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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Oct 09. 2021

번아웃과 새로운 도전

나는 43살의 워킹맘이다.

12살과 8살 남매를 둔 엄마이고, 14년 차 직장인이다.

모든 워킹맘들이 그러하듯 직장과 가정을 병행하면서 지난 12년간 나 자신을 내려놓은 채 고군분투하며 참으로 열심히 살았다. 그리고 불현듯 번아웃(burn-out)이 찾아왔다.


(사진 출처 : Pixabay)


생각해보면 번아웃이 갑자기 찾아온 것은 아니다. 어느 직장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끝나지 않을 격무의 바다 한가운데서 파도타기를 잘하려면 첫째 체력이 따라야 하고, 둘째 가정을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하며, 셋째 개인의 개성과 주체성을 꾹꾹 누르며 영혼 없음을 잘 시전 해야만 경직되고 답답한 조직생활을 그나마 오래 버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나는 결국 훌륭한 파도타기 선수가 되지 못한 것 같다. 작년 말부터 직장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야근과 고된  업무,  갑질 하는 상사의 폭언 등에 오래 시달릴수록 내 영혼이 점차 닳아 없어지는 것 같았다.


그런 와중에 남편이 아이들과 외국생활을 해보자는 제안을 해왔다. 남편은 예전부터 캐나다에서 생활해 보고 싶어 했고 나는 미국이나 영국 호주 지역으로 유학을 가는 것이 꿈이었다. 대학생 시절, 영국으로 교환학생을 가고 싶어 1년간 휴학하고 준비를 했지만 집이 부도 나는 바람에 꿈을 접어야 했다. 당시에 영국으로 유학이나 교환학생을 가려면 부모님이나 자신의 은행계좌에 2천만원 이상의 현금이 들어 있어야 가능했었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단기간의 어학연수조차도 다녀보지 못한 나는 늘 유학에 대한 목마름이 남아 있었다.


번아웃으로 지칠대로 지친 그 무렵, 남편은 우리가 모아 둔 돈으로 온 가족이 다함께 유학을 다녀오자고 제안해 주었다. 당연히 남편의 제안을 두 손 들어 환영했다. 모아둔 돈으로 재테크를 위해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를 할 수도 있었고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 적금으로 모아둘 수도 있었지만 남편과 나는 가족의 소중한 경험과 추억에 투자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해서 2021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캐나다 유학을 준비하게 되었다.






캐나다 유학의 가장 큰 장점은 부모가 캐나다 소재 대학에서 공부를 하면 자녀들은 무상으로 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1년 동안 아이에게 들어가는 교육 비용이나 캐나다 소재 collge 1년 학비나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대략 15,000불~18,000불, 캐나다달러) 새로운 공부를 하고 싶은 나로서는 캐나다가 적격이었다. 물론 미국에도 주에 따라 캐나다와 비숫한 제도가 있지만 캐나다가 미국보다 물가가 훨씬 낮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기도 했다.  

위의 내용에 더불어 선진국이면서 영어를 쓰고, 다른 나라보다 치안이 좋고, 미국으로의 접근성 부분과 아름다운 자연환경, 맑은 공기, 특히 캠핑을 좋아하는 우리 가족의 취향 등을 고려할 때 캐나다가 여러모로 적격이었다.


캐나다는 10개의 주와 3개의 준주가 있다. 캐나다는 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영토가 크지만 대부분 툰드라 지대로 사람이 주로 사는 지역은 미국과 인접한 지역으로 한정되어 있다. 대체로 살기 좋은 곳은 밴쿠버, 빅토리아, 토론토 일대라고 볼 수 있다. 만일 미국으로 정했다면 어느 지역에서 유학해야 할지 검색하느라 머리가 꽤 아팠을 텐데 캐나다는 사람 사는 곳이 한정되다 보니 유학할 지역을 정하는 데에도 큰 어려움은 없었다.


캐나다 지도 ; 서쪽으로 알래스카와 시애틀과 인접, 동쪽으로 토론토 지역이 시카고와 인접함(구글지도)


<캐나다 행정구역을 나타내는 지도>


<10개 주 >

 -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주도 빅토리아)

 - 앨버타 주(주도 에드먼턴)

 - 새스캐추언 주(주도 리자이나)

 - 온타리오 주(주도 토론토)

 - 매니토바 주(주도 위니펙)

 - 퀘벡 주 (주도 퀘벡)

 - 노바스코샤 주 (주도 핼래팩스)

 - 뉴브런즈윅 주(주도 프레더릭턴)

 - 뉴펀들랜드 래브라도주(주도 세인트 존스)

 -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주 (주도 샬럿타운)


<3개 준주>

 - 노스웨스트 준주(주도 옐로나이프)

 - 누나붓 준주(주도 이 칼루 잇)

 - 유콘 준주(주도 화이트 호수)


캐나다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는 네이버나 구글에서 검색하면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 패스하도록 한다.


