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날: 숙소 출발 ----> 설퍼 마운틴 곤돌라 ---> 점심(밴프 시내) ----> 골든 스카이 브리지 -----> 에메랄드 호수 -----> 타카카우 폭포 ----> 저녁(밴프 시내) ------> 숙소 도착
다음날 아침 눈을 뜨니 첫째 날과 둘째 날의 숙소인 선샤인 마운틴 로지는 산 정상에 위치해 있었다. 조식 값이 숙박비에 포함되지 않아 아침은 햇반과 김 등으로 간단히 요기했다. 숙소에서 주차장까지는 로지에서 운영하는 곤돌라를 타고 이동했다. 처음엔 작은 곤돌라에 몸을 실으니 조금 무서웠는데 곤돌라를 타고 내려오며 산과 야생동물을 구경하는 재미가 퍽 좋았다.
숙소에서 곤돌라 타러 가는 길. 뒤에 숙소가 보이고 앞에는 펍이 있는 통나무 건물
놀이동산처럼 작은 곤돌라 타고 산 아래로 이동
차를 타고 우리는 밴프 시내로 향했다. 둘째 날 관광지는 시내에서 가까운 설퍼 마운틴. 우리나라 말로는 유황산인데 이곳은 온천수가 나온다. 그래서 근방에 온천을 즐길 수 있는 호텔도 있다. 하지만 한 여름 온천을 즐기고 싶은 마음은 없어 우리는 패스.
설퍼 마운틴에는 곤돌라를 타고 정상에 올라 밴프 시내와 곳곳을 조망하는 전망대가 있다. 밴프 국립공원 홈페이지 들어가면 이 곤돌라 이용권과 스카이 브리지, 빙하를 구경하는 콜롬비아 대빙원 설상차 이용 등을 패밀리 패키지로 구입할 수 있다. (8살 이하 어린이는 요금이 반값)
7월의 밴프는 어딜 가도 사람이 많은데 설퍼 마운틴은 특히 더 붐볐다. 주차장이 꽉꽉 차 있어 주차를 하기 위해 여러 차례 차량을 뱅글뱅글 돌려야 했다. 물론 사람이 많다고 해도 우리나라 성수기의 유명 관광지처럼 많은 것은 아니다. 주차는 다행히 10여 분 만에 할 수 있었다.
숙소인 선샤인 마운틴 로지에서 설퍼 마운틴 곤돌라 타러 가는 경로. 설퍼 마운틴은 밴프 시내에서 무척 가깝다.
곤돌라 티켓을 구매하고 곤돌라에 승차하는 오피스 건물
곤돌라에 내려 전망대로 향하는 길. 해발고도가 2천 미터가 넘어가 숨을 헉헉대며 올랐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밴프 시내
만세! 드디어 정상!
전망대를 오르며 밴프를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훌쩍 넘었다. 전망대에는 유명한 뷔페 레스토랑이 있는데 이날은 손님이 너무 많아 예약한 사람만 이용가능했다. 대기하면 식당을 이용할 수는 있었지만 구태여 기다려서 스테이크나 감자튀김, 햄버거, 샌드위치를 먹고 싶지는 않았다. 우리 가족은 설퍼 마운틴에서 다시 밴프 시내로 내려왔다. 그리고 미리 검색해 두었던 베트남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기대했던 것보다 음식이 맛있어서 온 식구들 모두 맛있게 먹었던 기억 :-)
밴프 시내 풍경
점심을 먹은 베트남 식당, PEAK CAFE.
메뉴판. 관광지이지만 가격은 일반 식당과 비슷했음
식당 내부
베트남 음식으로 든든히 배를 채운 우리는 밴프를 떠나 요호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북미를 길게 가르는 로키산맥은 여러 개의 국립공원으로 구획되어 있는데 이 중 가장 유명한 국립공원이 밴프와 재스퍼이다. 그리고 밴프에서 밴쿠버 쪽으로 조금 더 가면 에메랄드 호수를 품고 있는 요호 국립공원이 있다. 이동 경로가 좀 길어 요호 국립공원은 패스하고 보통 밴프와 재스퍼만 관광하지만 에메랄드 호수가 꼭 보고 싶었던 나는 여행 일정에 넣었다.
맵에서는 44분이라 적히지만 실제로 구불구불 산맥을 타고 내려가기 때문에 시간이 훨씬 더 오래 걸린다.
도로 옆에는 이런 강이 항상 같이 흐른다.
