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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익 Mar 10. 2024

나의 예쁘고 슬픈 mz 친구들...

현대예술 기초 야외 수업시간이었다.

교수님께서 야외풍경 그리기 두 시간을 주셨고

시간을 엄수하라 하셨다.

고지식한 라테는 혹여 시간에 못 맞출까

초조한 맘으로

잘 그리지도 못하는 풍경 스케치를 하고 있는데 ㅎ

동기 하영에게 톡이 왔다.


라테님. 어디세요?

저희 후문 쪽에 있는데 오실래요?


한달음에 달려가니

동기들이 모여 앉아

여울이의 우쿨렐레 연주와 노래를 따라 하고 있다.

청춘 드라마의 한 장면!

그리고 그 사이에 난입한 라테. ㅎㅎ

같이 흥얼거리고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고...


라테님. 저는요.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알바도 많이 하고 싶고,

작업도 많이 하고 싶고!

다 ~~ 하고 싶어요^^


풋풋한 꿈들, 고민들을 이야기하는 동기들을 보면서

라테는 그들의 어깨로 떨어지는 오후의 햇빛이

마치 보석이 쏟아지는 것 같았다.

라테의 작업에 늘 진지한 조언을 해준

동기 우찬이가 말했다.


저는  대학에서 진짜 배움은
이런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동기들끼리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이 순간을  느끼는 거요..

나이는 라테가 훨씬 많은데...

왜 이 친구들이 훨씬 많이 아는 걸까...ㅠㅠ

부끄러우면서도 감동하는 라테...


동기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비록 라테에겐  말은 안 하지만

밝은 웃음 뒤에

젊음의 기쁨만큼이나 젊음의 아픔이 느껴질 때가 있다.


mz 세대들이 편하게만 자라 철이 없다고 하지만...

적어도 라테가 겪은 mz 학우들은

그렇지 않은 친구들이 훨씬 많았다.


mz세대들에게 sns는 실제 세계보다  

훨씬 실제적인 세계이다.

그 세계에 초단위로 sns에 올라오는

부와 성공의 이미지들을 보며.

느끼는 우울과 좌절감을 우리는 모른다.


우리가 스무 살 땐...

누가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

알래야 알 수도 없었기에;;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을 일도

자괴감에 빠질 일도 없었다.

만일 그때 우리가 지금 같은 디지털 환경에 있었다면...

우울증에 걸리지 않았을까..


이런 세상에서

생각의 균형을 잡으며

하루하루 노력하는  mz 동기들이

라테는 위대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야기하고 웃다 보니 세상에...

수업 시작 30분이  지난 상황.

그제야 우르르 강의실로 들어갔다.


교수님께선 화가 많이 나신 것 같았다...ㅠ

기본이 돼야 하는 수업에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는 학생들에 대한

훈계와 학점 경고를 하셨다.;;


동기들은 열중쉬어 자세로 고개를 숙인 채  듣고 있고

라테도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갑자기 현웃(현실웃음 mz어) 터지면서

뭔가 웃겨 죽겠는 라테..


52세에 공부하겠다고 와놓고선 땡땡이에 동조하여

스무 살 친구들이랑   같이 혼나고 있는 상황이

뭔가 개그 콘서트 장면 같은?


교수님 보시기엔

(넌 또 왜 거기서 나와? 아니셨을까... ㅋㅋ)


이 악물고 땅바닥을 노려보며 웃음을 참는 라테..

한 편으론  f 받으면 어떡하지…

살짝 걱정은 됐지만 ㅠ


우리에겐 공부보다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신입생 시절의 한 순간을 마음껏 누렸던

그날의 땡땡이는

인생 최고의 순간으로 남을 것 같은 예감이었다^^



이전 20화 1학년 첫 중간고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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