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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MD Feb 23. 2022

[아버지의 서재] 와인이야기 네번째 - '레드와인'

네 번째는 예고한 대로, 포도 품종 이야기입니다. 요즈음에 저는 레드 와인을 즐겨마시는데요. 프랑스 와인 보다, 이탈리아나 스페인 와인을 많이 마십니다. 일단 가격이 프랑스 와인보다 저렴하고,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만 재배되는 포도 품종(이탈리아는 산지오베제, 스페인은 템프라니요)이 있는데, (이 글 본문에도 소개됩니다.) 그게 아주 또 매력적입니다.(산지오베제, 템프라니요 같은 소리를 하면, 뭘 좀 아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을 풍기기에도 좋습니다.) 몇 해 전에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을 여행했을 때, 몬탈치노에 있는 와이너리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맛본 와인이 정말 맛있었는데, 그 품종이 산지오베제였습니다. (이런 개인적인 에피소드가 첨가되면, 괜히 같은 상품이라도 더 애착이 가곤 하죠.) 이 번 글에서는 먼저 '레드 와인'을 만드는 품종을 소개하고, 다음 글에서 '화이트 와인' 품종을 소개하는 순서로 하겠습니다. 



제가 갔던 와이너리 풍경이 이런 느낌이었는데, 저런 포도밭이 끝도 없이 펼쳐져있습니다. 코로나만 끝나면 꼭 다시 가보고 싶네요.




[레드와인 양조용 포도]

이제 와인의 베이스가 되는 포도를 알아보자. 지구 상에는 수천 종의 포도가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백과사전에 기록된 포도 품종만 해도 400여 종에 이른다. 여기에서는 이 수많은 포도 품종 중 와인을 만드는 대표되는 몇 종류의 포도를 소개하겠으며 “카베르네 소비뇽의 거친 맛, 메를로의 부드러움, 피노누아의 우아함, 샤르도네의 향긋함” 식의 몇 줄로 표기함을 피하고 좀 더 세밀한 정보를 묘사한다.


카베르네 소비뇽(Carbernet Sauvignon) / 원산지 : 프랑스 보르도

카베르네 소비뇽은 적응력과 성장력이 강해 검은 포도의 왕으로 불리며 레드와인 양조에 단연 최고의 품종이다. 검고 작으며 두꺼운 껍질에 쌓인 이 품종은 보르도 위쪽 르와르 지방의 소비뇽 블랑과 카베르네 프랑을 교배시켜 얻은 것으로 참나무 오크통인 바리크 Barrique에서 충분히 숙성되기 전에는 타닌도 많고 신맛도 강하고 거칠고 날카로운 쓴맛을 내지만 10년 이상의 숙성을 거치면서 위대한 와인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 품종은 산지에 따라 다소 상이한 맛을 가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잘 익은 블랙베리의 맛이 보통이고 숙성이 더해지게 되면 과실향 대신 육두구, 정향, 감초, 후추 등의 향미가 더해진다. 카베르네 소비뇽의 재배에 적합한 자갈밭이 발달해 있는 프랑스 지롱드강 좌안의 오메독 Haut-Medoc 지역 뽀이약 Pauillac이 주산지이며, 토질이 비슷한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와 소노마벨리, 호주, 뉴질랜드, 칠레, 남아공에서도 많이 재배된다. 이 품종이 식재된 곳은 석회질의 땅과 자갈이 많은 토양인데 자갈이 낮 시간에 열을 흡수했다가 서늘한 밤에 방출하여 따뜻함을 좋아하는 소비뇽을 잘 길러주며 포도의 강건한 구조와 진한 풍미를 만든다. 작은 자갈이 많은 생 쥘리아 St. Julien 마을의 와인은 견고하여 밸런스가 좋기로 유명하다. 자갈과 모래가 섞인 마고 Margaux지역은 재배지가 넓은 만큼 샤토 별로 차이가 많으나 전반적으로 섬세하고 우아한 와인이 만들어진다. 점토질이 많은 생테스테프 St.Estephe 마을은 은은한 토양 내음과 커피향이 특징이며 보르도의 남쪽인 자갈(gravel)이라는 의미의 그라브 지역은 자잘한 자갈밭 토양으로 메독 지역 와인에 비해 유연하고 부드럽다. 생장 기간이 길어 일조량이 충분해야 완숙에 이를 수 있으며 껍질이 두꺼워 병충해에도 저항력이 있어 일조량이 보장되면 세계 어느 곳에서나 재배가 가능하며 풍부한 타닌과 구조적 치밀함 덕분에 장기 숙성에 가장 적합한 품종으로 보르도 지역에서는 와인을 블렌딩 할 때 메를로나 카베르네 프랑과 함께 기준이 되는 품종이다. 


