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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Jun 16. 2024

환상적인 모레인 호수

로키 산맥 여행 3일 차

셋째 날: 밴프 숙소 출발  ----> 모레인 호수 -----> 루이자 호수 ----> 점심 -----> 콜롬비아 아이스필드 -----> 아이스필드 스카이 브리지 ----> 재스퍼 숙소 도착



셋째 날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일정이 빠듯해서 조금 서둘러야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아침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분이 우리가 묵는 선샤인 마운틴 정상이 아름답다고 꼭 산책하라고 권해서 우리는 아침을 먹기 전 산 정상을 산책하기로 했다. 그리고 산책하는 내내 여길 지나쳤으면 어쩔 뻔했느냐고 난리였다.


로키 산맥의 아주 작은 일부분의 능선이지만 초지로 이뤄진 산 정상을 걸으니 로키 특유의 아름다움이 한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산 정상의 곤돌라 타는 곳. 여기서부터 산 능선으로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다.
산꼭대기라 관목이 드문드문할 뿐, 온통 초지인 이곳에서 만난 물망초와 솜양지(확실하진 않음)
선샤인 마운틴이 품은 산정 호수


산정 호수를 바라보는 곳까지 걸어서 약 15분. 전망대에 서자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호수와 침엽수림에 잠시 말을 잃고 연신 사진만 찍었던 것 같다. 관광지가 아니라 이곳 숙소에 묵는 손님만 누릴 수 있어 프라이빗한 느낌도 들었다. 산책 후 짐을 챙긴 후 곤돌라를 타고 주차장으로 내려온 우리 가족은 카페테리아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었다. 


여기서 구운 크로와상이 기가 막혔다.


숙소에서 이제 밴프 국립공원의 꽃 모레인 호수와 루이자 호수를 보기 위해 다시 출발!


루이자 호수는 밴프 시내에서 약 40여분 거리에 있다. 그리고 루이자 호수에서 모레인 호수까지는 또 약 30여분이 소요된다. 개인 차량으로 방문할 수 있지만 모레인 호수는 성수기인 5월부터 10월 말 경까지만 개방하고 있다. 그리고 이때 모레인 호수로는 개인 차량으로 방문이 불가해서 반드시 셔틀을 이용해야 한다. 그런데 성수기 시기에 이 셔틀 예약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이다.


우리 가족 6명을 한 번에 예약하려니 좌석이 없어 계속 예약에 실패했다. 하지만 다행히 하루 전에 잠깐 열리는 현장 예약이 있었다. 이 현장 예약을 위해 나는 굳이 무거운 맥북을 들고 간 것이었다. 아침 7시 55분, 예약 사이트가 열리기 5분 전 미리 알람을 해 놓은 나는 노트북을 열고 초조하게 사이트가 열리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여러 번의 손가락 연습 후에 사이트가 열리자마자 번개 같은 속도로 예약을 했고 다행히 성공! ㅎㅎㅎ


눈물겨운 성공 끝에 우리 가족은 모레인 호수에 갈 수 있었고, 모레인 호수를 보자마자 나는 속으로 감탄했다.


'아, 여길 보려고 이곳 캐나다에 온 것이로구나!'



셔틀버스를 타고 한 시간 반 정도 구불구불 산길을 올라 드디어 모레인 호수에 도착했다. 물이 맑고 하늘과 가까운 모레인 호수는 로키의 다른 호수와 다르게 석회가 없어 에메랄드 색이기보다는 코발트블루에 가까웠다. 실제로 모레인 호수의 아름다움은 사진으로 다 담기지도 않았다.


호수에서 패들보드를 타는 사람들
호수를 보니 발을 아니 담글 수 없다. 온 가족 양말 벗고 출동


백두산 천지처럼 생긴 모레인 호수는 칼데라호인 천지와 다르게 빙하로 만들어진 호수이다. 산정호수처럼 산에 둘러싸인 이 호수의 주위에는 꼭 요정이 살 것 같은 아름다운 침엽수림 숲이 형성되어 있다. 숲을 따라 호수 주위를 빙 둘로 산책을 하면 그 자체로 힐링이 되는 곳이었다. 우리 가족은 모레인 호수 카페에서 빵과 음료수, 커피 등을 사서 점심으로 대체하고, 호수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모레인 호수에서 내려와 밴프의 진주라는 루이자 호수에 갔을 때 솔직히 반향이 덜했다. 모레인이 내 눈을 너무 높여놨기 때문이다. 루이자 호수는 규모가 무척 큰 호수다. 그리고 밴프와 재스퍼 통틀어 가장 관광지 느낌이 나는 곳이기도 하다. 루이자 호수 바로 옆에는 유명한 페어몬트 호텔이 자리하고 있어서 호텔에 들러 커피도 마시고 호텔 상점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사진엔 안 담겼지만 사람이 가장 많았던 루이자 호수. 로키에서 유일하게 관광지 느낌이 나던 곳.



루이자 호수까지 모두 둘러본 우리는 셔틀을 타고 주차장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렌터카를 타고 밴프를 떠나 재스퍼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재스퍼 국립공원이 시작되는 지점에는 콜롬비아 대빙원이라 불리는 커다란 빙하지대가 있어서 가는 길에 이곳을 들르기로 했다. 


