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끊임없는 성장의 기회를 주는 곳

빛나는 무대, 아이들의 길을 비추다

by Hannah

무대 뒤에서 긴장으로 손끝을 모으던 아이들이 막상 무대에 오르면 눈빛이 반짝이며 전혀 다른 얼굴이 된다. 발레를 선보이는 저학년 아이, 최신 케이팝 댄스를 완벽히 소화한 소녀들, 그림을 그리며 작품을 설명하는 아이, 피아노로 영화 음악을 연주하는 아이. 교실에서는 드러나지 않던 숨겨진 재능이 무대 위에서 비로소 모습을 드러냈다.

3년 전, 웰빙 코디네이터로 학교에 합류한 남편이 제안한 ‘탈랜트 쇼’는 이제 매년 이어지는 소중한 전통이 되었다. 학교가 단순히 성적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신을 표현하고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는 무대가 되어야 한다는 그의 믿음에서 시작된 작은 행사였다.


첫해, 태권도로 하나 된 순간

첫해의 하이라이트는 태권도 무대였다. 태권도 5단인 남편은 아이들과 함께 팀을 꾸려 처음부터 끝까지 지도했다. 처음엔 서툴렀던 아이들이 점차 동작을 익혀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키 작은 아이가 큰 아이 옆에서 조금 늦어도 포기하지 않고 따라 하려 애쓰고, 평소 산만했던 아이가 품새 동작에 집중하며 진지한 표정을 짓는 모습들.

“하나, 둘, 셋!” 구령에 맞춰 일제히 뻗어나가는 주먹, 절도 있는 품새와 함께 강당을 가득 메운 우렁찬 기합. 무대는 더 이상 단순한 시범이 아니었다. 서로 다른 열다섯명의 아이들이 하나의 호흡으로 움직이며 완성해낸 협력의 결과였다. 그 무대는 결국 대상을 차지하며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올해의 특별한 무대, ‘Speechless’

세 번째 해를 맞은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는 한 중학생 소녀가 부른 디즈니 영화 알라딘의 OST, “Speechless”였다. 평소 자존감과 교우관계로 어려움을 겪던 아이였다. 무대 뒤에서도 쉽게 웃지 못하며 긴장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나 마이크를 잡는 순간, 그 아이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쉽지 않은 고음을 이어가며 단 한 번의 흔들림도 없이 노래를 완성해 냈다. 노래가 끝나자 강당은 잠시 숨을 죽였고, 곧 폭발하듯 쏟아지는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 대상 선정도 당연했지만, 무엇보다 값진 것은 그 순간 그 학생이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처음으로 온전히 품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무대의 불빛이 꺼지고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를 떠나자, 또 다른 모습이 기다리고 있었다. 행사가 끝나고 강당이 조용해진 후에도 그 소녀가 여전히 무대 옆에 남아 있었다. 대상 트로피를 끌어안은 채로.

“왜 아직 안 가니?” 하고 묻자, 아이는 조용히 대답했다.
“부모님이 아직 안 오셔서 기다리고 있어요. 사실… 부모님은 제 공연엔 관심이 없어요. 그냥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만 하세요.”

그 말을 들으며 가슴이 먹먹해졌다. 방금 전까지 무대에서 환호를 받던 아이가, 정작 가장 듣고 싶었을 사람들의 박수는 받지 못한다는 현실 때문이었다.


그 순간 나는 깊이 깨달았다. 무대는 단순한 공연장이 아니라, 아이들이 세상 앞에서 처음으로 “나도 할 수 있다”는 목소리를 내는 특별한 공간이라는 것을. 그 목소리는 때로 부모의 인정보다, 성적표보다 더 큰 힘이 되어 아이의 삶을 바꾼다.


무대를 넘어선 또 다른 도전

이런 깨달음은 우리를 새로운 시도로 이끌었다. 탈랜트 쇼에서 보여준 아이들의 변화가 더 많은 아이들에게 닿을 수 있도록, 우리는 장애학생들과 함께하는 특별한 콘서트를 기획했다.

이번에는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무대의 주인공이었다. 처음엔 작고 떨리던 목소리가 점차 또렷해졌다. 무대 뒤편에서 비장애 학생들과 교사들이 합창으로 힘을 보태자, 그 목소리는 더욱 단단해졌다. 한 아이가 가사를 잊어 멈칫했을 때, 옆에 선 친구가 작게 속삭여주는 모습도 보였다. 노래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만들어낸 울림이 되었다.

관객들은 작은 몸짓 하나, 불안한 눈빛 하나에도 숨을 죽이고 귀 기울였다. 무대 위의 아이들은 더 이상 ‘도움이 필요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만의 목소리로 무대를 채우는 당당한 주인공이었고, 그 순간 무대는 차별이 사라진 하나의 큰 울림으로 완성되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이가 엄마에게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우리 반 친구가 정말 잘했어요. 나도 다음엔 함께 하고 싶어요.”
탈랜트 쇼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가 이렇게 번져나가고 있었다.


성장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 학교

점수와 등수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태권도로 함께 호흡을 맞추던 순간, “Speechless"를 부르던 떨림, 장애학생이 용기 내어 부른 노래. 그 모든 순간은 아이들에게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소중한 경험이 된다. 그리고 그 경험은 평생을 지탱할 자존감과 자신감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주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런 끊임없는 성장의 기회다. 학업일 수도, 예술일 수도, 혹은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험일 수도 있다. 그 모든 순간들이 모여, 아이들은 자신만의 길을 찾아 한 걸음씩 내딛는다.

아이들의 무대는 끝나지 않는다. 오늘의 박수는 내일의 꿈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꿈을 향해 걸어가는 길에, 우리는 언제나 아이들의 가장 큰 관객이자 응원자가 되어 주어야 한다.


keyword
이전 28화학교의 비전, 아이들의 미래를 향한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