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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익 Apr 03. 2024

촬영 조수가 되어버린 남편

기말에 수많은 과제와 시험이 몰리게 되면

답이 없는 라테기에

다큐만큼은  미리 주말마다 찍어 놓고 있었다.

남편은 그런 라테의 기사 겸 짐꾼으로!!!

동행!


전체 촬영은 내가 하지만

라테 본인이  나오는 부분은 누군가 찍어주어야 했다.

동기들도 자기 작업으로 바쁜 상황이라

품앗이도 할 수 없고 …


하는 수 없이 ㅋ

남편을 촬영 조수로 무급 ㅋ고용? 한 라테..

기본적인 구도와 샷을 속성으로

가르친 후 촬영에 나섰다 ㅎㅎ


남편은 오래전  라테가 독립다큐멘터리를 할 때도

무척 재미있어하면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는데

알고 보니 대학 졸업을 앞두고  kbs pd 공채에 지원해서

서류와 필기는 합격,  3차에서 떨어졌다고.. ^^;;

왜 말을 안 했냐 하니 뭘 그런 걸 말을 하느냐고 ㅎㅎ


여하튼.. 영상제작에 관심이 있다 해도...

남편은 촬영이 처음이니

당연히 서툴 수 밖에는 없는데;

라테는 어떻게든 좋은 결과물을 내고 싶어서

혈안이 된 상황...


촬영을 나가면 라테는 극도로 예민해지는데-.-

( ㅈㄹ 맞다고 하는 게  정확 ㅠㅠ)

온갖 변수가 워낙 많은 환경이니

로케이션부터 촬영까지

수없이 체크해야만 안심이 되기 때문이었다.


남편은 라테의 지시를 ㅋ

한 큐에 알아듣지 못하고 굼뜨게 움직이거나

라테가 가르쳐 준대로가 아닌

전혀 다른 느낌의 촬영을 해놓아서

라테의 부아를 돋게 하였다. ;


이거 못써!  다시 해야 돼.


라고 짜증을 내는 라테에게

눈치 없는 남편은


왜 괜찮은데... 그냥 쓰면 안 돼?ㅠㅠ


그럼 라테는 더 으르렁대며;;


안 돼! 맘에 들 때까지 다시 찍어야돼!


처음에는 그래도 참고 다시 해보는 남편.

계속된 b 컷의 향연에

연신 저승사자처럼 남편을 다그치는 라테


헤드룸이 이렇게 좁으면 이상해보이잖앗!!!

그리고 쓸데없는 피사체는 과감하게 빼!

턱 하니 걸쳐놓으면 어떡해??

다른 것까지 다 못쓰잖아!!!


*남편이 찍은 샷 ㅎㅎ


동대문 시장 한편,

현대 백화점 명품관 입구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 복판 등에서

아내에게 혼나고 있는

나이 지긋한 남자...ㅜㅜ


다큐만큼은 잘하고 싶은 욕심에 눈이 돌아가

초보자인 남편에게  완성도 있는 결과물을 요구하며

적반하장으로 다그친 꼴통 라테였던 거였다.


참... 난데없이 미대에 들어가서

촬영 조수까지 하라는

마누라 때문에 고생 많았던 우리 남편...ㅠㅠ


촬영 때는 지옥에서 온 디렉터로 빙의되지만

끝나면 귀신같이 양순해지는

간사한 라테는 -.-

미사여구를 늘어놓으며

남편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맛있는 외식으로 기분전환을 하고

(누구의 기분전환? ㅋㅋ)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 머릿속은 얼른 가서 촬영본을 확인해야겠다..

제대로 건질 게 있을까..

없으면 그냥 확 마! ㅎㅎ)


남편이 아니었다면..

촬영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 자리를 빌어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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