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버리고 남은 곳으로

003 바라밀다(波羅蜜多)

by 동사로 살어리랏다

좋아하는 것 더더 가지려 고, 싫어하는 것 밀쳐내는 짓만 했다. 어리석음 임을 모른 채 어리석은 짓만 되풀했다. 하루종일 한 일이라고는 탐진치(貪瞋癡) 독(毒)을 들이킨 짓 뿐이다. 이러니 괴로움 치성할 밖에.


헛된 분별심이 자아낸 오류의 독들이 빠지고 남은, 마하반야의 저쪽 언덕에서 손짓한다. ‘너 있는 그 언덕의 모든 것은 꿈이요, 환상이요, 물거품이요, 그림자일 뿐이니. 건너오라, 망설이지 말고 건너오라 – 바라밀다(波羅密多)(하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의 자위와 망설임은 여전하다. '이런 꿈 또한 나쁘지 않지 아니한가? 빼버리고 남은 저기로 건너가면 여기처럼 ‘아무 일없이’ 지낼 수 있을까? 건너갈 수나 있을까? 건너가는 길은 안전하기나 할까?'




스피노자 보살은,


고귀한 것은 힘들 뿐만 아니라 드물기까지 하다.


고 했다. 빼버리고 남은 곳으로 건너감이란 고귀한 일이다. 힘든 일이다. 드문 일이다.


혹자는 이곳과 저곳, 차안(此岸)과 피안(彼岸)으로 나누는 불교의 방편을 이분법적 사고, 이데아 지향적 형이상학이라 비판한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달로 아는 어리석음이다.


이곳과 저곳이 따로 있겠는가. 빼버리고 나면 이곳이 저곳이고 저곳이 이곳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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