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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익 Mar 25. 2024

올빼미와 번역기

 스무 살 안팎의 동기들과 공부한 지 2년 여가 되니

그들의 말투와 사고에 영향을 받게 된 라테

그렇다고 50대 라테의 정체성이 표백됐느냐,  

그건 또 아닌 라테 ㅋㅋ

현재 라테의 상태는

영어도 못하고 한국어도 못하는

god 쭈니형쯤 되는 듯하다. ^^;

무튼... 변해버린 라테의 모습을 말해본다.

.

1. 올빼미 라테.

원래도 일찍 자는 편은 아니지만..

학교에 온 뒤 라테의 취침 시간은

말도 안 되게 늦춰졌다.;


귀가 후 밀린 살림 하고

공부를 하다보면 자정이 넘어가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는

mz 동기들의 활동 시간대가(온라인에서의 활동 ㅎ)

대부분 자정 부터라는데 있었다.

저녁엔 알바를 하거나 개인 용무가 있어서

팀플 회의도 보통 자정 이후에 잡힌다

시간 조율이 안 되면 새벽 2시에도 회의가 잡힌다ㅠㅠ

어김없이 다음 날은  좀비 꼴로  등교를 하는 라테....;

.

인스타  디엠 위주의 소통을 하는 mz 동기들에 맞춰

라테도 dm을 이용했는데

동기들의 인스타는 자정이 넘어야만

활발히 동기화되기에

라테도 mz 동기들을 따라

자정 이후로 동기화! 되어 버린 사태...

확실히 라테의 시공과 mz 세대의 시공은 많이 달랐다


50대 라테는 디지털도 못하는 주제에

늦은 취침만 닮은;;

이젠 새벽 두 시 전에는 잠이 오질 않는 상황이다... ㅠ...



2.  mz어 번역기 라테.


30년의 시간차만큼  mz세대의 언어는  

번역기가 필요했다^^:


ex 너무 좋았어요!


mz 세대는 우리 세대보다 직설적으로 말할 것 같지만

오히려 더 에둘러 말을 하는 편임을

라테는 알게 되었다.

기본 매너처럼 상대의 기분을 염두에 둔  

완곡 화법을 주로 쓴다.


같이 팀플을 하게 되거나

우연히 대화를 하게 된 학생들에게

라테는

만나서 반가웠다. 고마웠다,는

디엠을 꼭 보냈다.

처음 디엠을 보낸 친구에게

이런 답이 왔다


오늘  너무 좋았어요.:”


옹?

나이 든 라테 때문에 불편했을 텐데....

너무 좋았다고 말해주다니? ㅠㅠ


그래.. 적어도 내가 팀에 민폐는 안 끼쳤나 봐...


라며 싱글벙글해진 라테.

그리고 얼마 후 또 다른 동기에게도

토씨하나 안 틀린 디엠을  받았다.


너무 좋았어요!


라테는 그날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정말 그랬다... 처음 몇 번은..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갸우뚱. 한 라테..

제 각각 다른 학생들이

모두 같은 내용의 문자를 보냈기 때문이었다


너무 좋았어요!!


예의상 그럴 수는 있겠지만...

라테는~~ ;; 예의상이라면

좋았어요. 반가웠어요. 정도지

너무!라는 말을 붙이지는 않지 않나??

또 쪼르르 딸에게 물었다.


너무 좋았어요! 이 거 말이야..  정말 좋았다는 거야?

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예의상 멘트!.


헉!!!!..


헉....... 그게 예의상 멘트였다니....ㅠㅠ

우리 세대는 '너무 좋았어요.'를

정말 너무 좋았을 때 쓴단 말이야..


진짜??


도리어 놀라는 딸.


mz동기들의 예의상 스몰토크에

너무 진지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을

그제야 깨달은 라때.^^;;


ex) 언제 한 번 봐요...


이건 인스타 비교적 친한 동기들이

라테가 디엠을 보내면  하는 말이다.


언제 만나서 카페 가요

언제 만나서 밥 먹어요.

언제 봐요.


이 말은 우리 세대도 익히 아는

밥 한 번 먹어요.

와 같은 뉘앙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 사실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라테는 동기들의 그 언제! 를 기다리다 실망하곤 했다.

실제로 성사된 건 ㅎ대략 35퍼센트쯤? ㅎㅎ

이 역시 딸에게 물으니

mz세대들의 보편적 ㅎㅎ 예의상 멘트였다.


mz 동기들의 말은
라테에겐 직역이 아닌 번역이 필요했다.

노력할수록 번역 능력은 나아지기는 한다.

자녀들과 대화를 할 때도 나의 언어가 아니라;;

그들의 언어에 맞는 번역이 필요함도

덤으로 깨달은 라테...^^:;


처음엔 당황했지만 ㅎㅎ

상대의 기분을 고려한  mz 동기들의

완곡한 화법도 좋은 매너라는 생각이 든다.


라테가 20대 때는

x세대의 솔직한 자기표현!으로 미화된,

여과되지 않은 무신경한 말들이 유행처럼 퍼져있었고

그 말습관이 굳어져 나이 들어서도 고쳐지지 않아

불필요한 마찰을 빚는 경우가

다반사였으니 말이다..                                                        


두 세대의 화법을 다 겪어본 라테는

 mz 세대의 화법이

 조금 덜 명료하거나 조금 덜 친근할 수는 있지만.

 듣는 상대의 기분을 배려하기에

말로 인해 마음을 다치거나 다치게 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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