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이야기는 지역마다 다른 와인 병모양 이야기입니다. 꽤나 흥미로운 이야기들이어서 읽을 만했습니다. 와인 고를 때 피해야 할 코르크 모양, 와인 캡 상태에 대한 팁도 담겨 있습니다.
프랑스 와인의 양대 산맥인 보르도산과 부르고뉴산을 구분하는 것은 쉽게 병모양을 보면 구분이 가능하다. 어깨가 도도하게 각진 모습의 날씬하고 슬림한 모습은 보르도 산이다. 보르도 와인은 카베르네 소비뇽을 위주로 와인을 만듦에 따라 포도의 두꺼운 껍질에서 나온 타닌 성분이 숙성되면서 찌꺼기가 나오는데 와인을 따를 때 침전물이 잔에 들어가지 않고 턱에 걸리도록 어깨를 만든 것이다. 반면 부르고뉴 산 와인병은 어깨가 없는 날씬하고 아랫부분은 통통한 모습인데 이는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피노누아, 샤도네이가 껍질이 두껍지 않아 침전물이 많지 않음에 따라 어깨선이 없는 유선형으로 만들어진 병을 쓴다. 병 바닥이 볼록한 것 또한 병의 패인 곳에 침전물을 모아서 와인을 따랐을 때 글라스에 들어가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제조자 취향에 따라 같은 종류의 와인이라도 병의 모양을 달리하고 있으나 샴페인의 경우는 다른 와인과 용량이 같아도 두께가 훨씬 두꺼운데 이는 녹아있는 이산화탄소 때문에 높은 압력에 견디도록 병을 강하게 만든 때문이다. 특색이 있는 와인병으로는 이탈리아의 '피아스코(Fiasco)'가 있다. 이탈리아 유리공예로 유명한 베네치아 장인은 마음에 들지 않는 불량품 병을 따로 모아 두고 그것을 피아스코라고 하며 자책했다. 극장에서 배우가 연기를 하다 실수할 때도 피아스코라고 한다. 이렇게 불만족스럽게 태어난 천덕꾸러기 유리병이지만 이를 토스카나의 키안티 Chianti 상인들이 자기 지방의 와인을 채우기 시작하면서 키안티 와인을 상징하는 병이 되었다. 피아스코의 둥근 병을 바닥에 세우기 위해 바닥과의 완충역할이 되는 볏짚으로 바구니 형태로 만들어 그 속에 병을 넣고 와인을 채워 가볍고 경쾌하며 저렴한 보편적인 와인의 상징이 되었다. 지금은 볏짚 속의 피아스코를 더 이상 볼 수 없다. 볏짚을 만드는 품삯이 비싸졌고 키안티 와인 또한 이미지 제고를 위해 일반 와인병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잠시 옆길 들르기를 하면, 퓰리처 상을 수상한 월스트리트 저널과 워싱턴포스트의 기자였던 군사학 칼럼니스트 ‘토마스 릭스 Thomas E. Ricks’가 워싱턴 포스트의 기자 시절 2006년 발간한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인 ‘Fiasco: The American Military Adventure in Iraq’란 책은 이라크 전쟁의 군사 연대기와 이라크 전쟁에 대한 전략적 실패에 대한 군 장교들이 분노를 표출하는 격렬한 목소리를 담고 있는데 책의 제목을 '피아스코 Fiasco'라고 하여 이라크전의 실상을 한마디로 축약하고 있다. 피아스코는 영어로 ‘계획의 실패’로 인용된다. 또 다른 특이한 와인병은 독일 프란코니아 Franconia 지방에서만 사용되는 모양이 배꼽 같은 ‘복스보이텔 Boksbeutel’이 그것이다. 와인의 병만큼이나 용량도 여럿이다. 이를 테면 3리터짜리는 여로보암 Jeroboam, 4.5리터는 르호보암 Rehoboam, 6리터는 므두셀라 Methuselah’ 15리터는 느부갓네살 Nebuchadnezzar이다. 여로보암은 북 이스라엘의 초대 왕이며, 르호보암은 솔로몬 왕의 아들이고, 므두셀라는 969세까지 생존한 성경에서 가장 장수한 인물이며. 느부갓네살은 이스라엘을 멸망시킨 바벨론의 임금이다. 고대 로마인들이 양쪽에 손잡이 두 개가 붙어있는 흙으로 구운 항아리인 ‘암포라 Amphora’에 와인을 담았으나, 기원전 1세기경 액체상태의 유리를 입으로 부는 기술이 터득된 후 와인을 유리병에 담기 시작하였다.
와인을 고를 때 또 하나의 요령은 잘 보관된 와인을 선택해야 한다. 우선 와인 캡(포일)이 잘 돌아가야 정상적으로 보관된 와인이다. 와인이 새면 캡이 뻑뻑해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또 코르크 상태를 살펴보아야 한다. 코르크 윗부분이 병보다 솟아있는 와인은 피해야 한다. 그 이유는 높은 온도로 인해 와인이 끓어 코르크가 밀려 올라오면 캡슐을 솟게 만들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서있는 와인도 피해야 한다. 코르크가 말라 움츠려 들고 틈이 생기니 그 틈을 통해 인입된 공기가 와인을 산화시킨다. 조명을 받고 있는 와인 또한 마찬가지다. 온도 상승으로 와인이 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병입 되어 있는 와인의 눈금이 현저히 낮은 와인도 피해야 하는데, 이는 코르크 틈 사이로 와인이 증발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산화가 진행된 흔적이 보이는 와인 역시 피해야 한다. 산화된 와인은 더 이상 와인이 아니다. 잘 익히면 맛있는 식초가 될 수는 있을 것이다.
다음은 '포도 품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참고할 만한 정보들이 좀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