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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신경다양성과 미국, 아름다웠던 TOP 5

[24화] 포토 에세이 / 아름답고 푸른 신경다양성 세계

by 마이 엘리뷰

아이를 키워가는 긴 여정은 복잡다단하다. 단순히 어느 나라가 최고라고 힘주어 말할 수 없는 게 당연지사. 영유아 시기에는 섬세하면서도 이런저런 아이템 요소가 아기자기한 한국이 최고인 것만 같았는데 아이들이 커나가면서 넓은 땅에서 다채로운 체험하기 딱 좋은 대륙, 미국이 안성맞춤인 것 같기도 하다. 생애주기에 따라, 아이들의 연령에 따라 '여기가 더 좋아' 요소는 계속해서 달라지므로. 엄마의 눈빛으로 섣부르게 재단할 수만은 없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경다양성' 아이의 엄마라면 아이가 어떤 공간에서 더 편안해지는지 아이 눈빛과 낯빛을 쉴 틈 없이 살피고 버틴다. 아이가 워낙 시각 청각적인 요소에 예민하다 보니 공간 속 작은 한 끗 차이에도 아이의 불안이 올라오기도 하고 편안해지기도 한다. 모든 부모가 그렇겠지만 아이의 표정이 좋으면 만사 오케이 되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 아이의 표정이 환해진 요소들만 사진으로 모아 본다.


식당 어느 곳을 가나
키즈 프렌들리

코로나 시국에 아이를 출산했다 보니 아이를 데리고 밖에 나갈 기회 자체가 많지 않았다. 자연스레 미국에서의 식당 경험치가 전무했고, 아이랑 식당에 가면 생기는 일 따위는 상상할 수 없었다.


실로 미국은 어디에 무얼 먹으러 가든 '키즈프렌들리'가 확고했다. 그게 너무 당연하니까 "우리 식당은 키즈프렌들리입니다" 내세우지 않는다. 아무리 사람 불편하게 만드는 냉랭한 서버라도, 아이들에게는 상냥했으니! 색연필과 컬러링 도안을 쥐어주는 건 너무 당연했고, 식당마다 우리 컬러링 키트가 더 찰떡이라고 경쟁이라도 하는 듯, 아이들을 겨냥한 캐릭터 장난감들이 귀여운 배려였다. 이게 다 공짜라니! 더 놀랍다.


동물의 왕국
자연이 신비가 여기 다있네

식물원이나 동물원을 끼고 사는 것도 아닌데, 자연스레 집 앞마당 한구석이 식물원 같고 동물원 같다. 마당 앞에 심긴 꽃나무는 내 손길 닿아 심긴 것도 아니건만, 몇 주 전엔 이 꽃이 예뻤고, 이번 주엔 이 저 꽃이 피어나서 사람 놀라게 하는 취미가 있다. 시각이든 청각이든 온갖 몸의 감각기관이 늘 곤두서 있는 것만 같은 신경다양성 아이는 자연이 주는 선물을 냉큼 받을 줄을 안다. 꽃분홍색 꽃나무의 앙증맞은 개화에 두발 동동 구르며 환영하는 걸 보면 이보다 건강한 자극은 더 없겠다 싶다.


이국적인 햇살
새빨강과 새파랑 사이

햇빛 받으며 아이들과 마실 나갈 때, 흔하게 마주할 법한 풍경. 햇살과 하늘은 나라불문 어디에서나 아이들을 따라다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태양은 정말이지 '리얼' 찐이었다. 아이들과 뛰놀 때 모자 없는 내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 정도였으니 모자를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결국 육아맘 교복으로 소문난 그 모자를 사고야 말았다.


아이들과 광합성하러 산책 나가면 해가 그야말로 '이글이글' 타오르는 게 느껴졌다. 경도나 위도를 과학적으로 언급해 가면서 미국의 태양이 얼마나 더 가깝게 타오르는지 설명하는 건 오버겠지만 새 파란색 하늘에 새 빨간색 태양으로 꼼꼼히 색칠하면 딱 될 듯.


