞서 말한 겉핥기 책에서 이 정도의 내용은 본 적이 없습니다. 다시 목차를 살펴보니, 범위가 상당합니다. 웬만한 산업군은 다 다루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것도 상당한 깊이로 말이죠. 저자에 대해 궁금해졌습니다. 어떤 경력을 가진 사람이 이런 넓고 깊은 책을 쓸 수 있을까. 그런데 저자가 현재 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부생이랍니다. 저도 학부생이란 걸 해봤는데 말이죠. 물론 제 수준과 기준에서 하는 말이지만, 학부생이 이런 책을 쓸 수 있다는 건 상상도 못 해봤습니다. 학부생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제가 너무 부끄럽고 창피해서 그렇습니다. 저자는 10대 때부터 재무제표를 분석하고, 기업의 IR팀을 찾아가 궁금한 점을 물어봤답니다. 대체 어떤 삶을 살아오신 겁니까.


우연히 발견한 보석 같은 이 책은 저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 사막의 샘물 같은 책입니다. 다른 팀원들에겐 알려주고 싶지 않은, 저만 몰래 보고 싶은 책입니다. 그런데 브런치에 굳이 이 책 소개를 하는 이유는, 이 브런치를 보는 사람들이 극소수이기 때문이죠. (저만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일기 같은 브런치이기도 합니다.) 대중서적처럼 쉽고 잘 쓰인 이 책은 잘 모르는 산업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보기에 너무 좋은 책입니다. 밀리의 서재에서 보긴 했지만, 하드카피로 구매해서 곁에 두고 싶은 책입니다. 강추.


80일간의 세계일주는 정말 완전 재밌는 책이었습니다. 지금 읽어도 그럴까요?


아무리 봐도 책 표지와 제목은 좀 아쉽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대안이 있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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