메를로(Merlot) / 원산지 : 프랑스 보르도

메를로라는 이름은 프랑스어로 종달새 Merle를 지칭하는 말로 유난히 달콤하고 과즙이 많은 이 포도를 종달새가 즐긴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부드럽고 감미로워 캐시미어 스웨터 같은 와인이라고도 불린다. 메를로는 카베르네 소비뇽에 비해 알이 크고 껍질은 덜 두꺼우며 빨리 완숙에 이르고 다른 품종보다 당도가 높아 와인의 알코올 도수 또한 높은 편이다. 메를로는 보르도의 대표적 품종의 하나로 보르도 전체에서 재배량이 카베르네 소비뇽보다 많고 보르도 지방 지롱드강 우측(우안)에 있는 생테밀리옹이나 포므롤 지역에서 주로 재배된다. 메를로는 전반적으로 강하지 않은 타닌과 우아하고 섬세하고 부드러운 질감의 과실 풍미의 맛과 향이 여성스러워 거칠고 타닌이 강하고 당도가 낮은 카베르네 소비뇽과의 블렌딩을 통해 상호 보완해 주는 효과를 더함으로 품위 있는 보르도 와인을 만드는 대표 품종으로 자리하였다.


피노누아(Pinot Noir) / 원산지 : 프랑스 부르고뉴

피노누아는 민감하고 전 세계적으로 가장 재배하기 까다로운 성격의 품종으로 포도의 여왕이라 불리며 카베르네 소비뇽과 더불어 세계 2대 포도 품종으로 자리한다. 서늘한 지역에서 잘 자라며 껍질이 얇아 와인의 색깔이 진하지 않고 예쁜 색깔로 또한 향이 제 각각으로 어느 품종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고급스러운 풍미를 가지고 있고 타닌이 많지 않아 깔끔한 맛과 함께 우아하면서 화사한 맛을 낸다. 껍질을 벗긴 포도알을 숙성한 화이트 와인으로 샴페인을 만드는 품종이기도 하다. 피노(Pinot)는 영어로 파인(Pine), 소나무를 뜻하는 단어로 포도송이 모양이 솔방울처럼 촘촘하게 열매를 맺어 형재로 비슷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누아(Noir)는 검다는 뜻인데 포도알의 색상이 검어서 붙은 이름이다. 피노누아는 건조하지도 습하지도 않은 비교적 선선한 기후에서 잘 자람에 따라 주요 산지는 부르고뉴처럼 대륙성 기후가 나타나는 지역이나 고산지대로 서늘한 독일 라인강 남쪽과 미국의 캘리포니아와 칠레의 고산지대 및 서늘한 기후의 뉴질랜드 남섬(South Island)에서 많이 재배된다. 세계 3대 명품 와인으로 병당 2천여 만원에 이르는 ‘로마네 콩티’가 피노누아로 만든 와인이다. 재배가 힘들고 변덕스러워 와인으로 생산하기 까다로운 품종이지만 와인은 대단히 매혹적이다. 피노누아로 만든 와인은 라이트하고 매혹적인 향이 있으나 아주 섬세하여 제조방식을 조금만 달리해도 피노누아가 가진 신선함이나 향 그리고 부드러운 느낌을 잃어버리기 쉽다. 까다롭다 함은 10년에 두서너 번 제대로 익은 뛰어난 피노누아 와인은 마치 비단처럼 매끄러운 식감과 단단한 질감이 되지만 작황이 형편없을 때는 바디가 너무 진하거나 묽거나 해서 별다른 맛을 느낄 수 없을 정도이다. 숙성을 거치면 송로버섯향 등 복합적인 아로마를 풍긴다. 샹파뉴 지방에서는 샤르도네, 피노므니에와 블렌딩 하여 샴페인을 만든다. 독일에서는 피노누아를 슈페트부르군더 Spatburgunder라고 부른다. 


시라(Syrah) / 쉬라즈(Shirz) / 원산지 :페르시아(이란) 시라즈

프랑스에서는 ‘시라’라고 부르는 이 품종은, 1830년대 호주에 처음 식재된 이후 ‘쉬라즈’라고 불리며 지금은 호주를 대표하는 품종이 되었다. 서리와 추위에 강한 품종으로 카베르네 소비뇽 못지않은 거친 맛과 강한 타닌으로 짙은 보랏빛을 띠며 타닌이 풍부하여 육감적인 맛에 튼튼한 골격을 갖추고 있으며 달콤함에 후추향과 같은 매콤한 향을 머금고 있다. 색이 진해서 몇 잔을 마시면 치아가 검게 착색되기도 하여 낮에 마시기에 다소 부담스러운 와인이다.


말벡(Malbec) / 원산지 : 프랑스 보르도

껍질이 두껍고 진한 색을 띠며 폴리페놀 성분이 많아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품종으로 석회암 기반의 토양에서 재배한 것이 품질이 좋으며 열정적이고 강렬한 보랏빛 색감과 자두의 풍미와 함께 부드럽고 실키한 질감의 품종이다.


