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지. 나를 보고 놀라 뒤로 폴짝 뛰던 새끼 고양이가 마침 지나가던 차에 반쯤 밟힌 적이 있어. 너도 봤겠지만, 하반신이 터진 채로 야옹 울던, 나는 미안하고 당황해서 쟤가 죽을 때까지 있어야 하나, 아님 동물사체는 민원으로 한다던데, 괜히 쟤의 장례를 민원으로 처리하긴 미안해서, 아니, 아니, 아직 죽지도 않았는데, 벌써 판단하는 건 그런가. 그럼 병원비는 내가 감당해야 하는데, 돈은 있나. 아, 죽은 자리에서 장례를 치루는 건 너무 한가, 대충 옮겨야 하나. 근데 아까 야옹, 하고 어떻게 운거지. 배가 터져서, 소리도 못 낼 텐데, 한이 맺혀서 울었을까. 동물이 위급하면 구급차도 사용 가능할까. 한낱 짐승 살리려고 올려나. 내 고양이도 아니고, 그냥 솔직히 나 때문도 아닌데, 그저 도망치다 밟힌 저 모양을, 내가 기억해주는 게 맞을까. 그래. 쟤는 죽을 거야. 살릴 수 없는 게, 수의사가 아닌 내가 봐도 그런데, 그래. 차라리 내가 남은 반을 밟을까. 그럼 편히 죽었다 생각할까. 그럼 누가 쟤를 죽인 거지. 반은 내가 죽인 거고, 반은 바퀴가 죽인 건데,
여보세요.
남양주 민원실이죠.
네. 무슨 일이시죠.
여기 동물 사체…가 될 고양이가, 생길 것 같아서요.
네?
곧 죽을 거라고요. 쟤. 반쯤 터져서. 다 죽어가는 데, 아직 죽진 않았는데, 하여튼 죽을 겁니다. 쟤. 그러니까, 나중에 잘 치워주세요.
라고
네가 생각하는 나를 두고 이미 민원 처리를 해줬지. 그러곤 가자. 하고, 네가 말했는데, 생각해보면, 있지. 그때 ‘나중에’와 ‘잘’ 사이에 ‘대충’을 들은 건 나뿐일까.
한동안 나는 대충이란 말을 생각했어. 대충이란 말은 나쁜 말 같아서, 대충이란 말을 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는데, 일을 대충하면 대충했단 소리를 들을 것 같고 그래서 모든 걸 대충하지 않았어. 그러다보니, 양, 너는 일을 대충하지 않는구나. 칭찬을 들었어.
너 예전에 통이라는 고양이를 잃어버린 적 있지?
그걸 생각하면 너도 냉정해서.
가끔 나는 그 고양이가 하반신을 버린 채로 두 발로 나에게 걸어오는 꿈을 꿔. 향이 없었다고, 향은 피워주지 그랬냐고, 그러는데, 나는 인간도 아닌 주제에 향까지 바라냐고, 나무랐어. 왜 49제도 지내줄까. 비아냥거렸어. 고양이는 묘, 하고 울었어. 묘묘. 하고. 묘. 향이 쌓아놓은 재가 무너질 때마다 그 고양이는 화장이 되었을까. 생각했어.
대충 쓰레기와 섞여서 화장이 되진 않았을까. 온갖 끔찍한 화학물질과 섞이고, 분골 되지도 못한 뼈들이 바람 불면 흩어져서, 멀리 날아갔을 것 같아. 유해물질, 유독물질, 그런 같잖은 무언가 되어, 훨훨, 하늘로 투사되었겠지?
추측일 뿐이야, ‘대충’ 말이야. 그냥 나의 편집적인 생각일 수도 있어. 고양이 사체는 서류 처리는 될까. 야생동물과 애완동물을 가르는 게 인간이라면, 난 네 말 중 ‘대충’을 고를 거야. 허망은 나에게 너무 빠른 말이었을까. 그런 말들을 주워들으면 말야. 기분이 묘, 해져. 수의사는 종을 가리지 않는다는 농담을 들었는데, 그때 나는 수의사도 처음보는 종이 되고 싶었어. 어찌할 수 없는 몸을 가진. 묘한, 뼈가 없어 분골이 안 되는, 해파리.
해파리 같은 무척추의…
있지.
그 고양이 말이야.
상반신은 살아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