적당한 햇볕이 아니라 뜨거운 햇볕 아래서 아이들은 더 정열을 다해 불타며 노는 듯했다. 아파트 아닌 집에 살다 보니 그 태양 온몸으로 다 받으며 '성실하게' 놀았다. 아이들 몸의 온도가 높아질수록 놀겠다는 의지나 지구력마저도 상승하는 것 같았던 것 느낌적인 느낌이려나? 한국에 비해 유독 새빨강, 새파랑이었던 하늘 덕분에 나날이 에너지 업그레이드 하는 기분, 맘에 들었다.


카페에서 문 잡아주는
다정한 여유

여기 공동육아 되나요?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면 짐은 많은데 정신은 없고 아이들 손은 잡아야겠는데 내 손은 이미 보따리로 가득 차 있고, 난감한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럴 때마다 그 누군가의 희미한 미소와 이동하느라 쩔쩔매는 내게 0.5초 문을 잡아주는 가벼운 센스는 육아 멘탈을 유지하는 데 대단히도 큰 힘이 된다.


아이 둘을 데리고 카페에 갈 때마다 느낀 건 ‘여긴 문을 잡아주는 사람들이 참 많다’는 거였다. ‘문 좀 잡아달라’고 애원의 눈빛으로 신호를 보내도 남일이라고 여기면 그만 인 게 참 바쁜 현대 사회 아니던가. 자신의 입장이나 퇴장을 뒤로 미뤄가면서까지 애들의 난리법석 부르스를 함께 바라봐주는 어른은 때론 성숙함 넘사벽, 진짜 어른처럼 느껴졌다. 한 명의 개인이 매우 착해서, 인성이 훌륭해서, 좋은 학교를 다닌 덕분에 우아한 예절요소를 잘 알아서가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나도 받아봤으니까’ 베풀 수 있는 다정한 여유랄까.


문도 잡아주고, 물도 따라주고, 심지어 아이가 호기심에 문을 열고 밖에 나가버리면 엄마인 내가 아이 미처 못 잡을까 봐 아이를 밖에서 붙잡고 보호해 주기까지. 문을 잡아주는 어른을 만나고 나면 카페의 모든 순간이 고마운 공기 안에서 꿈틀거리게 된다. 그날의 빵도 맛있고 커피 향도 일품이다.


그림 같은 공원

‘제약’ 아닌 ‘제안’의 언어를
몸소 배우는 곳


"뛰지 마 뛰지 마" 입에 같은 말 달고 살지 않아도 되는 곳. 이말은 곧 뛰어도 되는 곳이 많다는 이야기. 파크에 나가기만 하면 그 동네 유모차 부대 여기 다모이나 싶을 정도로 육아맘, 조부모님, 내니들까지 자동 집합 장소가 된다. 얘들아, 여기서 실컷 뛰어놀아! 뛰어! 뛰어! 한국에선 쓰지 못했던 동사를 아이들을 향해 두세 번 외치다 보니 엄마마저 해방감을 느낀다. 어떻게 찍어도 사진 잘 나오니 말 다했지 뭐.



아이를 '제약'의 늪에 가두지 않아도 되는 건, 엄마의 마음관리에도 큰 도움이 된다. ‘하지 말라’는 부정어가 쌓이면 제지하는 내 스스로의 모습에 가끔 질릴 때가 있으므로. 아들이든 딸이든 ‘제약’의 언어가 아니라 ‘제안’의 언어로 키워나갈 수 있는 공간은 엄마의 삶의 질 끌어올리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날갯짓하고 뛰어다니느 몸짓에 내 유쾌함도 덩달아 레벨 업.


이쯤 하면 "하지 마"라는 잔소리 빼다 박은 육아는 아이만 지치는 게 아니라 엄마도 꽨 스트레스받는 루틴이었다. 발걸음 잽싸게 종종 뛰어다니는 애들 틈으로 같이 뛰어도 보고 드러누워보기도 하는 타국의 오후. 낯선 땅에서야 비로소 ‘제약’아닌 ‘제안’의 말투를 배운다. 공간은 사람의 태도와 말투까지 바꿀 수 있음을 이렇게도 배워간다.




* 브런치북 [아름답고 푸른 신경다양성 세계]는 1편과 2편, 총 33화로 구성돼 있습니다. 미국행 이전, 신경다양성 이야기의 시작이 궁금하시다면 1편으로 놀러와주세요. [아름답고 푸른 신경다양성 세계]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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