캐나다 앨버타 주에 위치한 반프 국립공원(Banff national Park, 출처: Pinterst)



우리 가족이 유학을 갈 곳으로 1순위 빅토리아, 2순위 밴쿠버, 3순위 토론토 인근으로 우선순위를 정했다.

빅토리아 등 지역 내에서도 정확히 어느 동네로 갈 것인지 정해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기후가 온화하고, 치안이 좋고, 아이들 학군이 좋고, 주변에 숲이나 호수 등 접근성이 좋고 캠핑 다니기 좋은 지역으로 검색을 시작했다.


다음으로 칼리지(2~3년제 전문대학)를 갈지 유니버시티(4년제 종합대학)를 갈지 고민이 많았다. 욕심을 좀 부려서 빅토리아 대학교나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의 대학원을 가고 싶어 검색을 해봤는데 토플 점수부터 자기소개서까지 입학조건을 맞추려면 최소 1년을 준비해야 가능할 듯싶었다. 또 운이 좋게 합격을 하더라도 대학원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 아이들까지 케어할 수 있을지를 따져보니 내 공부에 치여 아이들은 소홀해질 듯했다. 유학의 목적이 내 스스로의 자기계발을 위함도 있지만 가족들과 좋은 경험과 추억을 많이 가져오자는데에 좀 더 힘을 실은터라 석사학위에 대한 욕심은 접어두기로 했다.


칼리지는 졸업 후 취업을 위한 교육기관이다보니 요리학과, 제빵학과, 컴퓨터 디자인, 와인 제조, 항공엔지니어처럼 실용적인 과정이 많았다. 칼리지 공부도 물론 만만치는

않겠지만 석사과정보다는 좀 더 쉽고 재밌게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칼리지로 낙점했다.


캐나다에서 생활하고 싶은 지역은 빅토리아 섬 내에 있는 랭포드 지역이었지만 근처에 있는 칼리지는 빅토리아 시내에 있는 캐모선뿐이었다. 캐모선 리지와 랭포드 간 직선거리가 약 20~30km 정도여서 리지와 생활지역이 너무 멀면 아이들 케어가 어려울 것 같아서 포기해야 했다.  랭포드 옆의 빅토리아도 캐나다 현지인들이 은퇴 이후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 1위라고 할 정도로 기후가 좋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집값도 캐나다에서 가장 비싼 지역이었다.

빅토리아 지역 지도(빨간 표시 지역이 랭포드, 구글지도)



다음으로 토론토와 그 주변도 살펴보았다.  토론토는 밴쿠버만큼은 아니어도 캐나다에서 가장 아래쪽에 자리하고 있어서 그나마 온화하다고 한다. 주변에 5 대호와 나이아가라 폭포, 알곤킨 주립공원 등이 있고 오타와, 몬트리올, 퀘벡에 대한 접근성이 좋다. 토론토에서 1시간에서 3시간 거리에 있는 인근에도  중소도시가 많이 보였다. 런던, 키치너, 캠브리지, 해밀턴, 세인트 케서린 등등

토론토 인근과 오타와, 몬트리올(빨간 표시 지역이 토론토, 구글지도)


토론토와 같은 대도시는 아무래도 치안도 걱정이 되고, 캐나다에 간 김에 좀 한적한 동네에서 생활하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토론토나 오타와 보다는 대도시 인근에 위치한 중소도시 들 위주로 각 지역별로 인프라가 어떤지 구글맵이나 블로그 등을 통해 살펴보기도 했다. 중소도시여 도 어느 정도 인구수가 있어야 관공서, 병원, 도서관, 쇼핑 등 기본적인 인프라가 형성되어 있을 것인데 토론토 인근에서는 런던이 행정도시이면서 인구 50만 정도 되는 곳이었다. 키치너(인구 23만 명), 해밀턴(인구 51만 명, 항구도시), 나이아가라(인구 43만 명) 지역도 자녀 동반으로 유학을 많이 간다고 한다.


어느 지역으로 유학을 갈 것인지는 칼리지 전문 유학원에 상담한 이후 결정되었다.

인터넷 검색으로는 미처 알지 못했던 중요한 정보는 서울 강남에 소재한 유학원에서 얻었다.



- 2편에서 계속




커버 이미지: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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