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사람이 되는 거 어렵더라.
냄새나지 않아야 하고 위생적으로 지내야 하며 다투지 않고 인내하고 지각하지 말아야 하며 윗사람의 말을 잘 듣고…
또 뭐였더라.
너희들이 만족할 만한 사람의 마음이라는 거, 참 알기 어렵더라고. 그래도 사람이 되기 위해 애썼다.
그전엔 짐승이었고
지금은 사람인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그래 사람이 되는 거 어려웠어. 점심과 저녁때마다 양말을 갈아신고, 양치를 하고 그랬더니 더 이상 그런 얘기는 줄어들긴 했지. 그래도 싫어할 아이들은 싫어하고
친절한 친구들은 다행이라고 말했던 것도 같아.
그해는 짐승으로 살았고
이번 해는 사람으로 사는 것
그 극명한 차이를 느끼면서도 나는 사람이라고 믿는 것.
유일한 희망이었던 것 같아. 너희들과 놀지 않으며 공부만 하는 거. 가끔 공을 차며 놀긴 했지만, 그건 너희들이 딱히 좋아하지 않았지. 땀이 나는 걸 싫어했고, 나는 체육 시간에도 영어단어나 외우며 지냈다. 그렇게 좋아했던 축구인데, 사람이기 위해서 축구를 하지 않고, 근데 놀이는 원래 사람의 것이지 않나? 놀이를 사람만이 할 수 있지 않나. 그럼. 놀이를 못하는 나는 사람이 아닌가.
사람은 아니나 위생적인 짐승.
그걸 너희들은 뭐라 불렀지.
‘기억이 나지 않아’가 아니라
‘기억하고 싶지 않아’가 맞아.
굴 속에 반듯한 눈빛이 있었다. 내 방 거울에서 나는 그것을 자주 목격하는 짐승이자 거울 반대편에 있던 사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