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4월초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부모님의 여름 휴가 일정이 나왔다. 우리 가족이 캐나다에 머무는 동안 시댁과 친정 식구들 모두 캐나다에 오기를 눈이 빠지게 기다리는 중이었다.
죽기전에 꼭 한번 봐야 한다는 나이아가라 폭포가 집에서 두시간 거리에 있고, 7시간을 더 운전하면 몬트리올, 거기에서 조금 더 운전해 올라가면 퀘벡이다. 땅덩어리가 워낙 큰 캐나다에서 7시간 운전해서 갈 수 있는 여행지면 몸 사리지 말고 무조건 가야 하는 법!
하지만 캐나다에 올 때 다른 곳은 못 가더라도 반드시 꼭 방문하고 싶은 곳이 바로 로키 산맥이었다. 캐나다와 미국에 걸쳐 형성된 로키 산맥에는 수 많은 국립공원이 있지만 밴프와 재스퍼가 가장 유명하다. 바로 그 밴프와 재스퍼는 나의 오래된 버킷 리스트였다. 하지만 우리집에서 밴프까지는 무려 3,230킬로미터. 구글맵이 알려주길 차로 서른세시간이 걸린단다. 그러니 보통은 이 근처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캘거리 공항에서 내려 캔모어를 경우해 밴프 시내로 들어간다. 비행 시간은 4시간이다.
밴프를 가려면 미국을 통과하라고 구글이가 알려주네...;;;
그러니까 같은 캐나다에 살지만 로키 산맥은 워낙 먼 곳이라 여행을 가려면 큰 마음을 먹어야 하는 곳인데 우리 네가족만 가기에는 아쉬움이 컸다. 그런데 시부모님이 캐나다 방문을 위해 3주휴가를 내셨고, 마지막 한주에는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형님(시누이)이 합류한다고 하니 여행 장소가 저절로 정해졌다. 산과 자연을 좋아하시는 시부모님과는 로키 산맥을, 그리고 멋쟁이 형님이 오면몬트리올, 퀘벡 그리고 나이아가라 폭포 등으로 결정했다.
여행지를 정하고 계획을 세우는 일은 항상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밴프와 재스퍼의 주요 관광 스폿을 검색한 후 일정을 대강 짜고 숙소를 검색했다. 하지만 4월 초순에 밴프 일정을 짜는 건 이미 늦었다는 걸 이틀만에 깨달았다. 별점이 높은 숙소들 위주로 검색한 후 예약 사이트에 들어가니 숙소 대부분 예약이 마감되어 있었다. 헉! 안돼~~
성수기(7~8월)의 밴프와 재스퍼는 캐나다에서 물가가 가장 사악한 관광지로 돌변한다. 4월이나 5월보다 7~8월 숙소 가격이 거의 세 배 이상 올라간다. 4월에 3성급 호텔이 20만원 선에 형성된 반면에 7월에는 60만원대의 가격으로 형성된 걸 보고 오마이갓을 수도 없이 외쳤다. 만일 밴프-재스퍼 여행을 저렴하게 준비한다면 기간을 5월로 추천하고 싶다. 하지만 밴프의 꽃 모레인 호수를 방문하려면 6월부터 오픈된다고 하니 참고 하시길...
로키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레이크 모레인
가장 가고 싶은 모레인 호수는 개인 차량 출입은 통제되고 반드시 셔틀을 이용해야 하는데 6월에 셔틀을 예약하러 들어갔다가 낭패를 봤다. 4월에 숙소를 정할 때 미리 예약하지 않은 걸 꽤 후회했다. 하지만 다행히 한번의 기회가 더 남아 있긴 하다. 방문 일정 이틀 전에 셔틀 예약이 열리는데 이 때 번개와 같은 속도로 예약을 해야 한다.
숙소 대부분 예약이 차서 기존에 세운 여행 경로는 대폭 수정되었다. 여행 일정은 저절로 숙소를 기점으로 짤 수 밖에 없었다. 남편과 나는 48시간동안 폭풍검색하여 일단 예약이 되는 숙소를 컨택했다. 밴프 시내의 괜찮은 호텔은 물론 괜찮지 않은 숙소들까지 4월 초에 이미 자리가 꽉 찬 상태라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위치의 호텔을 간신히 예약할 수 있었다. 로키 여행은 5박6일의 일정이라 이틀은 밴프 근처에서 나머지 이틀은 재스퍼 근처 그리고 마지막 날은 캘거리로 정해졌다.
밴프는 시내에서 약 30킬로 떨어진 곳에, 재스퍼는 50여킬로 떨어진 숙소만 예약이 가능했다. 캘거리는 밴프와 재스퍼보다는 컨택이 수월했다. 그리고 숙박 가격도 저렴해서 재스퍼와 밴프의 숙박비가 4인가족 1인실 기준 50만원~60만원대인데 반해 10만원대 후반으로 예약할 수 있었다. 물론 Tax를 포함하면 가격은 더 오르게 된다.
밴프 시내에 숙소를 잡지 못하는 경우에는 캘거리와 밴프의 중간에 있는 캔모어에서 많이 숙박한다. 캔모어가 밴프보다 숙소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많이 이용하지만 7월의 캔모어 역시 숙박비용은 밴프 시내와 별 차이가 없어 깜짝 놀랐다.
숙소가 정해지면 그 다음으로는 식당을 찾아야 하는데 식당은 검색의 달인 남편이 찾아주었다. 밴프는 워낙 유명한 관광지이다 보니 맛집이 많은 편이다. 스테이크 맛집, 피자 맛집, 스시 맛집, 피자 맛집 등등 하지만 한식 없이 6일을 버틴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한국인이다 보니 햇반, 김, 김치, 고추참치 등 비상식량을 챙겨 가기로 했다.
한국에서 들어오시기 한달전부터 시어머니와 형님이 필요한 게 무엇이냐고 물어봐주셨다. 캐나다는 한국식품이 꽤 비싼데 특히 건어물류가 무척 비싼 편이다. 그래서 멸치, 건새우, 마른 오징어, 진미채, 김과 같은 건어물 그리고 캐나다에서 구하기 힘든 아이들 읽을 책과 공책(캐나다는 영어쓰기 노트가 없다...), 염색약, 퍼머약을 부탁드렸다. 참,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 오*기 수프도 부탁드렸는데 한국에서는 천원대에 살 수 있는 이 수프가 캐나다에서는 거의 4천원대이니 도저히 사 먹을 수가 없다. 한국 과자도 한봉지에 7천원, 8천원...
그리고 경량패딩과 바람막이 점퍼를 꼭 가져 오시라 말씀드렸다. 7월의 캐나다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무척 덥긴 하지만 빙하를 구경하는 산에 오르면 꽤 춥다는 이야길 들었기 때문이다. 시부모님 입국 이주일전부터 캐나다 날씨가 하수상했다. 우리 동네는 2주 내내 비가 엄청 쏟아졌다. 그때는 한국도 물난리로 시끄러운 시절이었다. 게다가 우리의 여행 기간동안 로키산맥에 비 소식이 있어 마음이 초조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