산지오베제(Sangiovese) / 원산지 : 이탈리아 토스카나

이탈리아 중부의 토스카나를 대표하는 키안티와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등의 레드와인을 만드는 이탈리아의 대표 품종이다. 산지오 베제는 라틴어로 ‘제우스(Giove)의 피(San)’라는 뜻으로 이탈리아의 보편적인 포도로 과거에는 별 조명을 받지 못했으나 몬탈치노에서 브루넬로라는 이름의 와인으로 태어나면서 ‘제우스의 피’ 다운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바리크 숙성으로 좀 더 깊고 풍부한 맛을 얻을 수 있고 카베르네 소비뇽 등 타닌이 강한 품종과 블렌딩 하여 타닌의 질감을 부드럽게 하는 역할을 한다.


네비올로(Nebbiolo) / 원산지 : 이탈리아 피에몬테

이탈리아 와인의 대표작인 ‘바를로’와 ‘바르바레스코’를 만드는 오랜 숙성을 필요로 하는 품종으로 최소한 6년 이상은 숙성시켜야 제대로 맛을 낸다. 풍성한 풍미와 섬세한 산도를 지니고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맛과 향이 변하는데 이 품종의 와인은 잠이 늦게 깨는 특성으로 오픈 후 1시간쯤 지나야 향이 올라오므로 개봉해서 바로 마시기보다는 디켄터를 이용하여 잠을 깨운 후 천천히 2~3시간에 걸쳐 바뀌는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는 독특한 풍미를 가진 품종이다.


진판델(Zinfandel) / 원산지 : 이탈리아 풀리아 Puglia

포도의 껍질이 두껍고 검은색에 가까운 당도와 타닌이 강한 품종이나 껍질을 벗겨내면 맑은 포도즙이 나와 이를 발효시킨 화이트 진판델은 살짝 달콤하며 마시기 부드러운 로제 와인으로 인기를 끌지만 최초 이 품종으로 만든 레드와인은 인기가 없었으나 지금은 캘리포니아에서 전체 포도밭의 10%를 차지하는 미국을 대표하는 주력 품종이 되었다. 주로 시라 품종과 블렌딩 하면 강건한 스타일에 진득한 느낌을 주며, 비교적 저가의 일반적인 와인이다. 당도가 높음에 따라 알코올 도수가 14.5도 이상이며 화이트 와인, 로제 와인, 포르투갈의 포트와인 등 다양한 와인을 만드는 품종으로 화이트 진판델은 미국에서 매년 400만 병 이상이 팔리는 인기 있는 와인이다. 


갸메(Gamay) / 원상지 : 프랑스 부르고뉴

보졸레 와인의 주원료로 사용되는 품종으로 진한 체리향과 자두향의 화려한 꽃향기로 가볍고 신선하며 발랄해서 즐거운 기분을 선사하는 특색 있는 와인이다. 찬바람과 습한 바람을 막아주어 온화한 기후인 부르고뉴 지방의 남쪽 론 Rhon 지역에서 주로 재배한다. 갸메로 만드는 보졸레 와인은 매년 9월에 수확하여 1주일 정도 발효시켜 4~6주 동안 저장 숙성한 뒤, 11월 셋째 주 목요일 자정을 기해 전 세계에 출시하는 독특한 마케팅으로 널리 알려진 와인이다. 2차 대전 이후 오래 숙성된 와인이 고갈되면서 보졸레 지방 사람들이 햇 포도주를 작은 카페나 파리의 비스트로(Bistor 작은 술집)에서 연말연시에 저렴하게 마시도록 만든 대중적인 와인이다. 깊은 맛(부케)은 느낄 수 없으나 향(아로마)이 짙고 쓴맛이 덜하며 화려한 색깔과 함께 꽃밭을 걷는 듯한 느낌을 주며 레드와인임에도 화이트 와인 수준으로 차게 해서 마신다. 단지 이 와인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신선하고 향긋한 맛에 끌려 마시다 보면 어떤 놈은 마신 사람의 뒤통수를 치는 버릇이 있는가 하면 어떤 녀석은 두 다리를 휘감아 일어날 수 없게 만드는 마법이 있는 와인이다.


템프라니요(Tempranillo) / 원산지 : 스페인 리오하(Rioja)

스페인이 자랑하는 대표 고유품종으로 당분 함량이 높고 산도가 낮아 블렌딩 용으로 많이 이용되며 프랑스식 바리크 숙성과 오랜 병 숙성을 거쳐 독특한 맛과 향기를 지니며 장기 보관이 가능한 품종이다. 스페인 리오하는 ‘스페인의 보르도’라는 별명이 붙은 스페인 최고의 와인 생산지로 이 지역의 포도는 품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여 여기서 생산되는 와인은 가격 대비 품질로는 세계 정상급에 속한다. 템프라니요는 ‘일찍’을 뜻하는 스페인어 ‘템포라노Temprano’에서 유래된 것으로 포도알이 다른 품종보다 일찍 익어서 수확시기가 빠르기 때문에 붙여졌으며 우아한 부드러움과 타닌으로 인하여 '젊은' 와인으로 마시기에 부담이 없는 품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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