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와 자기방어는 겉으로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그 내면의 방향성은 완전히 다르다. 혐오는 타인을 향한 감정이고, 자기방어는 자신을 지키려는 본능이다. 전자는 공격이고, 후자는 보호다.
혐오는 대상을 향해 감정적으로 판단을 내리고 거부하는 행위다. 그 사람이 가진 특성, 취향, 혹은 존재 자체에 대해 감정적으로 불쾌해하며 밀어낸다. 이 감정은 주로 두려움이나 무지에서 비롯된다.
반면, 자기방어는 그 상황이나 사람으로 인해 내가 해를 입을 수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어떤 이의 행동이나 말이 내 경계를 넘보거나, 나를 소모시키거나, 심리적으로 위협할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거리를 둔다. 이는 생존을 위한 정당한 반응이다.
혐오는 설명을 거부한다. 알아보려는 시도도, 다르게 받아들이려는 노력도 없다. 반면 자기방어는 설명할 수 있다. “나는 그가 이런 말을 해서 상처받았다.” “이런 행동이 반복되어 불편하다.” 이처럼 자기방어는 구체적이다.
중요한 건, 자기방어를 혐오로 오해하지 않는 것이다. 타인이 회피하거나 침묵한다고 해서 그것이 나를 싫어해서가 아닐 수 있다. 누군가는 단지 지금의 관계나 상황이 감당되지 않아 거리를 두는 것일 수도 있다. 방어적인 사람 역시 가능한 한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려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오해가 혐오를 만들고, 혐오는 결국 모두를 다치게 한다.
세상은 다르다는 이유로 혐오할 수 없다. 다름이 곧 위협이 아니라는 걸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반면, 나를 지키기 위한 거리 두기는 필요하다. 타인을 미워하지 않고도, 충분히 내 자리를 지킬 수 있다. 이건 혐오가 아니라 존엄의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