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에는 아마란스라는 꽃이 생겨난 전설이 하나 있습니다. 어느 날 상처 입은 천사가 날개가 꺾인 채 마을 근처 시냇가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물가에서 놀던 두 아이가 부상당한 천사를 발견하고 들것에 실은 채 마을로 내려옵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천사가 상처 입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천사를 가장한 마녀임에 분명하다고 천사를 불태우려 합니다. 천사는 슬픔에 싸인 채 하늘로 올라가고 천사의 피눈물이 떨어진 자리에는 꽃이 피어납니다. 그 꽃이 바로 아마란스입니다.
핀란드의 국민화가 후고 짐 베르크(Hogo Simberg, 1873-1917)의 작품인 <부상당한 천사>를 보자마자 떠오른 생각이 있었습니다. '사랑에 상처 입은 자는 모두 부상당한 천사가 아닐까'라고 말이죠. 지구에서 오래도록 몸을 숨긴 채 살아오던 화성인은 서서히 지구인에게 마음을 열고, 드디어 지구인을 사랑하기에 이릅니다. 지구인이 되지 못했던 화성인은 사랑의 힘으로 결국 인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랑을 얻었건만, 지구인은 늘 그리했듯 화성인을 떠나갑니다.
사랑의 고통은 화성인에게도 지구인에게도 공평합니다. 부상당한 천사처럼 피눈물을 흘린 채 화성인의 아이는 우주로 떠나가고, 아이가 머물던 화성인의 몸속에는 아마란스 한송이 피어납니다. 화성인은 진짜 지구인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이제 중력에 붙들린 채, 지구인 틈에서 자신의 아이가 떠나간 고향 화성을 지독하게 그리워하며 밤마다 눈물 흘립니다. 지구에 사는 화성인에게 영원한 사랑이 다시 찾아오기를, 화성에서 엄마를 바라보는 아이는 눈을 감고 기도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