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선정
잊을만하면 꺼내게 되는 해외살이에 대한 로망을 이루고,
나의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선택한 캐나다행.
첫째가 중학교 입학하기 전에는 한국에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했고,
캐나다에 조금이라도 더 오래 있기 위해 내년 1월 입학을 목표로 했다.
사실 이면에는, 9월 입학으로 준비기간이 길어지면 내 결심을 되물릴까봐 서두르는 것도 있었다.
12월 말일까지 준비기간은 정확히 5개월, 어느 지역으로 갈지부터 정해야 했다.
‘캐나다는 부모가 공부하면 자녀가 무상교육을 받을 수 있다던데, 이왕 가는 거 나도 공부해 봐?’
자녀무상교육에 대해 알아봤지만, 해당 제도가 적용되는 지역이 한정적이고 내 공부를 하며 나 혼자 아이 둘을 케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매일 틈나는 대로 구글지도를 켜고 캐나다 동서남북을 샅샅이 살폈다.
Elementary School을 검색어로 넣고 학교 주변 환경, 방과 후 수업, 학업성취도* 등을 확인했지만
캐나다의 넓이만큼 정보의 양도 많아 도저히 일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또한 주(Province)마다 거주환경과 교육체계가 달라, 알면 알수록 헷갈리고 혼란스러웠다.
‘나라가 넓어도 너무 넓잖아!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알아봐야 해?’
‘내 기준부터 다시 세워보자.’
1. 안전한 지역
캐나다는 세계 2위의 넓은 영토를 가진 나라인 만큼 광활한 대자연을 느낄 수 있는 지역, 고층빌딩이 스카이라인을 만들고 있는 지역, 거리에 노숙자가 즐비한 슬럼까지, 매우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었다.
아이 둘과 나 혼자 생활하려니, 안전한 거주환경은 당연한 조건이었다.
2. 춥지 않은 지역
안전하고, 석유자원이 풍부해 도시가 재정적으로 여유 있다는 캘거리와 문화 경제의 중심지 토론토, 수도인 오타와를 고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 곳 모두 겨울에 영하 30도까지 내려가기도 하며, 폭설이 내리는 경우 학교에 못 가기도 한다는 이야기에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바로 마음을 접었다.
최종적으로 겨울이 우리나라보다 추운 곳은 제외했다.
3. 한국인, 중국인, 인도인이 많이 없는 학교
장기 거주라면 모를까, 단기에 최대의 학습효과를 얻기 위해 유학생과 이민자가 많은 지역은 제외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국/중국/인도인이 많은 지역이 곧 인프라가 잘 되어있어 살기 편한 지역이었다.
그래서 나는 과감히 대중교통이 없고, 한인마트가 없어 생활이 불편할지라도 모든 것을 감수하기로 했다.
4. 학업성취도*가 8.0 이상인 학교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캐나다도 지역별, 학교별 학업성취도 차이가 컸다. 게다가 한국 교육열에 뒤지지 않는 중국, 인도인이 많은 지역이 학업성취도가 높기 때문에 3번 조건과 충돌했다. 자연스러운 영어 습득과 문화경험을 목표로 한 만큼 3번 조건을 우선하기로 했다.
5. 한국에서 직항으로 갈 수 있는 지역
캐나다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는 지인으로부터 안전하고, 기후가 온화하며, 외국인 비율 낮은 빅토리아(Victoria)*라는 곳을 추천받았다. 하지만 이곳은 밴쿠버 국제공항에서 30분 거리의 항구로 이동한 뒤, 배를 타고 90여 분 가야 하는 곳이기에 남편이 한국에서 오갈 것을 고려해 제외했다.
1,3,4번 조건을 만족하는 지역은 많았다. 하지만 2,5번 조건도 충족시키는 곳은 BC(British Columbia) 주의 밴쿠버뿐이었다.
‘역시,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곳은 이유가 있구나.’
밴쿠버에 대해 공부하기 전, 밴쿠버는 그냥 밴쿠버인 줄로만 알았다.
근데 알고 보니, 서울의 5배 가까운 넓이의 광역 밴쿠버(Metro Vancouver) 안에 21개의 자치도시가 있었다. 내가 알던 밴쿠버(Vancouver) 외에 버나비(Burnaby), 리치먼드(Richmond), 노스 밴쿠버(North Vancouver), 웨스트 밴쿠버(West Vancouver), 서리(Surrey), 델타(Delta), 코퀴틀람(Coquitlam), 랭리(Langley) 등.
밴쿠버로 정했으면 지역선정은 끝인 줄 알았더니, 다시 시작이었다.
광역 밴쿠버 안에서도 자치도시(City)마다 교육체계가 달랐기 때문이다.
심지어 도시마다 초-중등 학년 구분마저 달랐다.
어디는 초등학교가 5학년까지, 어디는 7학년까지였다.
'와...어떻게 학년이 다를 수가 있어?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네.'
캐나다에 가면 G5가 되는 첫째와 G3인 둘째를 한 학교에 보내기 위해
초등과정이 5학년까지인 지역은 제외했다.
‘지역 선정하기 시작한 지 2주가 넘었는데 아직도 못 정했다니, 원래 이런 거야?’
그렇게 각종 커뮤니티 서치, 구글링, 유학원과의 상담, 캐나다 거주 경험이 있는 지인과의 대화를 통해 16일 만에 지원 교육청*을 결정할 수 있었다.
해당 교육청에 제출할 서류를 준비하고, 지원서를 작성했다.
16일이나 투자해 입학 희망학교 3개를 선정한 것으로 이제 진짜 다 된 줄 알았다.
그러나 국제학생 쿼터(자릿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지망한 학교에 배정이 안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게다가 캐나다는 어느 학교에 가느냐보다 어떤 담임을 만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 캐나다 학교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중론이었다. 캐나다 학교는 전국 공통의 표준 교육과정이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학년 별 교육과정이 없을 뿐 아니라, 교과서가 없기 때문이라고.
더욱이 광역 밴쿠버가 속해 있는 BC(British Columbia) 주의 초등학교는 교사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가장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한 해의 수업 내용과 방식은 철저히 담임 재량이었다.
담임은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것, 아이들의 운에 맡기고 교육청에 서류 제출을 하루 앞 둔 어느 날.
일주일 전에 국제학생 자리를 문의했지만 두 아이 중 둘째 학년에 자리가 없어 포기했던 사립학교로부터 입학 가능하다는 연락이 왔다.
이런 것이 운명인가? 즉시 1년치 학비를 보내고 캐나다행 첫 단추를 끼웠음에 마음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150일 뒤, 우리 앞에 어떤 삶이 펼쳐질까?'
* 캐나다 학업성취도
- www.compareschoolrankings.org에서 해당 주 내에서 다른 학교들과 비교했을 때의 순위, 학업성취도(10점 만점)를 확인할 수 있음
- 캐나다의 각 주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표준화 시험 성적을 기반으로 학교를 평가함.
* 빅토리아 (Victoria)
- 캐나다 BC(British Columbia) 주도로 행정의 중심지.
* 교육청 (School District)
- 광역밴쿠버 내 공립 초등학교 입학을 희망할 경우 학교에 연락하는 것이 아니라 입학을 희망하는 학교가 소속된 교육청에 지원서, 입학금을 납부함.
- 국제학생 입학절차 : 지원서 통과 → '입학 허가서(Letter of Offer)' 수령 → 1년 치 학비 납부 → ‘정식 입학 허가서(Letter of Offer Acceptance)’ 수령
※ 주(Province)마다 절차가 다를 수 있음.
※ 학업허가서(Study Permit) 신청절차 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