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는 자기중복도 가지가지네 _화
그을려진 유령이
어항 속에 몸을 닦아내 물은 몽롱하게 탁했다.
그 와중에 인간이 되고 싶었다는 게, 그게 내 대표적인 위선작이라고, 네가 말했다. 몽롱함 속에서였다. 더 깊은 곳일 수도 있겠으나,
여전히 아리송한 말이었고, 유령이 왜 내 집에 있는지는 알 수 없고 다만, 캘리포니아에서 대표적인 인간으론 네가 좋을 것도 같았다. 부차적인 인간으론 이라가.
자기가 중복되어서 말투가 제곱이 되어 버렸다.
어, 어, 사람은 사람을 만들지. 근데 왜 아는 사람은 못 만들지? 어, 어. 사람은 사람…
이라고 떠드는 유령을, 이라라고… 어쩔 수 없었다. 이라는 종결어미라서 앞 얘기를 잡을 순 없으니까.
결국 …의 가능성과
몽롱에서 놀래? 라는 싫다고. 아니, 이라는 싫다고
그러나
네가 만든 이라가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을 적어 왔다.
틀림없는 손가락으로 틀림없는 일들을.
“인간을 만지고 싶다…라……”
등의
틀림없이 해낼 일들을. 가능성을 적어왔다.
몽롱한 얼굴만의 잠수. 유령이 맑다. 맑다는 건 어항이 물고기를 앓는 것이었나.
흰 정강이뼈로 형광등을 갈고
몸이 깨끗해지는 아픔도 있냐고. 싸움이 끝나면 물고기는 죽어. 투닥투닥. 이라와 네가 서로의 일부를 뜯어 서로에게 붙인다. 서로의 유실이 비례하면서, 부푼다.
뭐가.
유령.
더 묽게 맑은 정신으로, 유령이 부푼다. 풍선처럼 부풀다가 펑하고 터져서 사라지는
이 불능의 몸을 팝니다.
몽매함. 몽롱보다 몽매하다. 근데, 유령이 우리 집에 너무 대충있다. 인테리어랑 전혀 안 어울려.
몰라 나도.
죽어서라도 유명한 유령이 되고 싶었나보지.
이상하다.
뭐가.
유령이 왜 죽어서라도 유명한, 옆에 붙지… 그러니까 …이라는 아니 ‘유령이 되고’라는... 아니 이라는 왜 자꾸. 이라는. 유령은
너무 대충 세상에 있잖아.
어항에 얼굴을 담그면서
유령 머리 위에 제곱이 있으면…
그건 몽롱한 거야. 몽매하기는.
캘리포니아에 가자.
물 속에서 말하면 물거품이 말풍선처럼 되는 건 아닌데, 왜 저 유령은 계속 부풀어서 부풀기만해서 터지지는 않는데, 터지면 사라질까봐. 그럼 유명해지지 못하니까, 계속 부풀어서, 캘리포니아보다 커져서 계속 왜 몽롱한 말을 하는데, 왜 숨 쉬는데, 물고기는 왜 먹는데. 왜 캘리포니아에 가자는 건지 잘 모르…
캘리포니아케이션.
이라는 갑자기 그랬다.
캘리포니아는 알아도
우리는 그곳을 잘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