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간MD May 17. 2021

[연간MD] 수트(정장)는어떻게 입나요?

수트초짜의 한 달수트입문기

네, 저는 패션 MD 경력이 10년 가까이 되지만(얼마 전에 이직해서 이제는 MD도 아닙니다.), 수트는 잘 모릅니다. 수트 브랜드 담당을 해본 적이 없고, 회사에서도 수트를 입을 일이 없었기 때문이죠. 그러던 제가 매일 수트를 입는 회사로 이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공부를 좀 했습니다. 수트를 입고 생활한 지 이제 한 달 정도 지났는데요,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상당히 난감했지만, (대부분의 일이 대개 그렇듯) 입고 보니 역시 별거 없습니다. 그러니까 겁내지 맙시다. 사회 초년생 여러분, 그리고 저처럼 갑자기 수트를 입게 된 여러분.


1. 몇 벌이나 사야 되나? "최소 2벌이면 충분하다"

한 벌은 좀 그렇고, 최소 두 벌이면 충분하고, 세 벌이면 아주 풍족합니다. 10년 전만 해도 수트가 많이 비쌌던 것 같은데, 요즘은 수트 가격 자체가 내려갔고, 할인도 많이 해서 40만 원 정도면 꽤 훌륭한 수트를, 20만 원으로도 나름대로 입을만한 수트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유튜브에 가성비, 입문용 수트 이런 콘텐츠를 검색하면 조언을 얻으실 수 있습니다.) 다크 네이비 한 벌, 블랙 또는 차콜 그레이 한 벌이 기본입니다.


2. 어디서 사나? "매장에서 1벌, 온라인에서 1벌"

한 번도 수트를 안 사셨던 분이나, 아주 오랜만에 구매하시는 분은 웬만하면 매장에서 입어보고 구매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캐주얼 의류는 조금 크거나 작아도 크게 지장이 없지만, 몸에 딱 맞게 입는 게 보통인 수트는 입어보지 않고 사는 게 가격은 좀 싸더라도 불편함이 더 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온라인 가격보다 오프라인 가격이 다소 비싸게 느껴지실 지라도, 처음 한 벌 정도는 매장에서 구매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다만, 백화점이든 어디든 수트 브랜드 직원분들은 판매 경력이 아주 많은 베테랑 직원분들입니다. 이 분들에게 수트를 구매하면, 엄청나게 많은 조언을 받아서 행복할 수도 있지만, 그분들의 능수능란함에 혹해서, 굳이 안 사게 될 것들을 마구 사게 될 수도 있으니, 미리 유튜브에서 사전 공부 좀 하시고, 매장 가시면 덜 불안하실 겁니다. 


3. 셔츠는? "2만 원대 셔츠가 전투용으로 최고"

30만 원짜리 셔츠도 사고, 2만 원짜리 셔츠도 사봤는데, 물론 30만 원짜리 셔츠가 소재도 좋고 부티(?)도 나지만, 15배나 되는 가치가 있는지는 전혀 모르겠습니다. 비싼 셔츠를 입었다는 우쭐함(?) 말고는 사실 매일 입으면서 관리하기 그렇게 편한 셔츠도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2만 원짜리 셔츠를 여러 벌 샀습니다. 


4. 구두는? "발이 편한 게 최고"

수트를 입어보니, 수트 자체는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았는데, 구두가 의외의 복병이더군요. 맨날 운동화만 신어서 몰랐는데, 편한 구두와 불편한 구두는 정말 하늘과 땅 차이였습니다. 그래서 구두는 신어보시고, 본인이 가지고 있는 수트에도 잘 어울리고, (당연히 컬러는 블랙이 기본입니다. 네이비에도 블랙에도 차콜에도) 발도 편안한 걸로 사는 게 좋습니다. 금X, 탠X 같은 곳도 좋고, 조셉X나 하루X처럼 요즘 많이 신는 젊은 브랜드들 신발도 좋고, 신어보시고 편한 걸로 꼭 사십시오. 저는 콜X이라는 미국 브랜드 신발을 신는데, 엄밀히 말하면 구두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얼핏 보면 그냥 구두처럼 생겼습니다. 완전 포멀한 구두를 찾는 게 아니라, 구두 같기도 하고 스니커즈 같기도 한 그런 신발을 신어도 회사에서 부담이 없다 이런 분들에게는 추천드립니다. 진짜 완전 편합니다. 가볍고 부드럽습니다. 정가는 20만 원 후반인데, 저는 10만 원 정도에 샀습니다. (할인 많이 해요.)


5. 타이는? "싼 걸로, 폭은 수트 자켓 라펠 크기에 맞춰서"

좋은 타이 많죠. 명품 브랜드에서도 타이가 나오고요. 명품 브랜드 타이는, 제가 추구하는 옷 입기와 맞지 않아서 거들떠도 안 봤습니다. 그리고 그런 브랜드에서 나오는 타이는 폭이 넓은 경우가 많습니다. 8cm 이상 되는 폭의 타이가 대부분일 겁니다. 타이의 폭은 자켓 라펠의 크기에 비례해서 입는 게 좋은데, 보통 요즘 젊은 층을 위한 수트의 자켓 라펠은 폭이 좁은 경우가 많아서, 폭이 넓은(8cm가 넘는) 아버지 타이를 빌려 매면, 좀 어색해 보일 수 있습니다. 7~7.5cm 정도 폭의 타이를 사시면 적당히 잘 어울립니다.(아주 오래전 디올 수트가 유행할 때는 엄청 폭이 좁은 타이도 유행이었지만, 요즘은 그다지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어떤 컬러 타이를 살 지 고민되시는 분들은, 수트 컬러와 톤온톤으로 사시면 제일 무난합니다. 네이비 수트에는 좀 더 밝거나 진한 네이비 계열 타이, 블랙/차콜 수트에는 무채색 계열의 타이가 좋습니다. 난색(레드, 옐로) 계열이나, 무늬가 많은 타이는 매칭 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상 완전 기초적인 내용 몇 가지 적어봤습니다. 더 깊이 알고 싶은 분은 유튜브에 정말 많은 콘텐츠가 있으니, 한 번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수트, 타이, 셔츠, 구두까지 다 해서 100만 원 안 넘기면 아주 현명한 소비자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당연히 넘겼습니다.)



이전 14화 [연간MD] 적당히 옷 입는 법 (남성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