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롤라, 그리고 안녕 세계.
롤라는 큐브에 있어.
큐브는 원래 이런 거다. 여섯 가지 색의 플라스틱 주사위 27개로 된 정육면체의 각 면을 같은 빛깔로 맞추는 장난감.
다만 롤라의 큐브는 여섯 가지 단어를 바탕으로 한 유리 주사위로, 27개의 음절로 문장을 완성시키는 장난감이다.
롤라는 평생 그것을 가지고 놀았다.
평생 그것으로 대화하며 살았다거나, 살아갈 예정이다.
그럴 때면, 너의 롤라는 미래에서 왔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그 큐브에서 나는 어떤 감각으로 돌아올지.
너를 신으로 여기고 잠들었던 날들에 대한 꿈의 해상도는 희미하고,
안녕
롤라가 맑아지고 있다.
너는 참혹하게 흐려지고
간혹, 구름 태우는 냄새가 난다.
하강하고 있다.
포기하고 싶은 안녕과 롤라의 말.
생일 때마다 사주었던 롤라의 큐브들. 큐브 위의 큐브. 큐브 옆의 큐브. 큐브가 모여 큐브가 되고 점점, 말이 되어가는 이 상황을 보면
완벽한 성서는 저런 모양일 수도 있겠다.
롤라가 되는 비밀은 아무래도 될 수 없겠지만.
롤라는 원래 묵음으로 불렀다. 사람들이 침묵하는 순간마다 자기 이름을 부르는 줄 알고, 예? 한 음절로 롤라는 놀라워라. 사람들은 롤라를 안 불렀는데 여기저기서 발생하는 롤라를. 놀랍게 여겼다. 롤라는 몸이 분명 있었고, 성장호르몬도 맞아서 꽤 키가 컸고, 그런데 치사량의 국소마취가 된 것처럼 온몸의 감각이 사라졌다. 롤라는 자기의 큐브를 들고 롤라를 아십니까? 룰라말고, 롤라. 롤라운 롤라를. 사람들은 당연히 누군지 모르니까. 누구요? 하면. 여기에 롤라가 있었다고 하는데. 큐브엔 ‘롤’과 ‘라’가 없고, 출처를 알 수 없는 말들이 서로 원인이 되어줘서, 롤라는 왜 롤랍고, 롤라다운 롤라입니까? 롤라는 큐브에만 있는데, 왜 없는 것으로 도래해야 하는 것인지? 롤라는 롤라를 불렀을 때 가장 적중률이 좋지 않고.
롤라를 굴려. 굴려. 내가 죽어서 돌아갈 곳이 없어서요. 큐브의 한 조각에 ‘나’를 써보았습니다. 롤라가 롤라는 되지 못하고 내가 되는 회유종.
롤라의 큐브를 하나 잃어버렸고
롤라는 말이 없다.
말이 될까봐.
던지고 다시
롤라의 큐브를 던져
포르트
다.
우리끼리 하는
포르트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