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어린 시절을 선물해 줄게
만약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나면 어떤 것들을 함께하고 싶을까? 어느 순간에는 너와 함께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게 되었어. 네가 조금씩 자라날 때마다 그 시기여야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 것 같아. 네가 3살이 되었을 때 함께할 수 있는 일, 8살이 되었을 때 함께할 수 있는 일, 또 15살, 20살이 되었을 때 함께할 수 있는 일. 너의 나이에 맞게, 그 눈높이에 맞추어 함께할 수 있는 일들이 분명 있을 거야. 또 네가 남자아이인지, 여자 아이인지에 따라서도 달라지겠지.
엄마는 우선 너와 이곳저곳 놀러 다니고 싶어. 이미 엄마가 가 본 곳이더라도 너와 함께 간다면 또 새로운 곳이 될 거야. 갯벌에도 가보고, 산에도 가보고, 썰매장이나 수영장에도 가보는 거야. 네가 조금 더 자라면 전시회나 음악회에도 가보고 싶어. 요즘은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있더라고. 그리고 너와 예쁜 옷도 같이 맞춰서 입고 싶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고, 사진도 예쁘게 찍어서 추억으로 남기고 싶어. 엄마는 글을 쓰고, 너는 책을 읽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을까?
꼭 특별한 것이 아니어도 너의 손을 잡고 집 앞을 산책하거나 가까운 곳에 드라이브를 가고, 도시락을 싸서 공원에서 나누어 먹는 거야. 그것만으로도 좋은 추억이 될 수 있겠지. 너에게 장난감을 사 주고 그것을 함께 가지고 놀아보고도 싶어. 가끔씩은 너와 아빠 둘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분명 엄마와 둘이 함께 있는 시간과는 또 다른 의미일 테니까. 엄마는 그런 시간도 충분히 존중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엄마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서 꾀부리는 건 절대 아니야!)
엄마는 너의 친구들도 궁금해지겠지. 너는 어떤 친구들과 어울리는지, 그 친구들 중에서도 누구를 제일 가깝게 생각하는지 정말 많이 궁금할 거야. 엄마에게 너의 친구들을 꼭 소개해주렴. 우리 집에 초대해 친구들에게 맛있는 간식을 만들어주고 싶기도 해. 엄마는 어릴 적에 친구 집에 놀러 가서 아주머니가 해 주시는 간식을 친구와 함께 나누어먹는 것이 참 좋았어. 너도 친한 친구를 데려와 함께 간식을 나누어먹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어보는 건 어때? 엄마는 너희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줄 수 있단다.
아가야, 엄마는 이렇게 너와 함께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 그렇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어.
네가 자라면서 하고 싶은 것들을
꼭 해 보는 거야.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렴. 네가 하고 싶은 일들 중에서 지금이나 가까운 미래에 할 수 있는 일을 한 가지씩 해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그렇지 않으면 항상 후회가 남거든. 후회가 남는다는 건 마음속에 구멍을 뚫는 것과 같더라. 그건 평생 동안 채울 수 없는 구멍이지. 시간은 두 번 다시 되돌릴 수 없으니까. 하고 싶은 일도 하고, 그때 꼭 해야만 하는 일도 하면서 후회할 일을 줄여보는 것이 좋아. 네가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서 엄마는 무엇이든 해주고 싶을 테지만 모든 것을 다 해 주기에는 분명 어려움이 있겠지.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함께 이야기 나누어 보도록 하자.
엄마는 어린아이들이 반려동물을 대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는데 알레르기 같은 문제가 있을 수도 있으니 이건 좀 두고 보아야겠다. 세상에는 사람들만 사는 게 아니란다. 사람들 말고도 수많은 동식물들이 함께 살고 있지. 어릴 적부터 동식물을 가까이해보는 건 정말 좋은 경험인 것 같아. 살아있음을 직접 느낄 수 있고, 생명의 소중함을 어렴풋이 깨우칠 수도 있다고 생각해.
엄마도 어른이 되면서 점점 그런 것들을 가까이하게 되질 않아. 당장 일을 하고, 공부하는 것에만 바빠서 주변을 돌아볼 새가 없다고 해도 다 핑계에 불과하겠지. 그나마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꽃놀이를 가거나 단풍놀이를 가는 정도야. 동물원에 가도 재미가 있어. 동물들의 생김새가 신기하고, 귀엽기도 하거든.
너와 함께한다면 사소하게 지나쳤던 주변도 다시 한번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겠지?
조그맣게 기어가는 개미도, 훨훨 날아다니는 나비도, 길 가에 피어있는 작은 들풀도 너에게는 모두 새롭고 신기할 터인데. 나도 너와 함께 새롭게 들여다보곤 하겠지.
아가야, 엄마와 함께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이야기하렴. 언제든 너와 함께 무언가를 한다면 엄마는 무척 반가울 거야. 엄마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들이 있을 수도 있고. 뭐, 꼭 무언가를 해야만 할까.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때가 있을 텐데. 네가 자라나면서 힘이 들고, 지칠 때 엄마를 찾아 위안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엄마는 고마운 마음이 들 거야. 그래, 이제야 엄마답다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하며 세상에서 처음 느껴보는 그런 기분 속에 한참을 빠져있을지도 몰라.
엄마는 너와 여러 가지를 함께하면서 너의 미래를 어렴풋이 내다보기도 하겠지. 요즘 엄마는 세상에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느껴. 자신이 해내고 싶은 일에 대한 간절함으로, 매일을 투철하게, 노력으로 시간을 가득 채우며 보내고 있는 것을 알아. 그러기에 나 또한 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을 해. 스스로 게을러지지는 않을까 늘 경계하고 있지. 미래를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서, 지금보다는 더 편하게 지내기 위해서 사람들은 현재를 열심히 살아. 우리 아이도 언젠가 하고 싶은 일이 생기고, 그것을 해내기 위해서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걸 보면 그보다 뿌듯한 일이 있을까?
아가야, 엄마는 너에게 많은 것을 경험하게 해 주고 싶어. 그리고 그 안에서 네가 하고 싶은 것들을 찾아갈 수 있기를 바란단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모른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어.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고, 언젠가는 그 일을 해내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진다면 조금 더 생기 있고, 활기찬 인생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너에게 그런 인생을 선물해 줄 수 있다면 얼마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