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장이 갑작스레 영국 출장을 다녀오라고 한다.
몇 년 전 퇴근 후 집에 있는 나에게 전화해서
“내일 아침 비행기로 M상무, O차장님이랑 뉴욕에 다녀와. 마케팅팀에서 미국 사업자를 만나는데 디자인 인력이 지원해 줬으면 한대. 마일리지 쌓는다고 생각하고 하루 다녀와.”라며
뉴욕 체류시간 만 하루라는 초 단기 출장을 보내더니 이번에는 영국이라고 한다.
그렇게 떠난 영국.
히스로 공항에 도착했는데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휴대폰이 없다!!!
숙소, 교통 등 출장에 필요한 모든 정보가 담겨있는 폰인데 그런 휴대폰이 없어진 것이다.
머리가 하얘지고 그야말로 국제 미아가 되어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멍한 상태로 공항을 나와 정처 없이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K-POP 소리가 들린다. 라이브로.
소리 나는 곳을 향해 가보니 입사동기 3명이 쭈그리고 앉아 길거리 공연을 즐기고 있다.
친하지는 않지만 그들에게 내 사정을 이야기하고 같이 휴대폰을 개통하러 가기로 했다.
앗! 양손이 가볍다 했더니 공항에서 수하물을 찾지 않고 나왔다.
휴대폰 잃어버린 것에 혼이 나갔었나보다.
다 같이 허둥지둥 공항으로 다시 가보니 다행히 내 캐리어는 그대로 있었다.
근데 캐리어가 손에 닿지 않는다. 안간힘을 쓰며 캐리어를 잡으려는데……
모든 것이 꿈이었다.
꿈이라 다행이지만 예지몽은 아닐까 싶어 겁이 났다.
나는 꿈을 자주 꾸는데, 그 꿈이 현실적이고 생생할수록 잘 맞아 꿈꾸는 것 자체가 무섭기까지 하다.
특히 중요한 일을 앞두고 많은 꿈을 꾸곤 한다.
학창 시절에는 시험 보는 꿈과 성적표 받는 꿈, 고3 때에는 대입 당락 꿈, 성인이 되어서는 엄마의 폐암진단에 관한 꿈, 5년 가까이 절연하고 있는 언니가 내 목을 조르는 꿈, 친구가 해외 나가는 꿈 등.
약 100일 뒤, 2025년의 마지막 날 밤 10시 55분 비행기로 아이 둘과 캐나다에 간다.
캐나다 생활에 대한 걱정과 긴장이 투영된 꿈인 것일까?
내 생에는 전혀 없을 것만 같았던 해외살이,
예전부터 바라왔지만 언어의 장벽이 너무 높게 느껴져 차마 용기 내지 못했던 해외살이,
그것을 나 혼자도 아닌 초등학생 아들 둘을 데리고 도전하기로 했다.
내 도전은 내 인생과 아이들의 인생에 무엇을 남기게 될까?
아니, 나는 무엇을 얻기 위해 도전하기로 한 걸까?
캐나다, 과연 그곳에는 내가 찾는 무지개*가 있을까?
* 무지개
- “희망·약속·평화·다양성”을 의미하는 색채.
- 다양한 문화권에서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
- 행운과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징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