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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요에게.
아직도 널 처음 본 그날이 눈에 선하다. 2018년 가을이었는데, 어쩌다가 학점교류를 하며 우리 학교보다 더 자주 다닌 성균관대 형들과 함께 한 창업이 물살을 타면서, 더 잘해보자고 갔던 지원사업 캠프에서 널 만났었지. 그때가 상대방 팀원을 모셔와서 우리의 BM을 소개하고 의견을 구하는 세션이었는데, 너는 우리네 대표형이 설명하는 사업 아이템을 듣는 내내 집중하는 듯했지만 결론적으로 시큰둥했고, 우주를 유영하는 것 같았어. 내가 꿈꾸던 그녀를 만난 순간이야.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이 사람과 꼭 만나고 싶다는 열망이 솟구쳤어. 그리고 그날 밤에 너에게 연락한 거고.
그 순간이 여전히 설레고, 기억에 많이 남아. 그런데 지금은 너에게 다른 마음을 느껴. 설레는 마음이 따스한 마음으로 바뀌었고, 기억에 남는 추억은 지금의 대화로 변화하고 있나 봐. 여전히 너와 이런 얘기를 나누는 게 좋아. 그리고 즐거워. 가슴 설레던 그 순간들이 이제는 일상의 행복이 되었고, 너를 꼭 안았을 때 따뜻하고 몽글거리는, 설레는 마음이 되어서 내게 다가와. 사랑이 변하나 봐.
사랑은 지금에서 또다시 변하겠지. 그리고 너와 다양한 경험들을 해나가겠지. 사랑해. 얼마나 언제까지나 사랑한다고 장담은 못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너를 사랑해. 그러니 치열하게 부대끼고 다시 미워하고 사랑하고 애정하고 고민하고 다시 부대끼자. 그리고 같이 살아나가자.
다음 주에는 '눈물'로 글을 써줘
2023.07.10.
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