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나와 함께해 주겠니?
임신과 출산이라는 말은 아직 나에게 너무 멀게만 느껴지지만 언젠가는 겪게 될 과정일 거야.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다가 만약 너를 만나지 못하게 된다면 어떨지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아무래도 요목조목 나를 닮은 작고 귀여운 너의 모습을 보고 싶은데 마음처럼 쉽지 않다면 말이야. 그런 생각이 불현듯 들면서 위기감이 엄습하고, 새삼 모든 엄마들이 위대해 보이더라. 그분들은 모두 그런 과정들을 거쳐 온 분들이잖아. 아이를 낳고, 기른다는 건 역시 위대한 일이야.
갈수록 난임과 불임으로 힘들어하는 부부들이 많아진다고 해. 그래서 시험관아기를 통해 만나고자 하기도 하고, 입양을 선택하는 부부들도 있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기를 만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 건가, 싶기도 해. 꼭 아이를 직접 낳아야만 부모가 되는 것도 아니야.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있지만 그 말이 곧 정설은 아니라는 걸 엄마도 깨닫게 되었어.
어떤 사람들은 아이를 낳아 기르는 대신 자신의 삶에 투자하면서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어. 그것도 자신의 가치관에 따른 선택이니 존중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리고 그만의 장점과 단점이 있기 마련이야. 엄마도 한 번쯤은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데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 엄마는 너를 꼭 만나고 싶단다. 아마도 많은 것을 감수해야 할 거고, 생각보다 여러 가지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엄마는 너를 선택하려고 해. 다른 무엇에서도 느낄 수 없는 것들을 너에게서 느낄 수 있을 것이고, 오로지 너이기 때문에 사소한 것들도 특별해지는 마법을 경험해보고 싶어.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그와 함께 무언가를 꾸려나가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 기대가 되기도 해. 아무래도 너를 만나겠다는 결정의 가장 큰 부분은 너의 아빠가 될 사람에 달려있기도 하겠지?
엄마가 잠시 잊었던 일인데 아주 오래전부터 화목하고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싶어 했던 것 같아.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울타리가 아닌 나와 또 한 명의 사람이 함께 만든 울타리 속에서 아이들이 까르르 웃고, 무럭무럭 자라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했었어. 그 울타리 속에서 서로에게 행복을 주고, 상처도 주었다가 다시 웃고 또 울기를 반복하면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추억을 쌓고 있겠지. 그렇게 시간이 아득히 흐르면 그만큼 추억도 아른거리곤 할 거야.
만약 너와 함께하게 된다면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을까? 아주 어린 너를 데리고 다니며 예쁜 옷도 사주고 싶고, 엄마가 가지고 놀기에는 유치한 장난감을 사 주고는 너를 빌미로 장난감 놀이를 재미있게 하고 싶기도 해. 그리고 너와 함께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싶어. 봄이 되면 꽃놀이를 하고, 여름이 되면 물놀이를 하고, 가을이 되면 단풍구경을 가고, 겨울이 되면 쌓인 눈을 밟으며 눈사람을 만드는 것이지. 그렇게 사계절을 보낼 때마다 네가 불쑥 자라나는 걸 느끼게 되겠지.
네가 좀 더 자라고 나면 엄마와 함께 하는 걸 귀찮아할 테지? 엄마나 아빠보다는 친구를 먼저 찾게 될 거야. 그런 순간이 서운하게 느껴지겠지만 그 시기의 너는 이런 엄마, 아빠의 마음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고.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다니며 큰 사고만 없었으면 좋겠다 싶다가도 한 번쯤은 엄마, 아빠를 돌아봐 주었으면 하는 욕심이 생기곤 하겠지.
그런데 말이야.
이 모든 것들은 전부
네가 내 옆에 와 주어야만 가능한 것들이야.
그렇지 않으면 저런 고민조차 헛된 꿈으로 그칠 뿐이지. 때로는 옆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느낄 때가 있겠지? 특히 곤히 자고 있는 너의 모습을 볼 때 여러 가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갈 것 같아. 부모님들은 자고 있는 자식의 모습을 들여다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지금도 궁금해. 이 궁금증은 네가 해결해 줘. 오직 너만이 해결해 줄 수 있지.
네가 처음 걸음마를 뗄 때, 얼마나 벅찬 기분이 들까? 내가 해 준 음식을 오물오물 잘 받아먹을 때, 그 입모양을 바라보면서 나도 모르게 배가 부르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까? 조그마한 네가 나의 손을 잡고 세상 모든 것을 두리번거리며 알아갈 때, 그 모습을 바라보며 흐뭇한 표정을 짓게 될까? 장난감이 한가득 진열된 마트에서 투정을 부릴 때, 나도 진땀을 뻘뻘 흘리게 될까?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열감기로 고생할 때, 차라리 내가 대신 아팠으면 하고 어느새 마음속으로 기도를 하고 있을까? 친한 친구와 다투어서 속상해할 때, 너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여줄 수 있을까?
이 모든 것들은 너에게로부터, 꼭 너여야만 하는 일들이야. 네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할 수 있지. 엄마는 너를 대하면서 난생처음 느껴보는 여러 가지 감정을 익히게 될 거야. 그리고 그 감정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터득하게 되겠지.
아가야, 이 사실을 언젠가는 네가 알 수 있을까? 네가 가진 힘은 생각보다도 아주 크다는 것을 말이야. 오로지 너이기 때문에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말이야. 엄마는 이렇게 너와 함께할 모든 순간들을 기다리고 있어.
그러니 나와 함께 해 주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