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식구들과 육아방식 차이에 대한 갈등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첫째 아이의 ADHD 진단의 충격으로
적응장애* 진단을 받고 1년간 상병휴직을 쓰며 상담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했다.
꾸준히 치료했음에도 일과 양육이라는 일상을 해낼 자신이 없었다.
결국, 남은 육아휴직 2년 6개월을 모두 쓰고도 모자라 퇴사 전 최후의 보루인 1년짜리 휴직도 고민 없이 쓰고 말았다.
그렇게 4년 반 동안 근로소득 없이, 직장인이라는 신분만 유지하고 있었는데
시간은 흐르고, 복직과 퇴사 중 무조건 택 1이라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몰리게 되었다.
99%의 마음은 퇴사였다.
적응장애 증상인지 나의 집중력과 기억력은 바닥을 치고 있었고, 이 때문에 직장생활을 영위해 낼 자신이 없었다.
게다가 (ADHA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지만) 다른 또래보다 조금 더 부모의 손을 필요로 하고,
많은 인내를 필요로 하는 첫째 아이 Y를 키워내며 일할 때 받을 스트레스를 생각하니 내 회복탄력성 또한 자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단 1%의 마음이 나의 퇴사결정을 미루게 했다.
사회적 명함이 없어진다는 것, 경제력을 잃게 된다는 것은 N 수 한 번, 휴학 한 번 없이 대학 졸업과 동시에 입사해 20년간 대기업의 일원이었던 나에게는 너무나도 두려운 일이었다.
다행히 남편은 “나는 정말 아무래도 괜찮아요. 언제나 당신의 결정을 지지하고, 무엇보다 당신 건강이 최우선이니까. 미래는 예측할 수 없는 것이고 현재로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 아니겠어요? 근데 애들은 아직 당신을 필요로 하는 것 같긴 해요.”라며 내 99%의 마음을 지지해 주었다.
다만, 수월하게 경제활동을 하는 엄마들을 보면 ‘너무나도 부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또한 “엄마, 잘 생각해. 엄마 퇴사하면 분명히 후회한다. 그리고 엄마회사 들어가기 어렵잖아. 근데 왜 그렇게 쉽게 그만 둘 생각을 해? 그만 두면, 돈은 어떻게 벌건데? 우리 집 가난해지는 것 아니야? 생각해 놓은 직업은 있어?”
누가 봐도 대문자 T*인, 아들 Y가 이런 말을 할 때면 1%의 마음이 99%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다.
맞다.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경제적으로 더 여유있었으면’하는 마음이 들 때면, 아이들이 더 이상 내 손을 필요로 하지 않는 시기가 되면, 퇴사를 후회할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당장 영 자신이 없다. 복직해서 기존 업무를 그대로 한다면 업무 과부하를 버틸 수 없을 것 같다.
그래, 복직 후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알아보고 판단하자. 파트장에게 연락해 본다.
"파트장님, 안녕하시죠? ^^
휴직 종료를 한 달 앞두고 연락드려요.
이번에 복직할 용기가 생기지 않으면 퇴사 외에는 더 이상의 선택지가 없으니
며칠간 잠을 설치며 복직여부를 고민했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분명한 장단점이 있으니 더 고민되더라고요.
그래서 메시지를 작성하는 지금까지도 100% 결정을 못 내린 상태입니다.
100%가 있기는 할까? 싶기는 하지만요.
평일 오전에 언제든지 직접 찾아뵐 수 있으니 가능하신 때 말씀해 주시면 맞추겠습니다.
점심식사 맛있게 하세요~”
그리고 며칠 뒤 조직, 업무분장을 담당하는 인사담당자를 만났다.
부서에서 염두에 두고 있는 내 업무 이야기를 들으니 오랜만에 가슴이 뛴다.
잘할 수 있을 것만 같고, 심지어 해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렇게 1%의 마음이 조금씩 차올라, 집으로 돌아가는 마음이 가볍고 설렌다.
하지만 내가 집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하교한 아이들을 챙기고 있으니,
세게 당겨져 아주 팽팽했던 고무줄이 제자리로 빠르게 돌아가듯 복직으로 향해가던 내 마음도 순식간에 퇴사로 되돌아갔다.
남편에게 하루에도 수 십 번, 아니 수 백 번씩 바뀌는 내 마음을 이야기했다.
남편의 대답,
“그럼 우리, 사주 보러 갈까요?”
* 적응장애 (Adjustment disorder)
- 경제적 어려움, 신체 질환, 가족 간의 갈등 등 대인 관계 문제에서 비롯
- 불안, 우울과 같은 감정적 증상이나 문제 행동을 보임
* T (Thinking)
- MBTI 중 T는 사고형으로 F(Feeling, 감정형)과 대비됨
- 사실, 논리, 원칙을 중요시해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비판적 사고와 효율성을 우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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