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간MD Apr 27. 2021

[주간300] 인디 에어 (Up In The Air)

라이언 빙엄처럼 깔끔하게 짐 싸고출장 가고싶다

안 쓰기 시작하니, 더 쓰기가 어려웠습니다. (바빠서 '못'썼다고 할 수도 있지만, 충분히 노력하면 쓸 수 있는 정도였으므로, '안'썼다는 게 더 맞는 표현 같습니다.) 아무거나 써도 사실 괜찮은 게, 보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인데요. 마치 유명한 작가라도 된냥,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재다가 결국 아무것도 못하고 말았습니다. 미뤄둔 빨래를 겨우겨우 하는 느낌으로, 소개하고 싶은 영화가 마침 있어서, 켠 김에 조금 써보려고 합니다. 


'인 디 에어'는 가끔씩 일부러 찾아보는 영화입니다. 볼 때마다 처음부터 끝까지 보지는 않고, 처음부터 중간 정도까지만 보고 끕니다. 보고 싶은 장면은 그 앞부분에 다 있거든요. 영화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주인공(조지 클루니, 라이언 빙엄 役)이 출장 가방 싸는 장면과 공항 보안 검색대 지나는 장면입니다. 꼭 필요한 물건만, 미리 정해둔 매뉴얼대로 짐을 싸고, 공항 검색대는 가장 효율적이고 빠른 방법으로(다소 인종차별적인 방법으로 빠른 줄을 고르지만) 지나갑니다. 제가 늘 생활에서 추구하는(추구하는 거지 항상 그렇게 살지는 못합니다만) 효율적인 일상을 아주 명확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라 좋아합니다. 짐 싸는 장면은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로 깔끔해서 아주 좋아하는데, 처음 봤을 때, 그 장면에 등장하는 '타이 케이스'를 사야 되는 게 아닌가 고민을 아주 많이 했었습니다. 수트를 전혀 입을 일 없는 회사에 10년이나 다니는 탓에 아무래도 쓸모없을 것 같아 결국 사지는 않았습니다만. (아래 장면이 그 타이 케이스 신입니다.)



영화 속 주인공의 직업은 구조조정 시즌 기업의 해고를 대신해주는 '해고 전문가'인데요. 본인의 삶에서는 효율적인 생활을 추구하지만, 해고를 효율적으로, 온라인으로 하면, 더 적은 시간에 더 많은 사람을 해고할 수 있다는 신입 직원에게 맞서, 본인이 추구하는 해고에 대한(또는 인간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가르침을 주는 이야기가 영화의 한 줄기입니다. 일 년에 300일 넘는 시간을 집 밖에 나가 있는 주인공은, 얽매임, 가족, 결혼과 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지만, 교류가 자주 없는 여동생의 결혼을 맞아 요청받은 이상한 미션을 귀찮아하면서도 성실하게 실행하는 따뜻한 사람입니다. 혹시 안 보셨다면, 꼭 한 번 보시길 권합니다. (제가 스킵하는 영화의 후반부에도 재밌는 내용이 많습니다.)



뜬금없이 아무 때나 이 영화가 다시 보고 싶어 지는 건 아니었고, 뭔가 연관성이 있는 지점이 있을 것 같아서, 잠시 생각해봤는데요. 바로 직전에 봤을 때는 혼자 외국에 아주 잠시 나가 있을 때였고, 이번에는 새로운 회사로의 출근을 앞두고 있을 때여서, 낯선 환경에 처하게 될 때, 이 영화가 떠오르는 건가 싶었는데, 몇 분 더 생각해보니, 타이 케이스를 역시 사는 게 좋을까 싶어서 다시 봤던 것 같고, 비행기 탈 일이 없는 요즘 같은 시기에 대리만족이라도 할 겸 영화를 보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바로 그 전번에는 혼자 심심해서 이것저것 보다가 이 영화도 보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수트를 입을 일이 꽤 있는 회사로 옮기게 돼서, (그거 챙겨서 출장 갈 일은 당분간은 없겠지만, 미리미리 준비해 두면 좋지 않을까요.) 타이 케이스를 역시 사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이전 12화 [주간300] 손에 잡히는 경제 - MBC FM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