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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누군가는 얻고 싶은 자리

by 글꿈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살아가면서 누군가의 자리를 뺏는 경쟁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지. 우리는 태어나려는 그 순간부터 늘 경쟁하며 살아오지 않았나요? 그것이 생태계의 자연스러운 원리이고 체계이니까요. 저는 이 브런치북을 연재하는 내내 고민에 빠졌습니다. 분명 누군가는 나의 자리를 얻고 싶어도 얻지 못해 슬픔과 절망에 빠져있을 텐데요. 그 생각을 하면 이렇게 박차고 나가고 싶다는 생각조차 배부른 소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로도 배부른 소리를 하는 거라 스스로 생각하기도 하고요. 인간은 과거를 망각하는 동물이니까요. 그렇게 힘든 시간을 다 견디고 얻어낸 자리이면서 조금 힘들고 회의감 든다고 놓아버릴 생각을 다 하고 말이에요. 줄곧 써왔듯이 일종의 투정 같은 거겠죠. 아니면 또 다른 길로 나아갈 발판일까요?


제가 이 생각이 들며 기분이 살짝 가라앉았던 이유는 sns 때문입니다. 앞에서 저는 생전 하지도 않던 공개적인 sns활동을 시작했음을 밝혔습니다. 특히 스레드를 기반으로 팔로워 수를 늘려가고 있었죠. 브런치 연재글을 쓰고 있는 사이에 2천 명대로 더 늘어났고요. 그런데 말이죠, sns에서는 팔로워 수가 곧 영향력이자 인정받는 기준치가 되고 이걸 좋은 동기부여로 생각하고 나아가면 좋지만 그 과정에서 소외감을 느끼기도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물론 저도 특정 주제를 잡아서 활동을 몇 개월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지속적으로 이어왔기에 지금의 성장을 이루긴 했지만 이 스레드 세계에서도 그들만이 뭉치는 어떤 그룹이 형성되어 있다는 느낌이 어느 순간부터 들더라고요. 그리고 누군가는 그룹 안에 합류하고 싶어 하고, 그 기준치에 맞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죠. 글쎄요, 마침 드라마 <청담국제고등학교>를 보고 난 후라서 그런지 저마다 다이아 6 멤버에 들어가려고 애쓰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막상 그룹에 들어갔다고 해서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도 아니고요. 오히려 저는 능력은 좋으나 파묻혀있는, 이제 막 성장 중인 그런 친구들이 더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임용고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얻어낸 공립유치원교사, 공무원이라는 신분을 누군가는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해 괴로워했을 걸 알기에 그런 사회구조를 생각하면 자본주의란 참 냉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모두가 공정한 기회를 가지고 노력을 바탕으로 성과를 이루어내는 것이고 그래야만 개인과 국가가 성장하기에 자본주의체제를 다른 무엇도 대체할 수가 없는 거겠죠. 그럼에도 인간적으로는 모두가 힘겨운 경쟁에서 벗어나 있을 수 없을까, 실현되지도 않을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렇잖아요, 엄밀히 말해서 제가 어떤 자리를 얻기 위해서는 남이 갈 수도 있는 자리를 제 것으로 만들어야만 하는 구조이니까요. 나는 되고, 너는 안 돼. 얼마나 단호하고 냉정한 경쟁인가요.


이런 상황 속에서 서로가 배려하고, 양보하면서 연대할 수 있는 분위기가 과연 형성될 수 있을까요? 자꾸만 개인주의가 강해지는 것은 바로 이러한 배경 때문일겁니다. 제가 계속해서 글을 쓰는 이유 또한, 성취지향적인 성격 탓에 혹여 인간다움을 잃게 되지는 않을까 노파심이 들어서입니다. 글로써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달려나아가더라도 책과 글은 자꾸만 겸손하게 만들고, 마음과 관계를 돌아보게 합니다. 아마도 모두가 책을 읽고 일기 한 줄이라도 써야 하는 분명한 이유일 거예요. 누군가는 얻고 싶은 자리, 오늘도 저는 이렇게 반성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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