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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꿈을 꾸느냐가 인생을 결정한다

생각 없이 살았던 30대를 돌아보며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매달 나오는 월급을 아껴서 착실하게 살다 보면 언젠가는 내 집 마련도 하고 더 여유 있게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대한민국 직장인의 신화를 따라서 30대를 흘려보냈다.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하다.


과도한 업무지시나 요구를 받더라도 발을 동동 구르며 어떻게든 당시의 상황을 넘어가야만 했다. 그렇게 매번 어려운 고비들을 넘기고 적게나마 보상도 받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서 시간을 보냈고, 그때는 나름 잘 가고 있다고 확신을 했다.


바쁘게 직장 생활을 했지만 가족을 돌볼 여유는 별로 없었다. 아이는 발달장애 진단을 받았고, 아내와 매일 세러피 센터를 돌아다니며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려 했지만, 현대 의학으로는 큰 차도를 낼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럴 때일수록 더 직장생활에 매달렸고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매달 월급을 악착같이 받아서 가계에 보탬이 되거나, 승진을 빨리하거나, 아니면 더 나은 환경이 있는 해외로 주재를 나가는 방법이 있다고 스스로 최면을 걸었다. 하지만 이 생각은 일견 맞기도 하지만 대부분 큰 틀에서 맞지 않는 생각이기도 했다.


꿈이 없던 30대, 현실에 안주하던 시간이었다. 그래서 더 현실이 힘들었고, 시간과 공간의 감각이 없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른 채 그 시간들이 모두 지나가 버렸다.


때로는 '이렇게 시간이 빨리 지나가도록 놔두어도 되는 걸까?'라는 고민에 휩싸인 적이 있었는데, 한 번은 뭔가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 인터넷 릴레이 소설 가페에 가입해서, 판타지 소설을 써보기도 했는데 현실이 나아지는 일이 발생할 리 없었다.


얼마 전까지 같이 일하던 한 후배의 고민은 본인이 어떤 꿈을 꾸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친구들이 하는 대로 따라서 사는데 익숙하지만, 내가 스스로의 방향을 설정하고 내가 원하는 가치관을 쫓기가 가장 어렵다는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나도 한국의 정규 교육을 받았기에 그것이 어떤 고민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교육은 모든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정렬시킨 뒤, 석차에 따라, 등급에 따라 나누고 정리하여 그 아이가 사회에 속한 포지션을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한 개인이 조직의 시스템에 반하여 계획을 세우거나 방향을 설정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불행한 현실이다.


나도 직장인으로서 그렇게 40대가 되었고, 목표로 했던 해외 파견을 나가게 되었으나, 그 생활은 쉽지 않았다. 이런 생활을 목표로 내가 30대를 흘려보냈다니 하는 허무함이 찾아 올 정도였다.


"내가 허상 아닌 허상을 좇았구나!" 내 인생의 루트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었고, 이민에 대한 꿈을 꾸게 되었다. 그 꿈은 너무 생생하고 강력한 것이어서 고민이 크게 들지는 않았다. 집을 사고 영주권을 받고 직장을 바꾸기에 이르렀다.


한 식당의 주방에서 접시 닦이를 하는 사람이 어느 날 식당의 경영이 악화되어,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의 일자리를 찾아야 했다. 그는 다른 식당의 접시 닦이 구인공고를 찾아서 다음 일할 곳을 찾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쏟았다. 한 친구가 와서 "이번에는 접시 닦이 말고 더 큰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다른 일을 준비하는 건 어때?"라고 말했지만, 그는 접시를 닦는 일이 자신에게 주어진 한계라고 생각했고 다른 직업을 가져볼 수 있다는 꿈같은 이야기를 믿지 않았다. 자신에게 부여한 한계와 꿈의 부재가 그를 계속 가난하게 만들었다. 사람은 자기가 꿈을 꾼 만큼만 클 수 있다.


꿈이 없이 보낸 시간은 허망하다. 비록 그것이 실패로 종결되었다 하더라도 최소한 하나는 배운 것이다. 지금은 또 다음에 다가 올 시간들에 대한 새로운 꿈을 갖고자 한다. 그게 어떤 것이든 삶에 진실하고 명백한 이유가 있는 것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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