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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르수색작전

남편은 섹스리스로 이혼했다

by 이손끝


브런치북 연재가 최대 30화인 줄 몰랐다.

몇 화 남지 않은 상황에서 꼭 해야만 하는 이야기들만이 남은 것 같다.

전부 대문자 S급의 이야기들. 가령 시댁이라거나 스킨십(or 섹스) 라거나.


브런치에서도 부부관계에 관한 여러 글들을 본 적이 있다.

아주 솔직하고 직접적인 표현들로 재밌게 읽었지만, 내가 쓰려니 어쩐지 좀 쑥스럽다.

아마도 전생에 조선시대 양반이었기에 그런 것 같다. (19화 둘이 하는 전생체험 참고)


그러니 세수라고 부르겠다.

우리는 보통 세수라고 하니까.


하지만, 일상에서 흔히 쓰는 단어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

수색작전이라고 하겠다.

러브수색작전은 뭔가 멋스럽지 않으니,

고상해 보이는 불어로 '아모르수색작전'이라 하겠다.


쓰면서도 어느 정도의 솔직함이 적당할까 망설여지지만,

언제부터 몸을 사리면서 글을 썼나 싶으니, 계속해왔던 방식으로 오늘도 몇 자 남겨보겠다.






남편은 나와 재혼했고,

첫 번째 결혼은 섹스리스 문제로 이혼했다.


그렇기에 그에게 아모르수색작전은 지상 최대의 과제를 넘어 어떤 슬픈 투쟁과도 같다고 할 수 있겠다. 나 또한 수색작전에서 '자라'와 같이 수색시간만 긴 팀원을 만난 적이 있었다. (반대의 경우도 물론 있었다). 그들은 개선의 의지도 노력도 하지 않았기에 더 이상 작전 자체를 펼칠 수 없었던 날들이 있다. 그렇기에 나 또한 스킨십은 매우 주요한 결혼 배우자로써의 조건이었다.


그렇게 만난 우리는 만나자마자 수많은 수색작전을 펼쳐왔다.

매번 성공적일 수는 없었으나, 가능성을 보았기에 결혼을 결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서 '성공'의 의미는 두사람 다 '진짜로' 만족하는 것임을 알려둔다.



1. 팀워크는 '원활한' 교신에서 온다


종종 아니 꽤 많은 커플들에게서 아모르수색작전 실패담을 전해 듣고는 한다.

기능상의 문제가 없는 것이라면, 나는 팀원에게 무조건 말을 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나도 그도 작전 대실패를 경험했기에 수색작전에서 '척'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서로를 위해 솔직하기로 약속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수색작전에 필요한 모든 것을 입 밖으로 꺼내어 말하기 시작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어떤 속도로' 등등


우리가 살면서 단순한 요리를 해도 얼마나 맛있는지, 짠지 싱거운지, 국물이 많은 지 적은 지 이야기하면서 먹거나 만들지 않나. 그런데 유난히도 '아모르수색작전' 만큼 부부관계에서 대단히 중요하지만 '알겠거니', 혹은 '굳이' 하면서 교신을 하려 하지 않기에 수색작전이 성공할 수 없는 것이다.


세세하게, 가능한 많은 것을 교신한다.


이것이 우리의 아모르수색작전이 7년 간 '대'실패를 겪지 않은 비결이다.

물론 이 말은 간간히 엇갈린 교신으로 작전을 실패한 적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2. 누구보다 자신을 알아야 '지휘관'이 될 수 있다


섹스앤더시티, 부부관계, 섹스, 성관계, 부부관계, 스킨쉽.jpg 사진출처: 미국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사만다 존스 역의 배우 킴 캐트럴. 한국일보


나는 '섹스 앤 더 시티'의 열렬한 애청자였다. 그중에서도 제일 사랑한 캐릭터는 '사만다'였다.

그녀는 밥 먹듯이 남자를 갈아치우고, 이제 막 만난 사람들과 어마어마한 아모르수색작전을 펼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래서 좋아했냐고?

나는 그녀가 더없이 솔직해서 좋았다. 그리고 그 스스럼없는 모습을 누구에게도 숨기지 않아서 좋았다.

그 드라마를 보며 내가 배운 것은 수색작전 스킬 같은 것이 아니었다.

'상대방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기쁨과 즐거움을 알아가는 것'이었다.


누군가 나를 사랑해 주기를 원한다면, 내가 먼저 나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말은, 감정적인 것만은 아닐 것이다. 관계에 있어서도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언제,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사랑하고 싶은지에 대해 알고 있어야만 상대방에게도 원활한 교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가 수색작전에 관해 고민을 털어놓는다면, 직설적으로 묻는 두세 가지 질문이 있다.


