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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현성 Nov 1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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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도, 조도가 죽을 만큼 다정했던 것도, 조도가 이상했고 조도는 내 말을 듣지 않아서 조도가 낮은 이곳의 모든 사람들은 좌측 창문을 보며 죽는다. 그러나 미진은      


외로워

딱정벌레의 딱딱함만큼

왠지,

밟아 죽일 수 있을 것만 같은     


걸레 같은 구름으로 넓은 거실을 닦으면 검게 증발되는 느낌을 알 수 있다. 미진은 폐장된 동물원의 동물들을 키우고 있었다. 기온에 민감한 것들이었다.

다만 조도는 희귀한 변온동물로 체온에 따라 색이 변해 격리실에 가둬둔 유일한 종이었다. 조도는 일정 온도에 도달하면 투명해졌다.      


동물원 얘기를 했다. 자신의 영역이 관람객의 영역보다 작다는 이유로 함부로 관람 당했던 모욕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조도는 분노에 차 말했다. 투명해지면 아무도 관람하지 못해서, 붉은 피가 갈변될 때까지 통점마다 바늘로 콕콕 찔러 관람되었다는 말을 했다. 죽어가는 모습도 생활로 받아드릴 수 있냐고, 조도는     


다정했다. 미진은 짐승에게서 쏟아져 나오는 것들을 구름으로 치웠다. 조도는 늘 다정하게 지켜보았다. 기분에서 자신을 제외하면 죽은 기분이라지만, 미진은 나쁘지 않았다. 미진이 언제 나왔냐고 물으면 조도는 격리실은 혼자라도 만원이라 나올 수 있었다고 답했다. 


한번은 동물에게서 사체가 쏟아졌다. 하나 뿐인 사체에 쏟아지는 무표정의 빛은 속마음을 볼 수 있게 했다.      


그때 들킨 조도의 마음을

미진은 이해할 수 없어서

가끔 실외기 앞에 조도를 서있게 했다.     


춥고 낮은 날들

창문은 조도의 피부 같고 투명해서

다 볼 수 있었다.          


조도는 가끔 사람 말을 하며 자기 몸을 물어뜯었다. 먹기도 했고 뱉기도 했다. 그리고 미진에게 말을 쏟아냈다.     


붓으로 학대하러 왔니. 내 피를 붓으로 닦아주며 벽에 피를 묻히고, 이 벽화를 보세요. 벽화는 결국 벽을 가리고 있습니다. 그렇게 그리다보면 너의 세상이 이 벽에 도래하겠지. 나의 격리실이 넓어지고 나는 동물원을 탈출한 유일한 종이 될 수 있겠지만, 결국 세상은 언젠가 갈변되고 말거야. 나의 말도 아니고, 비명보다 낮은      


미진은 조도의 몸집이 삐져나온 격리실을 보면서, 너무 거대해진 조도를 보면서 조도가 너무 커지고 있다고 조도를 믿으면서 조도가 무섭고 조도는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미진은 거실에 쏟아진 것들을 닦는다. 기온에 민감한 것들은 모두 죽었다. 우리 모두 너무 작아지고 있지 않아?     


이불. 미진은

오리털을 먹었다.     


먹을 수 있는 동물들은 대체로 전시되진 않지. 

조도가 옆에서 나지막이

속삭였던 말도 따듯했고     


멀리서 조도가 지켜보고 있는 걸 지켜보면서

기다리면서     


미진은 오리털 이불을 널었다. 격리실은 항상 문을 열어둬 폐쇄시켰고, 아무도 들어가지 않고도 가득했다. 누가 돌봐주지 않아도 동물들은 생태계를 유지했고 어떤 건 멸망한 적도 없는데 자꾸 생존이 필수라고 하는 것만 같았다. 미진은 찬물로 구름을 빨면서 천국도 없는 이곳이 좋다고, 그러나     


빛들은 잘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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