밴프에서 재스퍼로 가는 길은 3시간 반 내내 드라이브 자체를 즐기게 한다. 산과 산 사이로 끝도 없이 이어진 도로를 따라가노라면 로키의 속살을 가까이에서 보는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 밴프를 벗어나 재스퍼로 다가갈수록 산세가 바뀌는 것이 신기했다. 밴프는 재스퍼보다 좀 더 아기자기한 느낌이고, 재스퍼의 산세가 더욱 웅장하고 남성적인 데가 있다. 그리고 재스퍼는 밴프보다 인터넷이 더욱 터지지 않는다. 


이 길을 따라 아름다운 호수가 주욱 들어서 있기 때문에 여유만 있다면 호수를 돌아보며 가는 것도 좋다. 우리는 재스퍼에서 밴프로 다시 내려올 때 호수를 몇 군데 둘러보기로 했다. 참고로 이 도로 곳곳에 캠핑장이 있어서 숙소가 아니라 캠핑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천혜의 장소였다. 또 뷰 포인트마다 주차장을 만들어두었기 때문에 중간에 들러 화장실을 이용하고 사진도 찍었다.


재스퍼로 가는 길
재스퍼로 향하면 빙하가 자주 보인다.
밴프에서 콜롬비아 아이스필드 경로
콜롬비아 대평원 관광지 주차장


주차장에 주차를 한 우리는 미리 예약한 티켓을 발권하러 대평원 오피스로 향했다. 오피스 건물 내부에는 스타벅스와 레스토랑, 관광 상품 파는 가게 등이 입점해 있었다. 설상차 운영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우리는 대기하는 동안 식당에서 간단하게 요기했다. 로키 산맥은 해발고도가 높기 때문에 평소보다 훨씬 체력을 요한다. 그러다 보니 배도 더 자주 고파지기도.


오피스에서 셔틀버스로 빙하 아래에 주차되어 있는 설상차로 이동한 후 다시 설상차로 바꿔 타는데 운전기사 아저씨가 빙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가이드처럼 해주기도 했다. 대부분 잘 못 알아들었고 기억나는 건 지구 온난화로 수 만년 쌓여 만들어진 이 빙하가 25년 후면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아! 그리고 드라이버가 비밀이라며 말해준 건데 빙하수를 마시면 20년은 젊어진다며, 자신이 보기엔 40대처럼 보여도 실은 60대라고 너스레를 떨어 승객들 모두 웃었다. 


설상차라 불리는 이 커다란 차를 타고 빙하지대로 이동한다. 빙하라 춥기 때문에 한 여름이어도 얇은 패딩 점퍼 필수
빙하 벌판에 저렇게 맑은 빙하수가 흐른다. 이렇게 맛있는 물은 처음이었다.


빙하 탐험을 마친 후, 셔틀버스를 타고 이번에는 스카이 브리지로 향했다. 스카이 브리지는 콜롬비아 대평원에서 약 5분 정도 가면 되는 거리에 있는데 높이만 8킬로미터가 넘는 거대한 협곡에 유리로 만들어진 다리이다. 체력이 방전된 데다 고소공포증이 있던 나는 결국 스카이 브리지는 포기하고 말았다. 가족들이 찍어온 영상을 보니 역시나 후들후들. 




빙하 체험이 끝난 후 콜롬비아 대평원에서 재스퍼로 향하는데 차의 기름이 거의 바닥이 났다. 재스퍼로 한 시간 반가량 남았지만 중간에 기름이 떨어질까 봐 우리는 오던 길에서 주유소를 본 기억이 나서 차를 돌렸다. 그렇게 약 30분 밴프 방향으로 거슬러 간 후 기름을 넣고 근방의 레스토랑에 들러 저녁을 먹기로 했다.


저녁은 원래 재스퍼 시내에서 먹을 예정이었지만 기름 때문에 일정이 늦어져서 계획에 없던 레스토랑에 들렀다. 현지 음식이 죄다 스테이크에 감자튀김, 시큼한 소스를 얹은 샐러드뿐이라 반신반의하며 들렀지만 음식이 모두 훌륭해 깜짝 놀라며 맛있게 먹었다.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더라도 여행의 묘미는 이런 우연한 발견에 있는 것 같았다. 


밴프에서 재스퍼로 가는 길에 위치한 레스토랑 겸 휴게소
전형적인 캐나다식 식사


저녁을 다 먹으니 어느덧 밤 아홉 시. 레스토랑을 나서는데 멀리 주황빛 석양이 웅장한 석산을 비추고 있었다. 그 풍광이 너무 아름다워 우리 가족은 한동안 주차장에 서서 석양을 구경했다.


저런 색상은 오로지 자연만 만들어내는 것 같다.


밤 열 한시가 다 되어 재스퍼 시내에서 약 40여분 못 미치는 곳에 위치한 선왑타 폴스 록키 마운틴 로지에 드디어 도착했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우리 가족은 간단히 씻고 재빨리 잠자리에 들었다.


솔직히 숙소로 여기는 비추한다. 예약 자체를 늦게 해 재스퍼 시내 숙소에 자리가 없어서 얻은 곳이기도 하지만 싸구려 민박 같은 숙소인데 성수기라고 하루 숙박비가 4성급 호텔에 맞먹는 500불을 넘어가니 너무 억울했다. 

이틀 재스퍼 관광 동안 묵게 된 숙소
숙소는 모두 통나무 집으로 이뤄진 독채.



로키산맥 여행 팁 2: 로키 산맥 곳곳은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는다. 따라서 사전에 구글맵을 핸드폰에 다운로드하는 것이 좋다. 숙소에서도 와이파이 속도는 거북이처럼 느려터지므로 필요한 검색은 미리미리 해 오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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