1. 자신을 위한 수색 도구를 가지고 있는지,

2. 셀프 성찰을 잘하고 있는지,

3. 상대방에게 얼마나 솔직해질 수 있는지.


세 가지에 대해 스스로 적절한 답을 내기 힘들다면, 상대방이나 환경을 핑계 대서는 안 된다.

나조차 나 자신을 모르는데, 상대방이 어떻게 나를 헤아려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인가.



3. 의욕을 잃은 팀원을 어떻게 작전 복귀시킬 것인가


하지만 성공적인 아모르수색작전을 펼치기에 결혼생활은 녹록지 않다.


상대방이 꼴 보기 싫을 때,

상대방의 가족과 문제가 있을 때,

상대방이 너무 일방적일 때,

육아로 지쳐갈 때,

하루를 보내고 너무 피곤할 때,

삶 자체가 무력해질 때,


하고 많은 날들이 결혼생활에 부지불식간으로 찾아온다.

그러니 상대방에게 기어이 상처를 주는 말을 하고야 만다.


"나중에."

"귀찮아."

"피곤해."

"넌 머릿속에 그것밖에 없어?" 등등.


이런 말들은 섹스리스의 지름길이다.


나 또한 노력하지 않은 날들도 많았고, 의도적으로 먼저 잠든 척하기를 시전 한 적(ㅋ)도 있지만,

위기를 느낀 적은 없다.


남편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있어. 삽입만이 섹스가 아니야. 평소에 손 잡기, 안아주기, 뽀뽀하기, 대화하기. 이런 것들을 많이 주고받는 사이라면 수색작전이 다소 공백기를 갖더라도 섹스리스라고 생각하지 않을걸? 그리고 여러 이유로 수색작전이 힘들다면 다른 방법들을 찾아서 서로를 충족시켜 주는 노력을 해야 해. 그게 책임감 아닐까."


남편은 '아모르수색작전'이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일 중에 하나라고 했다.


가족을 이루면서 돈을 벌어오는 것, 집을 청소하는 것, 요리를 하는 것, 아이를 키우는 것 등이 모두 나와 배우자를 위해 책임감으로 하는 일들 아닌가. 그런데 정작 서로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하기 위한 방법들에는 왜 소홀해질까.


부부관계에서도 책임감이 필요한 것 같다.



4. 성공적 수색작전을 위한 '시간대'와 '횟수'를 찾아라.



그래서 남편과 나는 서로가 피곤하고 예민해지는 시간대를 피하기로 했다.

우리는 틈틈이 비어있는 시간을 찾는다.

여의치 않거나 우리 사이가 너무 멀어질 것 같은 때는,

아이를 할머니집에 맡기는 일도 불사한다.


횟수도 중요하다. 나와 상대방이 원하는 횟수의 중간값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30대, 40대, 50대 부부관계 평균 횟수는 중요하지 않다.


물론 이것도 '원활한' 교신을 해야만 중간값을 찾을 수 있으니,

심도 깊은 대화나 손 잡기부터 시작해야 할 수도 있다.


남편에게 물었다.

"여보, 우리 세수에 관해서 글을 쓰고 있어. 하고 싶은 이야기 있어? 예를 들면, 횟수 같은 거?"


"응 매일. 난 바나나 나무야. 바나나 나무는 물을 매일 많이 줘야 해."


"응 그래, 다시 이야기를 해 보자~."



5. 수색 스킬은 꾸준한 탐색을 통해 얻어진다


부부관계가 지속적이지 않다는 것은 일상에서 여유가 없다는 뜻일 거다.

관계가 재미없거나 흥미가 없다면, 앞서 1번과 2번을 다시 되집어봐야 한다.

내가 육아 때문에 힘들다면, 배우자가 육아를 조금 더 돕는 방식으로. 내가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배우자는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조금 더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노력해서' 찾아야 한다.

서로의 일상이 조금 느슨해지고 여유가 있어진다면, 우리는 서로에게 한발 더 나아갈 수 있고 둘만의 대화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서로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같이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확실히 관계에서 오는 즐거움이 일상을 행복으로 시작하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나 또한 나의 '바나나 나무'를 위해 조만간 재밌는 걸 시도해보고자 한다.

예를 들면, 서로 사이좋게 손을 잡고 브라질리언왁싱을 받으러 간다거나? 하는.


보고 있나, 나의 배우자여! 브라질리언왁싱, 오케이?


바나나 나무가 대답했다.

"절대 안 돼애애애앵!!"





**왁싱에 대한 아이디어는 아래의 영상을 참고하였습니다.

https://youtu.be/5uJOuBf0vQc?si=yllGz-7KUpR6CV_B

남녀가 관계를 피하는 이유와, 관계할 때 진짜로 원하는 '3가지' @지식인사이드



대문 사진: UnsplashKelli McClin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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