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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현성 Nov 14. 2022

시골 동사무소

작은 시골이었다. 미연과 미희는 어릴 적부터 친했고 어떤 일은 축복이 가능했다. 예를 들면 상담을 시작했다는 거. 언젠가 이불 밖으로 꺼내둔 두 발을 미희는 잃어버렸고 그림자들이 자신의 발을 내어준 끝에 간신히 출근할 수 있었다. 이렇게 갑자기 신성해지면 곤란해요. 공장 상사에게 며칠의 안식일을 받고 미희는 해외여행을 그림자들과 가기로 했다. 

     

다만     


국적을 박탈당한 미희의 그림자는 뼈로 쌓은 젠가를 무너트리는 행패를 부리고 있다. 화분은 깨질 예정이다. 동사무소에서 예언가로 일하는 미연은 어쨌든 이야기엔 없다고, 계속 주장 중이다.     

세상엔 무해한 예시들이 가득했다. 창문밖엔 빛들끼리 자기 몸을 캐치볼 삼아 던져지고 있다.      

미연, 너는 무료로 일하는 게 아니지 않나.      


우리의 싸움이 법적 문제까지 갔으면 좋겠어. 미희는 울며 말했다. 그림자들은 여전히 행패를   

  

미연은 무심히 기계적 생체에 대해 생각했다. 어쨌든, 미희 너는 외국에서 생일을 맞이하는 이야기는 있지만, 저 그림자는 없어.     


미연. 우리 친구잖아.

미희, 그게 언제부터인지 서류 떼올 수 있어?     


화분은 깨질 예정이다. 소장이 결정했고 소장이 직접 깨트리면 되는 일이다. 미연은 그것을 이해했다.      


소소한 예지력으로 이 상황 예측했을 거 아냐?     


내일 태어날 사람들의 이름 정도 예측해서 미리 국가적 차원의 서비스를 제공할 뿐이야. 서류는 귀찮은 거니까. 그 외에는 나도 몰라.     


예언에 미희의 이름이 없는 건 사실이었다. 옆에 앉은 미연의 선배가 “미희의 그림자들은 사람들에게 전체관람가가 아님으로 외국으로 출국이 불가하다.”라는 서류를 건네주었다.     


봐봐. 그렇다잖아.     


그럼 왜 이중 여권이 나왔는지 설명해줘. 아니면 점심시간까지 가만두지 않고 사랑해주겠어.       

공익근무요원이 젠가를 다시 쌓고 그림자들이 무너트리고 반복되고 빛은 왔다갔다. 무료한     


미희와 미연은 같이 점심을 먹었다. 여전히 사랑해? 점심시간까지만. 그런 정도야. 너에 대한 건 이야기에서 그뿐이야. 공무원법상 더 알려줄 수는 없어. 원래 어디로 가기로 했는데? 노르웨이. 무늬의 발생지마다 적당히 슬퍼하려 했어. 그것도 이야기엔 있어. 난 근로법을 적용받지 않아. 신발을 만들 뿐이니까. 저기, 동사무소 뒤편 언덕의 공장에서 말이야. 내가 만든 신발을 그림자와 같이 신고 노르웨이에 가서, 절벽으로 향하는 그네를 탈 생각이었어. 그것도 알아. 아는데 왜 이중 여권이 나온 거지.      


별명은 예지력이 아니지만, 미희, 미희망상이라는 별명 어때.

사랑해주는 거야?

그건 아닐 거야. 서류 상 없는 내용이니까.     


그것이 미연의 탓은 아니었다. 

어쨌든 거기까진 예언이 맞으니까.      


몰라. 그거 알아? 화분은 곧 깨질 예정이야. 거기엔 작은 동물을 묻어주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지만 흙은 기름질거야. 오늘 중으로 소장이 그걸 깨트린다고 했어. 소장이 정했어. 난 계약직 공무원이고, 바꿀 수 없는 일이 있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축복해주는 일 뿐이야.      


1시. 미희는 의자에 앉아 해당 부서에 전화를 하고, 글러브 모양의 구름이 빛을 놓치고 저 빛이 광속에 가까운 기억과 유사하면, 그림자는 기억의…. 모르겠다. 어제 읽은 책에서 기계적 생체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선배는 귓속말로 ‘아까 그 서류 방금 만든 거짓말이야’라고 말했다. 공익근무요원이 지친 그림자를 빗자루로 쓸고 있었다.      


알아요. 다. 그냥 다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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