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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퇴사했습니다.

내가 마땅히 가야 할 길을 가기 위해

퇴사 계획을 밝힌 이후 너무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고 격려해 주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매출이 가장 큰 회사를 19년간 다닌 후 떠나는 결정을 내리기까지 쉽지 않았습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죽음 직전에 이르러 깨우쳤다는 어느 작가는, "나답게 살지 못한 것, 끌려 다니며 살아왔던 인생이 너무 통탄스럽게 느껴졌다."라고 했고, 이 말이 저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1년 내내 공기가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사무실, 그 안에서 매일 근무를 하다 보면 바깥 날씨가 어떤지, 추운지, 더운지 도무지 알 수 없게 됩니다. 거기서 막상 나와 보니 내가 생각했던 세상과는 물론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퇴사 한 다음날, 뉴욕행 비행기 티켓을 끊고 JFK 공항에 오전에 도착하였습니다. 하루에 두 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이 취항하는 곳입니다. 멋진 유니폼을 갖춰 입은 조종사들과 스튜어디스들이 무리를 이루어 짐을 버스에 싣고 분주히 움직입니다. 세계의 여느 항공사와는 다르게 깔끔하고 맵시 있습니다.


'다시는 한국에 돌아가기는 어렵겠지...'라는 생각에 그 분주한 모습들을 멀리서 그저 지켜봅니다.


집에 돌아오자, 강아지가 격렬하게 나를 반겨줍니다. 마당까지 나와서 반가워하는 모습에 그저 감동하고,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의 미소에서 '이제 집에 돌아왔구나' 생각이 들어, 공항에서 느꼈던 씁쓸한 감정은 잠시 뒤로 하게 되었습니다.


금요일은 항상 저녁에 예배가 있는 날로, 모처럼 참석해 의도치 않게 집사님들과도 잠시 인사를 나누고 돌아온 신고를 하게 되었습니다.


"언제 오신 거예요?"

"오늘 왔습니다."


오늘이 Day 1 인 셈입니다.


이제, 내가 나 스스로 헤쳐가야 하는 세상이 조금 무섭게 느껴집니다.

몇 년 전, 타의에 의해 근무를 마치고 퇴임한 어느 임원이 스스로 삶을 비관하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일이 새삼스럽게 떠오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은 내가 알 수 없었던 어떤 큰 끌림,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격려와 응원, 사랑 때문이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잘 될 거야. 그래 잘 될 거야.


시차 적응이 안 되는 어느 퇴직자의 새벽 4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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