요호국립공원 근처에는 골든스카이 브리지라고 협곡 사이에 놓인 흔들 다리를 경험할 수 있는 관광지가 있다.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고 밴프로 돌아오는 길에 에메랄드 호수를 들리면 되니 관광 경로에 추가했다.
까마득한 협곡 위에 흔들 다리가 걸려있는 모습을 보자 남편과 아이들은 신이 나서 소리를 질렀다. 심지어 시부모님도 웃으면서 다리를 건너셨다. 하지만 나는 도무지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다리는 두 개가 설치되어 있어 건너편으로 다리 하나를 건넌 후 작은 산책길을 따라 내려간 후 다른 다리로 건너오는데 시간이 꽤 소요되는 코스라 다리를 건너지 않으면 혼자만 남아 하염없이 일행을 기다려야 했다.
아이들이 용감하게 건너는 걸 보고 용기를 낸 나는 간신히 다리를 건넜다. 다리를 건너는 동안 남편이 자꾸 다리를 흔들며 나를 놀리는 통에 여러 번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지만 그래도 한 걸음이 어렵지, 일단 발걸음을 떼니 생각보다 재밌게 건널 수 있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정말 아찔했던 골든브리지
골든 스카이브리지에서 재밌게 시간을 보낸 후, 우리 가족은 밴프로 오는 길에 요호 국립공원의 보석 에메랄드 호수를 들렀다. 호수 주차장에 차를 댄 후, 호수가 있는 곳으로 향하면서도 우리 앞에 펼쳐질 아름다운 모습을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짙푸른 침엽수림 숲 사이로 드러난 호수의 모습을 멀리서 보며 우리 가족은 이미 감탄의 소리를 내고 있었다.
로키 산맥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는 곳에 에메랄드 빛을 닮은 거대한 호수가 나타났다. 호수가 품은 색상은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다.
꼬맹이 아들도 호수를 보자마자 핸드폰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었다.
호숫가를 산책하며 주위의 장엄한 풍광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몸과 마음이 저절로 힐링되는 기분이었다. 차 위에 카약을 싣고 와서 호수에서 직접 카야킹을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보기엔 아름답지만 깊이를 가늠할 수 없기에 내 기준에서는 호수 위에서 배를 타는 것이 꽤 무섭게 여겨졌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이 호수뿐 아니라 호수란 호수에서는 모두 카약을 하거나 심지어 수영도 하고 있었다. 나는 왜 저렇게 용감하지 못하나 싶은 마음이 살포시 들고, 대자연을 몸으로 마음껏 즐기고 체험하는 사람들이 퍽 부러웠다.
여행 일정을 짤 때 에메랄드 호수에 숙소가 있어서 호수를 바라보며 잠을 자고 싶은 마음에 예약을 하려 했었다. 하지만 방은 이미 모두 예약이 꽉 차 있었다. 이 날은 숙소를 잡지 못한 것이 아쉬웠는데 다른 날에 여러 호수들을 둘러보면서 이 아쉬움은 저절로 해소가 되었다.
호수에서 사진도 찍고 산책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우리 가족은 밴프 시내로 가는 길에 타카카우 폭포를 들렀다. 타카카우 폭포 가는 길은 산을 타고 구불구불 올라가는데 겨울이었다면 절대로 도전하지 않았을 무시무시한 길이었다. 올라갈 때 보다 내려올 때 더 무서웠던 길. ㅜ.ㅜ
에메랄드 호수에서 타카카우 폭포로 가는 경로
사진에는 폭포 규모가 그리 커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 폭포 앞에 서면 규모와 굉음에 놀라게 된다.
드디어 오늘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밴프 시내로 들어오니 시간은 거의 8시가 넘어 있었다. 밴프 시내에 있는 한국식품 마트가 문을 닫기 일보직전이라 부랴부랴 마트로 들어가 컵라면과 한국 과자 등을 샀다. 그리고 난 후 화덕 피자 가게에 들어가 늦은 저녁을 먹었다. 마르게리따와 그리스 식 피자를 시켰는데 처음 도전하는 그리스 식 피자가 예상외로 너무 맛있어서 모두들 깜짝 놀랐다. 여행의 묘미는 바로 이런 예기치 못한 소소한 기쁨에 있는 것 같다.
숙소로 들어오니 어느덧 밤 10시 반. 하루 종일 쉴 틈 없이 돌아다닌 우리 가족은 간신히 세수하고 이를 닦은 후 잠에 빠져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