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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비 Nov 08. 2021

수영하기 전엔 몰랐던 것들

활력을 찾으면 삶이 바뀐다

<금쪽같은 내 새끼>라는 코칭 프로그램에 높은 자기 기준으로 괴로움을 겪는 아이가 나왔다. 아이는 남들보다 못하는 것이 두려워 구토를 하거나, 손톱을 쥐어뜯었다. 잘하지 못할 것 같으면 시도조차 안 하거나, 쉽게 포기하는 것이 나와 비슷했다.


아이에게 내려진 오은영 박사의 솔루션은 "자신을 받아들이게 하라."였다. 못하는 것은 못하는 대로, 부족한 것은 부족한 대로, 자신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것. 나 역시 수영을 시작하기 전에는 왜 하지 못했을까.



소심쟁이, 빙그레 썅년이 되다!


회사원이 된 후 새로운 친구를 사귈 기회는 없고, 오롯이 업무 관련된 사람들만 알게 되었다. 나이 든 상사와 선배로 둘러싸여서였는지 가족과 친구 앞에선 장난꾸러기여도 회사 안에서는 항상 자신이 없었다. 사람들에게 친근한 말로 다가가기는커녕 해야 할 말도 하지 못했다. 다혈질 상사 무자비한 폭언이 쏟아질 땐 묵묵히 듣다가 화장실에서 몰래 눈물을 훔치기도 다.


위축된 마음은 수영을 시작하고서야 졌다.

같이 수영한다는 이유 하나로 2~3살뿐 아니라 30살 위까지도 함께 장난치며 어울렸다.


다양한 직종, 환경, 연령대를 가진 사람들과의 교류는 관계에 대한 두려움을 낮춰주었다. 사람들과 대화하고 장난치는 것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을 하게 되자,  이상 위축될 필요가 없었다. 이젠 기분 나쁜 말을 들으면 홀로 분을 삭이기보다 웃으며 맞서게 다. 


선배가 먼저 (잘하세요) !


"화장 좀 하고 다녀라"는 선배에겐 "선배가 먼저!"라고 , 외모 지적하는 사람에겐 "사돈 남 말하시네!"라고 받아친다. 어느덧 무례한 말에 경고를 주고 주위를 웃게 만드는 능력이 생겼. 


재밌는 건 빙그레 썅년이 되니 막말이나 폭언을 하는 사람들이 사라졌다. 아무한테나 폭언을 일삼는 줄 알았던 상사는 사실 교묘하게 타겟을 골라서 괴롭혔나 보다. 폭언으로 위세를 얻기는커녕 사람들 앞에서 창피한 일을 당할 수 있게 되자 나를 타겟에서 제외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처음엔 ‘물에 뜰 수는 있을까’ 걱정했어도 머지않아 물에 뜨고 자유형을 구사했다. 킥판 잡는 것에서 시작해 차근차근 한 발씩 나아가니 어느덧 자유형과 배영, 평영을 거쳐 접영도 할 수 있었다.


이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다. 수영처럼, 어떠한 일이든 눈앞에 있는 작은 것부터 지긋이 하다 보면 큰 일도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한다.


거창한 일이 아니기에 ‘못할 거야’라는 패배 의식 대신 ‘한 번 해보지 뭐’라는 생각으로 가벼이 도전한다. 꾸준히만 한다면 언젠가 한 뼘 더 성장한 나를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 나 자신을 믿고 세상을 헤엄친다.


어려운 일에 대한 부담을 없애니 결과와 무관하게 결말은 언제나 해피 엔딩이다. 가벼운 마음과 산뜻한 기분으로 좌절의 신물 대신 소소히 기쁨이 녹아드는 삶의 달콤함을 느낀다.


So, what?


사람들의 인정과 사는데 연연하며 살아왔다. '호감형 인간 특징' '예쁜 몸매 비율' 등 사람들의 눈과 마음에 맞추는 것이 주관심사였다. 타인 정의한 기준을 찾아 그 틀에 나를 끼워 맞추 노력했다. 누군가 맘대로 지껄여 둔 불호감 특징에 내 모습이 있으면 상처 받기도 했다.


수영을 하며 활력을 얻었다. 생생한 기운이 생기니 남들의 말에 휩쓸리는 것이 적어졌다.


접영을 연습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는 '여자니까 예쁘게 배영, 평영이나 해'라는 말 때문이었다. 접영은 멋있어서 남자들이 하는 것이고, 여자는 예쁜 종목을 하라는 말이 듣기 싫었다. '여자도 멋있고 싶은데? 근육질 몸매를 뽐내고 싶은데?'라는 생각으로 접영 연습을 시작했다.

Fleur @Unsplash

접영(蝶泳)의 접은 나비란 뜻이고, 영어로도 the butterfly이다. 나비가 바다 위에서 날개를 펼치고 한 모금 물을 마시는 것처럼, 접영은 가볍고 산뜻해야 한다. 파워뿐 아니라 리듬감과 유연한 몸도 중요하다.  접영은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다는 말은 켜켜묵은 관념 속에 갇힌 고리타분한 편견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삶에서 접영뿐이겠나. 사회는 멋대로 나의 한계를 정한다. 사람들이 싫어할 거라는 말, 여자는 이래야 한다는 말. 더 이상 크게 개의치 않으며 살려 노력한다.


군가에게 상처나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면 소신을 지켜도 괜찮다. '그래서 어쩌라고? 그건 니 생각이고.' 라고 대응하며 타인이 맘대로 나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나의 주관에 따라 나의 인생을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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