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밖에 뛰쳐나왔던 개구리가 바라봤던 하늘엔 또 하나의 우물이 있었다.
잘 나가던 시절의 끝자락
민도윤에게 2020년과 2021년은 그야말로 그의 시대였다.
세상은 혼란스러웠지만, 그는 오히려 그 혼돈 속에서 질서를 읽었다. 달러가 무너지고, 유가가 폭락하고, 전 세계 중앙은행이 돈을 쏟아내자 세상 모든 자산이 미친 듯이 치솟았다.
미국 주식은 하루가 다르게 고점을 새로 썼고, 코스피는 사상 처음 3,000선을 돌파했다. 국내 부동산은 말 그대로 불이 붙었고, 비트코인 가격은 상상도 못 하던 숫자들을 찍어 올렸다. 사람들이 서로를 부러워하고, 단톡방에는 매일매일 수익 인증이 올라왔다.
민도윤도 그 흐름 속에 있었다. 그는 생각했다.
“나는 미래를 보는 눈이 있다. 그리고 끝까지 버티는 끈기까지.”
그는 이미 몇 차례 작은 실패와 손실을 겪었다. 청약에 연거푸 떨어지기도 했고, 단기 투자에서 물리기도 했다. 하지만 끝내 버티면 회복됐고, 오히려 더 큰 수익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그는 믿었다.
“조금의 손실과 실패는 있을 수 있지. 하지만 끝내 버티는 사람이 이긴다. 결국 세상은 오르는 쪽에 있다.”
그의 무거운 엉덩이는 단순한 성격이 아니라 일종의 무기였다. 버티는 자가 결국 이긴다고, 그건 역사가 증명해 왔다고, 민도윤은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리고 2021년까지 세상은 실제로 그의 편인 것처럼 보였다.
강달러와 함께 찾아온 균열
하지만 2022년이 끝나갈 무렵, 공기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달러는 어느 순간부터 무섭게 오르기 시작했고, 약달러 시대에 부풀어 올랐던 자산 시장은 한순간에 휘청였다.
해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자 코스피는 가파르게 꺾였다. 국내 부동산도 예외가 아니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전세 대란으로 난리가 나던 시장이었는데,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앞에서 매수세는 완전히 얼어붙었다.
민도윤은 여전히 믿었다.
“이건 잠깐의 조정일뿐이야. 위기는 늘 기회였잖아. 다시 오를 거야.”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시장은 더 이상 그의 믿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코로나의 끝과 낯선 정상
2023년 초, 길고 길던 코로나 시대가 마침내 막을 내렸다.
마스크가 벗겨지고, 닫혔던 국경이 열리고, 도시는 다시 활기를 찾았다. 사람들은 해외여행을 떠났고, 거리에 웃음이 돌아왔다.
하지만 그 시절이 남긴 상처는 깊었다. 자영업자들의 폐업, 사라진 일자리, 급격하게 불어난 가계부채, 극단적으로 요동치던 자산 가격들. 경제는 정상화됐다고 했지만, 민도윤이 보기에 그 정상은 이전과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그는 여전히 미래를 읽을 수 있다고 믿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법을 배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 세상은 민도윤이 알던 얼굴이 아니었다.
확증편향의 덫에 갇히다
강달러는 오래갔다. 국내 주식은 힘을 잃었고, 코스피는 약간의 반등을 함께 했지만 하락 곡선을 그렸다. 부동산 시장은 규제와 대출 장벽에 막혀 팔 수도, 살 수도 없는 상태가 됐다.
민도윤은 그제야 깨닫기 시작했다.
그가 믿었던 통찰은 사실 확증편향이었고, 끝까지 버티는 성격이라고 자부하던 태도는 때로 고집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그는 자신이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다.
더 큰 세상을 본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 바깥에도 더 거대한 우물이 하나 더 있었다.
민도윤은 이제 그 우물의 그림자 앞에 서 있었다.
첫 번째 진짜 패배
민도윤은 그날 처음으로 패배를 인정했다.
그동안의 손실은 언제나 만회 가능한 것들이었다. 버티면 결국 다시 상승이 찾아왔고, 기다리면 이익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차트를 열지 못했고, 부동산 시세를 검색하지 않았다.
늘 미래를 준비하던 그가, 처음으로 미래를 바라보는 게 두려워졌다.
세상은 그의 계산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세상은 한 번도 그의 뜻대로 움직인 적이 없었다.
그가 이제껏 운이 좋았을 뿐이었다.
민도윤은 그제야 알게 되었다.
“패배감이란 이런 거구나. 세상에 익숙해졌다고 믿는 순간, 전혀 다른 얼굴의 우물이 또 나타나는구나.”
다시 일어서기 위한 다짐
그러나 그는 기억했다.
이미 한 번 크게 승리했던 시장이었다.
무일푼으로 이 세상이라는 카지노에 등장해 결국 수익을 보고 서 있던 그였다.
민도윤은 그날 처음으로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여기서 다시 일어서고, 더 나아갈 거다. 정말 진짜 큰 승리는… 다음에 반드시 다시 올 것이다.”
고난과 시련은 결국 그를 시험하기 위한 무대였을 뿐이다.
세상은 이제 새로운 장막을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민도윤은 아직 몰랐다. 그 무대의 이름이 무엇이 될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