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구인의 사색 3

by 김정은

스페이스 X가 화성에 식민지를 만들거라는 말들이 지금 먹고 있는 초코칩 쿠키처럼 바스라지면 좋겠어, 화성은 인류의 자연유산이 될 수는 없겠지, 화성인류의 자연유산은 될 수 있을까? 화성보호기금을 만들어야 한다는 너는 퍽 정치가 답구나, 일론 머스크가 실은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화성인은 아닐까, 고독으로 이루어진 그 별에는 광물을 닮은 오퍼튜니티가 먼지를 뒤집어 쓴 채 나를 기다리고 있어


붉은 피가 가득한 먼지의 강, 콸 콸 콸 폭포처럼 흐르고 있는데 왜 보이지 않는다는 거니, 야행성 동물처럼 퀭한 두 눈은 한 밤의 별처럼 빛나는데, 화성에 홀로 갇힌 라푼젤, 기다란 검은 머리 붉은 대지에 풀어 헹구고 네 심장에 또 다시 못을 박고 있구나, 구멍 뚫린 심장마다 피는 흘러 검은 별은 어느새 붉은 별이 되었구나, 내 손에 들린 수 십알의 렉사정 너의 의지인가, 나의 처방인가


머리카락 한 올 한 올 물관이 되어 붉은 수액 빨아 들이면 나는 비로소 한 여름 배롱나무 꽃으로 피어나는 나무가 될까, 네 심장에 여전히 꽂아 넣고 싶어 마녀처럼 등 뒤에 비수를 숨기고 있지만, My battery is low and it’s getting dark, 고장나지 않은 채 멈춰버린 오퍼튜너티, 말라버린 붉은 강 갈라진 바닥에 누운 너처럼 내 영혼은 그저 바스라지고 있어, 거두어 들이지 못한 머리카락들이 핏빛 화성에 나뒹굴고 있어, My battery is low and it’s getting dark, 고장나지 않았는데 먼지를 이불 삼아 고이 잠들어, My battery is low...an...d...





* My battery is low and it’s getting dark : 화성의 탐사로봇 오퍼튜니티가 NASA로 보낸 마지막 메시지

대문 그림: 마크 로스코, 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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