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못 입는 사람이 적당히 옷 입을 수 있는 7가지 방법
패션회사에서 MD를 한지도 벌써 10년이 다되어 가지만, 저는 옷을 그렇게 잘 입는 편은 아닙니다. 그냥 적당히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만 입습니다. 오늘은 그래서 적당히 옷 입는 법을 한 번 써볼까 합니다. 개성을 중시하는 옷 입기도 아니고, 패셔니스타 되기 위한 옷 입기는 더더욱 아닙니다. 딱히 옷차림에 관심 없고, 바람과 추위만 막아주면 된다 하는 분들을 위한 글도 아닙니다. 어쨌든 옷 입는 게 신경이 쓰이는데, 지금 상태로는 도무지 안될 것 같다 하는 분들만 가볍게 봐주세요. 여성은 제가 잘 몰라서 남성 한정입니다.
옷을 못 입는 데 유행을 따르기 시작하면 답이 없습니다. 요즘 유행은 항상 튀는 아이템만 있는 건 아니어서, 사실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실 수 있는데, 그런 생각하지 마십시오. 돈 아깝습니다. 옷을 못 입는 사람이 유행 아이템을 찰떡같이 소화할 확률은 0에 가깝습니다. 트렌드 포기하고, 기본 아이템에 충실하는 걸로 하시죠. 기본 아이템은 웬만한 SPA가면 매년 꾸준히 나오는 그런 아이템입니다. 반팔 라운드티, 반팔 폴로티, 면바지, 여름에는 이거면 충분합니다. 봄가을은 짧으니까 옷이 많이 필요도 없습니다. 아까 입은 면바지에 긴팔 셔츠나 맨투맨 입으세요.(혹시 체크 셔츠나 카라가 특이한 셔츠를 입고 싶어도 참으세요.) 겨울에는 봄/가을 입은 옷에 다운이나 코트만 입으세요. 코트는 좀 어려우니까 다운만 입어도 됩니다. 다운 여러 벌 살 거 아니면, 검은색 사세요. 검은색 싫으면 짙은 회색이나 네이비색 사세요. 다운은 안에 입은 옷에 코디하기 쉬워야 되니까 무난한 걸로 합니다. 다운 검색어 순위 높은 브랜드나, 유명 브랜드 이월(아웃렛) 상품 사면 딱 좋습니다. (다운 재고가 많아서, 할인 많이 할 겁니다. 뭐 굳이 얼리버드 이렇게 여름에 할인 많이 한다고 다운 미리 살 필요도 이젠 없습니다. 옷장만 많이 차지하고. 겨울 가서 사도 됩니다. 또 할인할 거예요. 다운 재고 엄청 많거든요. 제가 잘 압니다.).
스타일보다는 컬러가 중요합니다. 스타일은 비슷해도 컬러만 다양하게 입으면 적당히 잘 입어 보입니다. 컬러는 피부톤과도 어울려야 되지만, 같이 입은 옷끼리 서로 어울려야 됩니다. 이건 약간 타고난 감각이 없는 분들은 이것저것 시도를 좀 해봐야 되는 부분이고, 개개인마다 어울리는 컬러가 달라서, 딱 꼬집어서 말씀은 못 드리겠지만, 피부가 좀 어두운 편이다 싶으면 블랙이나 짙은 네이비, 짙은 회색으로 입으면 되겠습니다. 피부가 아주 하얀 분들은 아무 컬러나 입어도 웬만하면 어울립니다. 바지는 컬러를 여러 개 시도하기보다는, 기본 컬러(베이지, 카키, 블랙, 네이비 정도)로 고정해놓고, 상의에서 차이를 두는 게 좋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상반신을 기억하지, 하반신은 잘 안 봅니다. 일주일 내내 같은 바지 입고, 티셔츠 돌아가면서 입는 게 훨씬 낫습니다. 똑같은 티셔츠 계속 입으면서, 바지만 바꿔 입으면 옷 안 갈아입은 줄 압니다.
아, 이것도 좀 어려운데. (1번 빼고는 다 어렵네요.) 그, 일단, 허벅지가 굵으면 바지가 잘 안 어울립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허벅지 굵은 분들은 그래서 맞는 바지 찾기가 어렵습니다.) 바지핏이 이상하다 싶으면 꿀벅지라 그런 거니까 기분 좋아하셔도 좋습니다. (보통 다리가 가늘면 바지는 웬만하면 괜찮습니다. 스키니만 안 입으시면 됩니다.) 통이 너무 넓은 바지나 너무 스키니 한 바지만 피합시다. 너무 짧거나 너무 긴 기장도 피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개성 있게 옷 잘 입는 법 아니고, 적당히, 무난히 입는 법입니다.)
보통 제 주변에 옷 못 입는 친구들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오, 이 모자 이쁘다, 이 티셔츠 이쁘네, 요새 이 신발이 유행이니까 신어야지.’ 이렇게 아이템 하나에 꽂혀서 옷을 입더라고요. 일반적으로 그런 친구들이 코디를 잘할 확률이 낮으므로, 아이템 하나로 전체를 망가트리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1번이랑 좀 겹치기도 한데, 아이템 하나가 전부가 아닙니다. 다른 옷이랑 잘 어울려야 됩니다. (헷갈리면 주변 사람한테 어울리는지 5번 정도 물어보세요. 주변 사람이 없으면 요새 그런 거 물어보는 어플이나 사이트도 많습니다.)
결혼반지, 커플링 같이 안 하면 안 되는 것만 하세요.
돈 아깝습니다.
사실 1번으로 쓰려다 맨 끝으로 옮겼습니다. 생각보다 자신을 아는 게 어렵습니다. 본능적으로 본인한테 어울리는 게 뭔지 안다 싶은 분들은 아마 착각이거나, 이 글을 굳이 안 읽어도 알아서 잘 입는 분들일 겁니다. 내 피부톤이나 체형에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아야 되는데, 그건 시간이 좀 걸립니다. 서서히 알게 되겠지 정도로 마무리하고 긴급히 마치겠습니다.
뒷 번호로 갈수록 글이 점점 짧아진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그게 귀찮아서 그런 게 아니라, 앞부분이 중요해서 그런 겁니다. 2, 3, 4, 7번은 좀 어렵고, 1, 5, 6만 일단 따라 해 볼까요?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