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너무 많아 말을 못 하는 나

내 안의 부끄러움과 헤어지고, 유쾌한 조력자를 얻기

by 조아라


1/ 말을 잘하지 못하는 나, 문제가 뭘까요?



요즘 코칭을 받고 있다. 코칭은 스스로가 해결하고 싶은 주제를 가져가고 얻고 싶은 결과를 말하면서 시작한다. 이번에 가져간 주제는 아래의 것이었다.


어떤 주제에 대해 의견 피력을 하지 못하는 제가 보입니다. 지나고 나면 '말을 할걸..' 하며 후회도 하면서도 말이 입 밖으로 잘 안 나옵니다. 1:1 대화는 괜찮은데 사람이 많이 모인 장소에서 특히 그런 현상이 심해지는 듯해요

말을 조리 있고 자신감 있게 잘하고 싶어요



시작은 해당 주제였으나, 여러 가지 말을 꺼내다 보니 주제가 총 3가지로 좁혀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 생각의 구조화 : 내 생각이 구조화되지 않아서, 논리적이지 않아서 말을 못 하는 걸까?


2) 내뱉는 자신감 : 그냥 내뱉을 자신감이 부족한 것인지


3) 자기 검열 : 너무 완벽하게 말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건 아닌지? 혹은 그냥 사람이 많은 곳에서 주위 눈치를 너무 많이 보는 걸까?



이 질문들 사이를 헤매다 보니, 왜 '내뱉는 것'을 이토록 어려워하는지에 대한 진짜 이유를 찾게 되었다.



2/ 내 안의 부끄러움이라는 녀석


이 많은 이야기들을 하다 보니 내가 깨달은 것은 다음과 같다.


1. 나는 부끄러움을 느끼는 성격이다.

2. 동시에 고민과 생각이 많은, 신중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3. 나 자신에게 엄격한 편이다


나는 잘하고 싶은 마음, 성장하고 싶은 욕구가 아주 강한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이상적인 나의 모습과 현재 내 모습 사이의 '간극'이 느껴질 때마다 어김없이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이 고개를 들었던 것이다. 이 부끄러움은 나를 더 신중하게 만들고,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결국 입을 무겁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코치님도 정확히 짚어주셨다.

"성장하고 싶은 욕구가 자연스럽게 일어난다는 것은 좋은 거예요, 하지만 이 간극에서 느끼는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이 꽤 커서 성장하지 못하게 발목을 잡고 있는 느낌도 들어요."



3/ '괜찮아'로는 이길 수 없던, 그 녀석을 위한 특단의 조치


그래서 이 간극이 느껴질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에 나온 이야기는 "괜찮아, 나 성장 중이야."라고 스스로를 다독여주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나의 부끄러움은 해당 말에 이길 수 없을 만큼 생각보다 꽤 덩치가 큰 녀석이었다.


그래서 코치님은 전혀 다른 방향을 제안해 주셨다.

"그럼 원하는 모습을 한번 떠올려봅시다. 조아라 님 주변에 자기 생각을 거리낌 없이 잘 표현하는 누군가가 있을까요?"


그 말을 듣자마자 떠오르는 동기 한분이 있었다. 그야말로 MBTI 'P' 성향 90%에 가까운, J 성향이 높은 나와 180도 다른 위치에 있는 분이었다.


처음엔 이분의 텐션을 감당하기 힘들 때도 있었지만, 언제나 활기차고 아이디어가 넘치는 모습, 새로운 것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모습이 참 멋있고 부러웠다.



나는 일이 잘못되면 자신을 탓하기 바쁘다. 근데 이분은 유쾌하게 상황을 표현하고, 스스로가 못나 보이면 "와 나 왜 그렇게 했지!!!"라면서 솔직한 심경을 공유하시며 웃어넘기는 분이다. 타인의 시선을 생각하느라 주저하는 나와는 달리,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실수를 해도 괜찮다는 듯한 그 모습, 아니 애초에 신경조차 쓰지 않는 모습이 나에게는 충격이자 신선함이었다.


"만약 비슷한 상황에서 그분이라면 어떻게 하셨을 것 같아요?"


코치님의 이 질문이 던져진 순간, 모든 것이 유쾌해지고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내 입이 자연스럽게 포물선을 그리며 입에서는 실실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렇게 내 마음이 자연스럽게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코치님이 또 해주신 말씀.


"조아라 님은 다른 관점을 비춰주면 자동으로 연결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시는 분이세요. 그래서 다양한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자극을 충분히 자기 것으로 만들 힘이 있어요"


아! 그래서 내가 새로운 걸 배워서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을 즐거워했구나. 새로운 자극을 주는 사람이나 일을 좋아했구나!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안의 '새로움'을 충분히 감당하고 내재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차올랐다.


4/ 나만의 문제 해결법, 그리고 유쾌한 조력자 데려오기


이번 코칭은 나에게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을 알려줬다. 바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나만의 방식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늘 '나는 왜 이렇게 느낄까?'라며 문제의 '원인'을 찾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는데, 굳이 원인을 파고들지 않고도 이렇게 가볍고 즐거운 해결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참으로 기뻤다.


그래서 이제, 내 안의 '부끄러움'이 고개를 들 때마다 즉시 '유쾌한 조력자'를 소환하기로 했다. 이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활기찬 에너지가 차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앞으로 순간순간을 살아가는 게 훨씬 재밌어질 거라는 즐거운 기대감과 함께 가벼워진 마음으로 코칭을 마무리했다.



<액션 플랜>

1. '부끄러움'이 찾아오는 순간 알아차리기: 말을 내뱉고 스스로 마음에 들지 않아 자책하려는 순간, '아, 그 친구가 또 왔구나!'하고 알아차린다.


2. 내 안의 '유쾌한 동기' 소환하기: 곧바로 내 안의 조력자인 '회사 동기'를 불러낸다. '그 친구라면 지금 뭐라고 할까?' 상상해 본다.


아마 이렇게 말할 수도..! "뭐 어때요! 그러면서 성장하는 거죠! 그 모습도 너무 예쁘지 않아요?"


3. 매일의 기록으로 조력자와 친해지기: 하루를 마무리하며 쓰는 일기 속에 그날의 부끄러웠던 순간과, 그때 소환된 동기의 반응을 함께 적어본다.


다음 코치님을 만나기 전까지, 내 안의 '유쾌한 조력자'와 얼마나 친해졌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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