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치 않은 미국 초등학교 교사 취업의 문

모든 것을 내려놓았을 때 기회가 찾아왔다

by Hannah

단 하나 남은 기회

아무리 이력서를 제출해도 ‘외국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던 미국 초등학교 교사 취업 시장. 결국 모든 걸 내려놓고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던 어느 날이었다.

그때, 뜻밖의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메릴랜드 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인터뷰를 보러 올 수 있겠냐는 연락이었다.
예전에 참여했던 Career Fair에서 제출한 이력서가 통과되어, 각 교장에게 전달된 뒤, 관심 있는 교장이 HR을 통해 인터뷰를 요청하는 시스템이었다.

사실 이 시스템을 알고 나서 카운티 내 여러 학교에 취업 가능한 포지션이 있는지 수차례 이메일을 보냈지만, 돌아오는 건 대부분 “모든 채용이 이미 마감되었습니다”라는 내용뿐이었다.

수많은 거절 메일에 마음을 거의 접고 있었던 그 시점이었다.

학교의 위치를 찾아보니, 필라델피아에서 기차로 두 시간, 다시 택시로 30~40분쯤 가야 하는 거리였다.

하지만 그것은 나에게 주어진 단 하나의 기회였다.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두 손을 모아 간절히 기도하며 기차에 몸을 실었다.


“이 학교가, 나의 학교가 되게 해 주세요”

도착한 학교는 빨간 지붕에 황톳빛 벽돌로 지어진, 제법 규모 있는 새 학교였다.

인터뷰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나는 학교 주변을 천천히 걸으며 조용히 기도했다.

“제발 이 학교가, 나의 학교가 되게 해 주세요.”

드디어 인터뷰 시간.
체격이 크고 당당한 인상의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이 나를 맞아주셨다.

어떤 질문을 받았는지, 어떻게 대답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30분 남짓 진행된 인터뷰였고, 질문이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미국 교육 리더들 앞에서 당당히 영어로 대화하는 내 모습이 나 자신에게도 낯설 만큼 놀라웠다.

모든 것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기적은 다음 날 아침에 찾아왔다

그날 저녁, 감사의 마음을 담아 교장 선생님께 이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교장 선생님이 카운티 HR에게 보낸 추천 이메일에 나를 참조인으로 포함시켜 주신 것이다.

그 이메일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어제 OOO라는 젊은 선생님이 우리 학교의 ESOL 포지션과 관련해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 선생님의 경력과 학업, 그리고 ESOL 교육에 대한 지식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아시다시피 아시아계 학생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OOO 지역에서, 그 선생님의 문화적 배경은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

가능하다면 그 선생님께 계약서를 제공하고 우리 학교에 배치해 주시길 요청드립니다.

그분이 오시게 된다면, 우리 학교는 더 이상 공석 없이 채용을 마무리하게 됩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당시 그 카운티는 재정난으로 인해 신규 교사 채용이 중단된 상태였고, 기존 교사들의 재배치를 통해 공석을 채우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이민자 학생의 급속한 증가로 인해 딱 한 자리, 단 한 명의 교사를 추가로 채용해야 했고, 바로 그 유일한 자리에 내가 인터뷰를 본 것이었다.


지금도 나를 일으켜 세우는 그 순간

이후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나는 이 놀라운 기적 같은 사건을 떠올린다. 그리고 다시 한번 감사한다.

오늘 이 글을 쓰며, 그날의 교장 선생님 이메일을 다시 읽어보았다.
다시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사람은 과거의 추억에 항상 머물러 있을 수는 없지만, 잊을 수 없는 ‘기적 같은 순간’은 지금의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울 힘이 되어준다.

혹시 지금, 포기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잠깐만 더 기다려보는 건 어떨까.

기적은 모든 걸 내려놓으려는 그 끝자락에서 조용히 다가온다.

우리는 그런 뜻밖의 선물을, 기적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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