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이 묻어나는 가족이 되길
너에게 물어보기에는 조금 웃길 수도 있는 질문이지만 너는 어떤 아빠가 좋을 것 같니? 너와도 함께 살아야 할 사람인데 할 수만 있다면 너에게도 물어보고 싶다. 자식들은 부모를 선택할 수가 없으니 그래서 더 철없이 원망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 어떻게 보면 자식들은 자신을 태어나게 하고, 키워주는 부모님을 무조건적으로 따라야만 하잖아.
다시, 본래의 질문으로 돌아와서-
엄마에게는 남편이 될 사람이고, 너에게는 아빠가 될 사람인데 무엇보다 신중하게 생각해 볼 일이라고 생각해. 흔히 사람들은 가정적인 남자가 좋다고들 해. 가정적인 남자가 어떤 남자를 말하는 거냐고? 사람들마다 생각하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선은 무언가를 결정해야 할 때 가정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아닐까? 그 말은 곧 자신의 가정에 대해 애착이 있고, 책임감이 강하다는 뜻이잖아. 남자는 다른 것보다 책임감이 강해야 한다고 하던데 그것이 곧 가정에 대한 책임으로 이어져서 그런 건가 봐.
사람들은 좋은 아빠를 지칭할 때 자상한 사람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해. 차분히 이야기를 들어줄 줄 알고, 자신의 감정만을 앞세우지 않는 그런 사람 말이야. 집안일 때문에 자주 싸우기도 한다던데 부디 평화로운 집안 분위기가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그럴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는 아빠가 될 사람을 만나야겠어, 그렇지?
한 번 생각해 보렴. 너에게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엄마, 아빠가 좋을지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엄마도 자식 입장에서는 부모님을 선택할 수 없다는 것에서 좀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어. 너무 무조건적이지 않니? 나중에 네가 이런 이야기를 할까 봐 좀 걱정스럽기도 하네. 그 이야기에 대해서 엄마는 할 말이 없거든. 충분히 공감하기 때문이야. 그래도 이 세상에서 너를 제일 위하고, 아무런 조건을 달지 않은 채 너의 행복을 빌어주는 사람은 바로 엄마와 아빠일 거야.
엄마는 아직 결혼생활을 해 보지 않아서 나보다 먼저 엄마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주 들여다보려고 해. 어여쁘고, 당당한 젊은 여자가 곧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을 뭐라 말해야 좋을까. 그런데 한 여자가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에 있어서 그 옆에 아빠가 되어가는 한 남자도 있어. 그런데 작고 여린 아가를 돌보고, 키우는 과정에서 그 사실을 너무도 쉽게 잊어버리는 것 같아. 나도 너를 키우면서 인간적으로, 본능적으로 힘든 순간들이 찾아오겠지? 그때는 나의 아픔과 힘겨움만 크게 다가올 것이고.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일들이 아빠가 되어가는 한 남자에 대한 원망으로 이어질지도 모르겠어.
엄마는 말이야, 그런 힘든 순간들을 묵묵히 함께 버텨낼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 네가 자라날 보금자리를 꾸려나간다는 것이 얼마나 큰일인지 실감은 나지 않지만, 엄마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역시 위대한 일인 것 같아. 겉으로 보아서는 누구나 해내는 일상적인 일로 보였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더라. 나도 잘 해낼 수 있겠지?
엄마는 아빠의 입장에서 쓴 책들도 여러 권 읽어보았는데 그런 책을 읽은 지는 그렇게 오래되지가 않았어. 나도 스스로 생각해 보다 새삼 놀랐지 뭐니. 주변을 돌아보면 드라마나 영화, 책 등등 ‘엄마’를 소재로 하는 작품들이 참 많아. 사람들은 그런 작품들을 접하며 자신의 엄마를 떠올리고, 눈물을 짓곤 하지. 그런데 ‘아빠’를 소재로 하는 작품들은 그에 비하면 많지가 않은 것 같아. 우리가 사는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가부장적인 분위기가 이어져 내려온 탓인지 아빠에 대한 이미지는 아직까지 무뚝뚝하고, 굳건한 이미지로 자리 잡혀 있는지도 모르겠어.
그래도 시간이 흐를수록 그런 이미지가 많이 변화되고 있어서 다행이야. 요즘 TV에서 방영되는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하는 경우가 많거든. 조금만 더 지나면 많은 사람들이 ‘아빠’에 대한 이미지도 따뜻함으로 느끼고, 많은 예술작품 속에서도 아빠의 그런 따뜻함과 희생정신이 묻어나리라 믿어. 엄마도 한 여자인 것처럼 아빠 또한 한 남자인 것을 잊지 말아야지.
아가야, 우리 같이 ‘아빠’의 자리도 존중하기로 약속하자. 네가 어느 정도 자라고, 엄마가 불현듯 이 약속을 잊어버린 것 같으면 슬쩍 이야기해 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