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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MD Jun 28. 2020

[주간300] 돌솥비빔밥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면 둘의 권력관계를 알 수 있다. 누가 위이고 누가 아래인지. 예를 들어, 사장과 직원의 대화 같은 경우는 종결어미만 들어도 쉽게 파악이 된다.


안타깝지만 커플 사이에도 권력관계가 형성되는데, 물론 다른 커플들의 대화를 엿듣는 건 취미도 흥미도 없지만, 혼밥이나 혼(혼자 커피 마시는 건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자커피 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옆 테이블 커플의 대화가 들린다. 나는 정말 듣고 싶지 않고, 오히려 책 읽는데 방해가 될 뿐이지만, 내가 집중력이 약해서인지, 남 얘기 듣기 좋아하는 내 유전자가 유독 발달할 탓인지, 잘 들린다. 커피 마실 때는 좀 나은 편인데, 밥을 먹다 보면 양손을 써야 하는 경우가 많아 책을 펼치기가 어려워서, 어쩔 수 없이 옆 테이블에 귀 기울이게 된다.


오늘도 돌솥비빔밥을 혼자 먹다 옆 커플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분명 다른 빈 테이블도 많았는데, 굳이 혼밥 하는 내 옆자리에 와서 나로 하여금 굳이 이런 글을 쓰게 하는 건 전적으로 그 커플 때문이다. (어차피 이 글을 보지도 못하겠지만, 봐도 본인인지 모를 테니 상관없다. 아니 보통 내 글은 조회수가 10 미만이므로 당사자가 이 글을 읽을 확률은 정말 너무너무 낮을 것이 확실하다.)


나는 비빔밥 중에서도 돌솥비빔밥을 좋아하는데, 사실 사 먹는 비빔밥의 맛은 대개 거기서 거기고, 나는 찬 음식보다는 따뜻한 음식을 좋아하므로 돌솥으로 달궈져 아주 뜨거운 돌솥비빔밥은 합리적인 선택이라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오늘 먹은 돌솥비빔밥은 손에 꼽을 정도로 맛이 없었는데, 고추장이 부족해서 좀 더 요청해야 했음에도 옆 테이블이 나 때문에 대화가 끊길까 걱정되어 참고 먹어내야 했다.


옆자리 그 커플은 아직 나이가 어리기에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만(결혼이 사랑의 완성이라는 보장도 없고 어린 나이에 결혼하지 않을 이유도 없지만),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부디 쓸데 없는 상처는 받지 않길 바랄 뿐이다. 어차피 세상에 돌솥비빔밥을 같이 먹을 사람은 많다. 아니면 나처럼 혼자 먹으며 옆 테이블 대화를 듣는 삶도 꽤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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