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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꿈 Nov 03. 2019

너는 그렇게 잘난 아이였니?

스스로를 돌아보다

 종종 아이들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다. 분명 1분 전에 잘못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도 불구하고 또다시 같은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 놀잇감을 많이 꺼내놓고 정리하기 힘들어하면서 또다시 바닥에 잔뜩 벌여두는 경우. 발표를 할 때 하고 싶다고 손을 들어놓고는 그저 짧은 말 한마디라도 좋을 텐데 꾹 입을 다물고 있는 경우. 낮잠을 잘 자고 일어나서 느닷없이 우는 경우 등등..


 그러다가도 나는 뭐 그렇게 잘난 아이였나 하고는 허허 웃게 되기도 한다.

 아빠의 말에 의하면 나는 7살 때까지도 엄지손가락을 너무 빨아서 손가락 껍질이 다 벗겨질 정도였다고 한다. (물론, 지금 내 엄지손가락은 아주 멀쩡하다.) 엄마의 말에 의하면 어느 날 낮잠을 자고 일어나 우는 나를 보고 하도 어이가 없어 하염없이 앉아 지켜보기만 한 적도 있다고 한다. (내 기억으론 9살쯤에도 낮잠을 자고 일어나 괜스레 서글퍼졌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좀 컸다고 울지는 않았다.) 동생과 방 안 가득 장난감을 늘어놓고 놀다가 실수로 장난감을 발로 밟은 엄마가 크게 화를 내며 고함을 친 적도 있다. 집 안에 있는 책을 죄다 펼쳐 커다란 성을 만들기도 했고, 집 안 벽에다 낙서를 해 놓기도 했다. 어느 날에는 내가 없는 틈에 동생이 내가 평소 아끼던 금색, 은색 크레파스를 쓰는 바람에 화를 낸 적도 있다. 그 자리에 있던 엄마는 동생이 좀 쓰면 어떠냐고 했지만 그 날 내내 분이 풀리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어른들이 심부름을 시켰을 때 엉뚱한 물건을 갖다 주기도 했다. (예를 들면 과일 담을 그릇을 가지고 오라고 했을 때 접시가 아닌 바가지를 가져다준다거나 하는.) 심부름을 다녀 올 만 원짜리 지폐를 하수구에 빠트린 적도 있고, 놀이터에 가방이나 지갑을 자주 놓고 와서 잃어버리기도 했다.

 이밖에도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무수한 일들이 있었을 것이다.

 이것만 보아도 지금 우리 아이들은 그때의 나보다는 훨씬 정리정돈을 잘하고, 심부름을 척척 해내고, 씩씩하기도 하며, 손가락 빨기와 같은  좋은 버릇을 금방 고치곤 한다. 그뿐인가, 나는 10살까지도 가위질하는    되어서  종이가 삐뚤빼뚤했는데 어떤 아이들은 5, 6살만 되어도 가위질을 기가 막히게 잘한다. 나는 9  구구단 외우는 것을 무척 힘들어했다. 그래서 구구단 시험을 보는  교실 앞문에 서서 한참을 들어가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한글도 학교에 들어가기 직전부터 엄마와 따라 쓰기를 하면서 조금씩 익혔다. 역시 받아쓰기 100 맞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확실히 지금의 아이들은 수나 언어적인 부분도 빠르게 익히는  같다.


 아이들은 그냥 아이들답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뿐이다.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 나는 아이 시절에 더 하면 더 했지, 어찌 보면 지금 우리 아이들은 안타까울 만큼 의젓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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